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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호-세계의 홈리스] ‘트럼프 딸’ 방문에 쫓겨나게 된 거리홈리스

[세계의 홈리스]는 미국, 유럽 등 세계의 홈리스 소식을 한국의 현실과 비교하여 시사점을 찾아보는 꼭지
  이방카 트럼프의 방문일정에 맞춰, 인도 하이데라바드 시당국은 수천 명의 거리홈리스를 시설에 강제 입소시키고 있다. [출처: 가디언 11월 10일자]

시설로 쫓겨나는 거리홈리스

지금 인도의 한 도시에서는 경찰이 거리홈리스들을 잡아서 강제로 시설로 보내고 있습니다. 이 도시의 이름은 ‘하이데라바드’입니다. 하루에만 약 400명의 사람들이 구금되고, 앞으로 6000명 가량이 시설로 보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경찰이 나서서 거리홈리스들을 괴롭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얼마 뒤인 11월 28일에 열리는 ‘국제 기업가 정상회담’ 때문입니다. 이 자리는 매년 투자자와 사업가들이 모이는 회의인데, 올해 인도에서 열리는 회의에는 미국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트럼프도 온다고 하네요. 미국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딸을 보내는 것이 외교적인 노력이겠고, 그것을 알고 있는 인도 수상 나렌드라 모디 역시 이번 방문을 앞장서서 환영하고 있습니다.

“어떤 홈리스들은 우리가 자신들의 자유를 빼앗는다고 주장했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말했어요. 당신들을 위한 재활시설로 가는 거니까 스스로에게 좋은 것이라고요.” 어떤 관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지난 2000년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인도를 찾았을 때도, 이곳의 경찰은 홈리스들에게 비슷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홈리스를 역사 밖으로 쫓아내는 민간경비원의 모습. [출처: 세계일보 1월 12일자]
원래 이곳에는 홈리스가 없었다는 거짓말

올해 1월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서울역을 찾았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 여러 언론에서 그의 ‘서민 행보’를 보도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편의점에서 생수를 구입하고, 교통카드를 충전하는 모습 말이지요.

그때 서울역 역사 안에 있던 홈리스들은 영하 4도의 추위 속으로 쫓겨나야 했습니다. 당시 서울역 측은 의도적으로 퇴거시킨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관계자인 철도경찰대장은 “원래 겨울철에는 역사 내에 노숙인들이 없다”며 홈리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도 했습니다. 본인들이 보안요원을 시켜 쫓아내 놓고도 말입니다.

왜 ‘귀하신 분’들이 오는 날엔 홈리스들이 쫓겨나야 할까요? 그날 반기문 전 총장은 연설에서 “지난 10년간 세계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가난하고 병들고 압제에 시달려 신음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권과 존엄을 보호하면서 약자를 대변하고 그들의 목소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말을 하기 위해서 사회적 약자인 홈리스들이 또다시 내몰려야 한다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인도에서 ‘국제 기업가 정상회담’이 열리는 기간은 고작 이틀입니다. 그런데도 내년 1월까지, 두 달 동안 노숙을 금지하고 재활시설로 보내는 것이지요.

이쯤 되면 기업가들의 회담이나 이방카 트럼프의 방문은 그저 구실이고, 진짜 목적은 홈리스를 거리에서 ‘보이지 않게’ 만들려는 데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놓고는 한국처럼 “원래 여기는 홈리스가 없었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