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독자투고]허울뿐인 담임 선택제가 슬픈 이유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수많은 학교들에서 운영되고 있는 '성적순에 의한 야간자율 학습실 운영은 인권침해'라는 결정을 내렸다. 당연한 결정에 아이들의 반응이 의외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끼리 모아 놓으면 학습 분위기도 좋고, 공부 못하는 아이들에게 자극도 되고, 공부는 학생의 본분인데 공부 잘하는 애들에게 그 정도는 인정해야 되지 않아요?"

두발 자율화 주장에 '머리 신경 쓰는 그 시간에 영어 단어나 한 자 더 외워라.'라고 말하는 어른들의 주장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들의 삶 속에는 인권에 대한 의식이 없다. 머리 길이나 성적 차별이 인권 침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어른들, 특히 교사들과 교육계의 탓이다. 그렇게 가르치지 않고 오히려 그런 의식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참 슬프다.

또 하나 슬픈 일은 서울 충암고를 둘러싼 논쟁이다. 충암고는 작년부터 담임 선택제로 언론에 오르내린 학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비가 새는 건물에, 화장실도 제대로 없는 열악한 환경과 전 이사장의 학교 개입, 여러 부정 의혹으로 언론에 오르내린 학교이다. 이 학교의 내부시설을 한번이라도 들여다 본 언론사라면 21세기에 아직도 이런 학교가 있나 하고 놀랄 것이다. 기간제와 강사만 30명에 이르는데 이들을 정교사로 임용해 주니, '성은이 망극하다.'는 식으로 눈물을 흘리는 봉건왕조의 모습 그대로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런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학교 비리 의혹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해 온 교사가 한 마디 언급도 없이 중학교로 전보된 것이다. 여기에 사립학교 문제라 어쩔 수 없다며 나몰라라 하는 서울교육청의 방관이 더욱 기막히다. 완벽하게 대조적인 두 얼굴 중에 어느 것이 진짜일까?

이 학교에서 올해는 2학년까지 담임 선택제를 실시한다고 다시 언론에 나왔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담임을 선택받기 이전에 전 이사장과 학교장의 선택을 먼저 받아야 한단다. 아무리 학생들이 선택하고 싶어도 학교측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소용없는 반쪽짜리 허울뿐인 선택제이다. '사과가 먹고 싶은데 바나나와 배 중에서 선택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학생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자랑을 하고 싶으면 교장을 선택하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학교장에게 선택된 교사 중에서 선택할 것이 아니라 아예 모든 교사 중에서 선택하라고 하는 것이 진짜 선택권 보장 아닌가?

현수막의 전성시대라 할만큼 고등학교엔 '서울대 합격', 중학교엔 '특목고 합격', 초등학교엔 '국제중 합격'이라는 현수막으로 눈이 어지럽다. 충암고의 담임선택제와 인권위의 성적순 자율 학습실 금지 결정이 슬프다. 실제로 성적 차별 금지는 학교들이 잘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담임 선택제는 본질을 가린 겉포장으로 사람들을 속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들이 더 슬픈 이유는 학교와 학생의 모든 것이 소위 명문학교 진학으로만 평가되는 현실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태그

국가인권위원회 , 야간자율학습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행수·서울 동성고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