18일 오전 10시에 도착한 나주시 봉황면 죽석리, 마을 어귀에 들어서니 이른 아침 햇살과 만나 연두빛을 한껏 발하는 보리밭이 먼저 반긴다.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이 꼭 낯선 이들을 반기는 손짓과 닮아 있다. 그 옆으로 열흘 후면 모가 심어지기 위해 자신을 기꺼이 뒤집어 속내를 드러낸 땅의 모습이 보인다.
환하게 펼쳐진 논 한가운데에 우뚝 서있는 비닐하우스, 야채가 잘 자라고 있는 비닐하우스 옆으로 군데군데 구멍 뚫린 비닐로 덮힌 낡은 비닐하우스 앞에 섰다. 이날 전교조 정진화 위원장을 비롯한 전교조 집행부가 할 일은 농작물이 잘자랄 수 있는 비닐하우스를 만들기 위해 우선 800평 규모로 지어진 하우스 틀에서 낡은 비닐을 걷어 내는 일이다.
1994년에 이 비닐하우스를 만들었던 정영석(38)씨는 10년 넘게 이 곳에서 오이, 무우, 수박, 고추, 감자, 토마토를 이 곳에서 키웠다. 정영석 씨는 “4년 된 비늘이 이제 낡아 구멍도 많이 나고 빛투과율도 적어져 아직 농작물을 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혼자서는 엄두도 못낼 일을 함께 하게 돼서 반갑다”고 말한다. 바쁜 시기에 농촌은 일손을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다.
대나무와 돌이 많아 죽석리라고 이름 붙여진 마을, '죽석리'에 살고 있는 정영석씨의 부모님은 "네 아들 중에 영석이가 가장 똑똑했는데 농사를 짓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농사를 짓겠다며 고향에 내려 온 아들이 처음엔 걱정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농민회 활동을 하며 농업과 농촌과 땅을 살리기 위해 땀흘려 일하는 아들이 모습이 참 든든하시단다.
“농촌에서의 자연을 벗하며 곡식을 일구는 삶을 생각할 때는 참 낭만적이죠. 먹고 살 수 있고 교육받을 수 있다면 말입니다. 농촌에서 가장 큰 문제는 자녀의 교육문제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그에게 요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아이의 교육문제이다.
“한 교사가 여러 과목을 가르치고 한 교사가 여러 학년을 가르치고 있는 비상식적인 상황으로 인해 상식적인 교육조차도 되지 않는다”며 그는“농촌에서도 도시와 같이 똑같은 교육의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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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동안 이들의 작업장이 될 비닐하우스 안, 비닐이 지붕까지 덥혀 있고 안은 바람한점 불지 않아 후덥지근하다. 이 낡은 비닐을 다 제거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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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장장 8시간 작업 끝에 비닐 하우스 안에 하늘을 옮겨놨다. 안에서 보는 파란하늘의 모습에 절로 마음이 시원하다. 이 곳에서 무엇을 심어야할지 정영석씨는 생각중이란다. 그래서 더 궁금증이 더해진다. 이 곳에서 어떤 작물이 자라날까? 김상정 기자 |
오전 10시부터 비닐하우스의 비닐 철거작업이 시작됐다. 비닐하우스 지붕을 가득 덥고 있었던 낡은 비닐은 오후 6시까지의 작업 끝에 말끔히 철거됐고 오후의 파란 하늘이 대신 그 자리를 채웠다.
이들은 지붕 위에 올라가서 비닐을 받치고 있는 철근을 떼어낸 후 비닐을 철근 토대에서 벗겨내는 일부터 기둥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 비닐을 떼어내는 일까지 각자 맡은 일에 열심이었다. 일을 수월하게 해 준 연장은 낫과 비닐을 자르는데 사용되는 식칼, 그리고 문구용 칼 등이다.
“사실 처음에는 몸보다는 주로 머리를 쓰는 교사들이 얼마나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너무나 꼼꼼하게 잘 하십니다" 정영석 씨의 말이다. ”아니 저 냥반들은 쉬지도 않는다냐“ 이들을 위해 막걸리와 홍어 등의 셋거리를 준비해온 정영석씨 아버지의 말이다. 이들은 경운기 운전을 비롯해 못다루는 농기구가 없다. 그러고 보니 이들이 다 몇십년 전에는 시골에서 땅과 함께 자라온 아이들이었다.
8시간의 노동은 이들에게 자신들이 자라왔고 그들의 후세대가 자랄 농촌의 파란 하늘을 선물했다. 낡은 비닐을 벗겨내고 맛이한 파란 하늘이 참 반갑기도 해서 고된 노동 끝에 웃음이 먼저 번진다.
정영석씨와 전교조 집행부들은 일을 마치고 오후 7시에 나주시민사회단체와 전교조 나주지회 조합원과의 간담회를 갖고자 장소를 이동했다. 황토흙 묻은 옷들이 더 자연스러운 곳이다. 이들은 20일 나주에서 열리는 전국교사대회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웃음을 담아 손짓을 한다.
낡은 비닐로 가려진 비닐하우스를 파란 하늘로 대신 채운 8시간의 노동의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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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10시,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 등 전국교사대회 주간 행사 팀들이 일 시작에 앞서 장화를 신고 장갑을 끼고 하루동안 일할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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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일손 돕기로 원래 하려고 했던 모판심기 작업, 이 일은 이미 열흘 전에 다 마무리가 됐고 대신 이들은 비닐하우스에 낡은 비닐 철거 작업을 하게 됐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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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비를 단단히 한 이들이 이 날 할일에 대한 정영석 씨의 설명을 듣고 있다. 최대한 현명하게 하우스 철근에서 비닐을 떼어내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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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동안 이들의 작업장이 될 비닐하우스 안, 비닐이 지붕까지 덥혀 있고 안은 바람한점 불지 않아 후덥지근하다. 이 낡은 비닐을 다 제거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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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에서 작업을 할 사람들이 정해졌다. 트랙터를 이용해 지붕으로 올라가고 있는 모습을 땅을 딛고 선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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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에 올라가 든든히 자리 잡은 이들을 보며 각자 자기가 할일을 찾아 자리를 이동한다.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된 것이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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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그대로 도시로 옮겨놓았다면 금새 경찰서에 신고가 들어갈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곳 죽석리 비닐하우스에서는 낮과 칼은 비닐 철거를 쉽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훌륭한 농기구이다. 그럼에도 아직은 움직임이 익숙치 않은 이들의 모습에 자연스레 웃음이 번진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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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운기는 농촌에서는 언제나 훌륭한 농기구이다. 익숙히 경운기를 운전하는 모습이 참 익숙하고 편해 영락없이 땅의 사람들이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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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이 걷어진 틈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아직 걷히지 않는 비닐이 훨훨 날아가듯 나부끼고 있다. 지붕에 있던 비닐까지 합해 그 무게만 해도 상당해서 낫으로 중간을 잘라줘야 한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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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화 전교조 위원장 등이 맡은 일은 하우스 중간의 비닐을 걷어내는 일이다. 비닐은 많이 낡았고 그 안에 고인 물 또한 오래되기도 했다. 이들은 종종 비닐을 떼어내다가 고인 물 세례를 받기도 한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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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에 올라간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자 땅 위에서처럼의 여유를 찾았다. 일 하는 도중에 나누는 대화는 일하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이를 바라보는 땅 밟고 서 있는 사람의 위태했던 마음도 금새 녹아 내린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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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 비닐까지 잡아당겨서 아래로 끌어내리는 일은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인데도 어느새 비닐하우스 뒷부분이 보인다. 하늘과 땅 사이를 차지했던 낡은 비늘이 이제 거의 다 걷혀지고 있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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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는 작년에 수확한 감자가 다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웠다. 중간 중간에 모습을 드러낸 감자를 거둬들이는 것도 일하는 솔솔 재미를 준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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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작할 때 들어왔던 입구가 작아보인다. 그 덕에 땅에 내려앉은 비닐도 수북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더 힘을 낸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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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 2m 정도의 길을 사이에 두고 왼쪽이 일하고 있는 비닐하우스이고 오른쪽은 보리밭이다. 새참 먹으러 나오는 길 앞에 보리밭이 펼쳐져 반갑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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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하는 현장 입구에 전교조 깃발을 걸었다. 들판에 이는 바람을 타고 더 힘차고 맑게 나부낀다. 비닐을 거의 다 벗어던진 비닐하우스의 모습, 군데군데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을터인데 그 규모의 거대함에 사람의 모습은 작은 점으로 보인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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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을 고정시키는 하얀 것. 이것을 돌려서 빼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빼내고 나서 다시 한 곳에 주워담는 일이다. 이 일은 이렇게 보이지 않게 손과 발이 가야할 일이 상당히 많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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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잎향 나주호 막걸리', 그 맛이 텁텁하지 않고 깔끔하다. 이 막걸리는 곧 사라진다고 한다. 막걸리를 마시는 이가 적어 양조장이 문을 닫은 이유에서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는 이 술 한잔으로 잠시 땀을 식힌 이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어쩌겠습니까? 마실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데..."정영석씨의 말이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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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전교조 부위원장은 경남지역 농촌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터라 경운기도 잘 운전한다. 아이들에게 배웠단다. 그 덕에 여기저기 못하는 일이 없다. 팔 안쪽이 쇠에 긁히는 부상을 겪었음에도 끄덕없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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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박석균 사무처장과 신종규 초등위원장, 이들은 지붕에 있는 비닐 제거 작업에 관한한 몇시간만에 전문가가 다 됐다. 신종규 초등위원장의 빨간 바지는 이날 최고의 작업복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어디서든 튀어서 보고 싶지 않아도 눈길이 절로 가는 이유에서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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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 후, 설겆이와 주변정리한 이들이 뒤늦게 일터로 다시 가는 길, 앞선 이들은 이미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이 사람들은 쉬지도 않고 일헌다냐. 뭔 한맺힌 사람도 아니고 말여" 동네어르신의 말이다. 비닐하우스에 매달린 사람들의 모습은 800평 규모의 작업장 크기를 더 실감나게 한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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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터로 향하는 길목, 펄럭이는 전교조 깃발을 사이에 두고 왼쪽엔 모판이 놓여져 있는 하우스와 일터, 오른쪽엔 누런빛이 되기 전에 한껏 연두빛을 발하고 있는 보리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제는 익숙해진 풍경이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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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닐 하우스는 지난 해 몰아쳤던 태풍에도 끄덕없던 곳이었단다. 그 정도로 튼튼하고 단단하게 지어진 비닐하우스의 비닐을 어느새 다 걷어냈다. 이제 이 비닐을 한 곳에 옮기는 일만 남았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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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가 되자, 봉황중학교 교사들이 와서 마무리 작업에 함께 했다. 함께 비닐을 옮기다 보니 말하지 않아도 절로 친근해진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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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장장 8시간 작업 끝에 비닐 하우스 안에 하늘을 옮겨놨다. 안에서 보는 파란하늘의 모습에 절로 마음이 시원하다. 이 곳에서 무엇을 심어야할지 정영석씨는 생각중이란다. 그래서 더 궁금증이 더해진다. 이 곳에서 어떤 작물이 자라날까?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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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다 끝난 하우스 안에서 바라본 이들의 모습, 일을 다마친 후라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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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이 다 철거된 하우스를 쭈욱 둘러보시는 정영석 씨의 아버지는 일이 다 끝나고 쉬고 있는 이들을 환송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일 마친 곳을 한번 쭈욱 둘러보고 흐뭇함을 그대로 보인다. 김상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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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다 마친 이들은 오후 6시 경, 옷가지에 묻은 황토흙을 털고 나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의 간담회를 참석하기 위해 부지런히 채비를 하고 있다. 김상정 기자 |
김상정 기자 sjkim@ktu.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