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교육부 보고서 ‘연구부정행위’ 의혹

결론 부분도 96% 중복, 각기 다른 연구인데 오탈자까지 ‘판박이’

'서울연구' 97~98쪽(왼쪽)과 '인천연구' 91쪽. 각기 다른 두 개의 보고서과 문구는 물론 오자까지 같다. 붉은 색 원은 오자 부분.


한 대학에서 교육학을 가르치는 표명진 교수(가명)는 최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주한 연구보고서를 살펴보고 뒤로 자빠질 뻔 했다.



국내 유명 교육학계의 교수들이 각각 3천만원씩 모두 6천만원을 받고 쓴 두 편의 보고서가 오탈자까지 같은 ‘판박이’였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각기 다른 두 지역의 교육행정체제를 연구한 내용이었다.



문제의 보고서는 한국교육개발원 명의로 2004년에 발간한 ‘서울특별시 교육행정체제의 진단 및 혁신방향’(CR2004-9-1, 서울연구)과 ‘인천광역시 교육행정체제의 진단 및 혁신방향’(CR2004-9-4, 인천연구).



두 보고서를 쓴 연구자들은 교육부와 교육개발원의 연구를 많이 맡아온 교수 5명이었다. 연구책임자는 한양대 대학원장인 ㄴ교수다. 공동연구자 가운데도 ㅅ교수는 현재 서울교육대학교 총장 당선자이면서 한국초등교육학회 회장이다.



기자는 이 같은 소식을 듣고 신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교수가 모두 교육학계의 수장급 인사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학을 전공한 국내 중진급 교수 3명에게 논문부정행위 여부를 의뢰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세 교수는 일치된 의견을 보내왔다. “논문부정행위가 맞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당장 처벌을 해야 한다”고 흥분했고, 신중한 태도를 보인 또 다른 교수도 “아무리 같은 연구 도구를 썼더라도 지역과 대상이 다른데 결론까지 똑같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 두 보고서의 분량은 서울연구와 인천연구가 각각 A4 용지 99쪽과 93쪽. 이 가운데 결론 부분은 모두 17쪽이었다. 이를 줄 단위로 나눠 중복 여부를 계산해보니 전체 544개 줄 가운데 524줄 내용(인천연구 기준)이 일치했다. 96.3%의 중복률을 보여준 것이다.



제목도 내용도 심지어 오탈자까지 같았지만 ‘서울’과 ‘인천’ 등 지명이 달랐을 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명이 같은 부분이 인천연구에서 5군데가 있었다. 이 보고서의 13쪽 ‘인천교육청의 장학과 연수’ 항목에서 난데없이 ‘서울교육청’이란 지명이 튀어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책임자인 ㄴ교수는 지난 31일, “서울 것을 먼저 하고 인천 것을 나중에 했다. 시기적으로 연말이라 다급하게 하다 보니 착오가 있었다”고 복사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같은 연구 틀로 두 지역을 비슷한 시기에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논문부정행위로 보는 교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판박이’ 보고서를 교수들에게 의뢰한 뒤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교육부와 교육개발원의 책임도 크다. 이 두 기관 관계자는 “당시 책임을 맡았던 분들이 모두 바뀌었다. 외국에 나가 있다”면서 “지금은 연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말

'취재 뒷이야기' 등 더 자세한 내용은 개인홈페이지인 윤근혁의 교육돋보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교육돋보기edu.mygoodnews.com

태그

교육부 보고서 , 연구부정행위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근혁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