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신> 1월 17일 오후 3시 01분
“인제, 정부는 인재들만 뽑아주고 학교는 인재들만 신경 써야 하나?”
17일 인재과학부 명칭 변경에 대해 서울지역 한 고교 교사가 “교육본연의 공공성은 사라질 것”이라고 걱정하면서 던진 말이다.
한 누리꾼은 <오마이뉴스> 기사에 붙인 댓글에서 “그럼 교육청은 인재청으로 바꿔야 하나?, 교육감은 인재감?”이라고 적어놓기도 했다.
보혁 교육단체, 이례적인 한 목소리
교육단체들도 보혁 진영 모두 ‘교육계를 부정하는 엉뚱한 부처 이름을 당장 거둬들이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교육문제를 놓고 보혁 진영이 한목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직 인수위가 꺼내놓은 보따리를 다시 주어 담을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17일에는 이명박 당선자 지지 세력으로 분류된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뉴라이트교사연합, 자유교원조합, 뉴라이트학부모연합 등 4개 뉴라이트계열 단체도 연합해서 항의 성명을 냈다.
이들 단체는 “정부기관의 이름을 이제껏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생소한 명칭으로, 그것도 단 하루 만에 공개적 논의도 없이 바꾸는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국민을 이렇게 의아스럽게 만드는 것은 결코 ‘국민을 섬기겠다’ 는 자세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교육계를 부정하면서 어떻게 교육개혁을 실현하고, 선진교육을 이룩할 수 있겠는가?”하고 반문하면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깨끗하게 사과하고 엉뚱한 이름을 거둬들일 것을 권고한다”고 발표 내용 철회를 촉구했다.
이날 전교조도 한국교총에 이어 성명을 내고 “인재과학부란 명칭 결정은 ‘인재’ 육성이 교육의 전부인양 착각한 이명박 당선자의 협소한 철학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만일 이명박 정부가 명칭 변경과 귀족학교 설립 정책을 전면 수정하지 않을 경우 교육관련 단체와 연대하여 강력한 반대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수위 “명칭 수정 요청 여부? 모르겠다”
참교육학부모회,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흥사단교육운동본부 등 20여개의 진보적인 교육시민단체가 모인 교육개혁운동연대(교육연대)의 김정명신 운영위원장은 “이번 인수위 발표는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인 교육을 실종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교육연대는 오는 22일 인수위를 공식 항의 방문해 부처 명칭 변경 등에 대해 항의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인수위 관계자는 “이번 명칭 결정은 인수위 (사회교육문화) 분과와 상의 없이 (정부혁신·규제개혁) TF팀이 결정한 것”이라면서 “명칭 변경에 대해 수정을 요청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1신>‘교육’대통령 된다더니, ‘인재’(엘리트)대통령 선포?
이름은 내용을 담는 그릇이다. 대개, 이름이 내용을 규정하게 된다는 말이다. 관료체제인 정부 부처명은 더 그렇다.
1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돌연 ‘인재과학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알려진 ‘교육과학(기술)부’란 명칭을 갑자기 바꿔치기한 것이다. 당연히 교육계는 발칵 뒤집혔다.
유례없는 정부부처 명칭 ‘인재과학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정부부처에서 ‘교육’이란 말이 빠진 것은 처음이다. 게다가 교육 담당 정부부처에 ‘교육’ 대신 ‘인재’란 말을 쓰기는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한국교총에서 분석한 자료를 보면 미국(교육부), 영국(아동학교가족부), 독일(연방교육연구부), 일본(문부과학성), 싱가포르·핀란드·대만(교육부) 등 대다수 나라가 ‘교육’을 교육담당 부처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인재’란 어휘는 크게 세 가지 뜻을 갖고 있다.
(1) 학식 또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人材)
(2) 재주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사람(人才)
(3) 사람 때문에 일어난 재난(人災)
(1), (2)의 뜻은 다른 말로 ‘엘리트’란 뜻이다. 하기에 ‘인재과학부’란 표현은 역설적이게도 이명박 당선자의 엘리트 위주의 교육철학을 정확히 담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당선자 스스로 귀족학교란 뒷말을 낳은 자율형사립고(자립형사립고)를 전국에 걸쳐 100개를 세우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대표 자립형사립고인 민족사관고는 2004년 한해 학습비로 학생 1인당 1600만원을 받았다.
엘리트 특목 학원 출신들이 입학하는 외국어고와 같은 특수목적고 설립 전권을 시도교육청에 넘기겠다는 인수위 결정도 마찬가지다. 특수목적고와 자립형사립고 학생들의 대입 우대책으로 지목된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실시 움직임도 비슷한 경우다.
황호영 전교조 부위원장은 “인재과학부란 명칭 결정은 ‘인재’ 육성이 교육의 전부인양 착각한 이명박 당선자의 협소한 철학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런 식의 사고는 ‘지덕체’에 바탕한 전인적 인간을 기르는 ‘교육’이라는 개념을 모르는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만인을 위한 공교육’이라는 정부의 역할을 망각한 처사라는 얘기다.
인재과학부란 명칭 변경은 ‘인재’(人災)다
이처럼 교원단체들은 ‘인재과학부’란 명칭을 놓고 ‘인재’(人災)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친 이명박 쪽으로 분류된 바 있는 한국교총까지 강하게 규탄하고 나선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단체는 이날 ‘이명박 정부 교육 포기하나!’란 제목의 성명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교육’과 ‘인재’의 기본 개념조차 구분하지 못한 것에 대해 개탄한다”면서 “(교육부로 바꾸지 않을 경우) 이명박 정부에서는 ‘교육’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고, 새 정부의 교육정책 추진에 일체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 성명서에는 ‘책임자 문책’, ‘강력한 규탄’이라는 강경한 어휘가 들어있는 등 눈길을 끌었다.
이명박 당선자는 후보 시절 한 교원단체를 방문해 ‘교육대통령이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교육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새 생각이 바뀐 것일까.
‘인재과학부’란 정부부처 명칭 변경은 ‘교육대통령’을 포기하고 ‘인재(엘리트)대통령’을 선포한 행동이라는 게 최소한 교원단체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