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아닌 언론, 조선NS를 고발한다!

어그로 끌기 위한 소수자 ‘혐오 장사’, 이제는 멈춰야 한다

“또 조선NS, 또 최훈민이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 올라온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 기사(5월 16일)를 보고 가장 먼저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이다. 그만큼 조선NS 기사로 인한 언론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조선일보는 ‘양회동 열사의 분신한 곳에 노조 상급자 A씨가 있었음에도 말리기는커녕 멀리 떨어져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며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대해 ‘자살방조’라는 범죄 혐의를 제기한 것이다. 조선일보 기사가 제기하는 의혹의 무게가 절대 가볍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 조선일보 보도가 나간 후,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신전대협’은 A씨를 ‘자살방조’ 혐의로 고발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조선일보 보도의 파급은 점점 커졌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본인의 SNS에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하고는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건 아닌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적었다. 건설노조가 양회동 열사의 분신을 방조했다는 의혹에 더해 죽음 자체를 기획했다는 의심까지 의혹이 확장된 셈이다. 여기에 더해 월간조선은 양회동 열사 유서를 분석, 위조·대필 의혹까지 제기했다.

조선일보, ‘자살방조’ 기사의 목적은 애초에 ‘공익’을 위한 게 아니었다

당연히 의혹이 있다면 제기할 수 있다. 그것이 언론의 역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의혹’을 제기할 때 반드시 따라와야 하는 게 있다. 근거는 합리적이어야 하고, 의혹의 무게만큼 견고해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하지만 조선일보 기사는 그 같은 기준에 한참 미달한다. 이런 기사를 두고 사람들은 ‘기사인지 소설인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양회동 열사가 분신한 현장에는 YTN 기자들이 취재 차 자리 잡고 있었다. YTN 기자들은 당시 상황에 대해 “A씨가 양 씨를 말리는 말을 했다”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다수의 목격자에 따르면’이라면서 “A씨가 분신 준비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보면서도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고, 어떠한 제지의 몸짓도 보이지 않았다”라고 기사를 썼다. 의문이다. 조선일보 기자는 왜 양회동 열사에 근접한 곳에 있으며 모든 상황을 지켜본 YTN 기자들의 진술보다 ‘익명’의 목격자의 말을 신뢰했을까.

의문은 또 있다. 조선일보는 양회동 열사의 분신 장면이 찍힌 CCTV 화면을 근거로 A씨가 “도움을 요청하는 대신”, “휴대전화를 꺼내서 만지작거렸다”고 보도했다. 기자는 “(A씨가) 휴대전화로 뭘 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그 시간) A씨 번호로 접수된 신고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A씨가 구호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진실은 달랐다. 건설노조에 의하면, A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양회동 열사가 본인의 몸과 주변에 휘발성 물질을 뿌린 상태였다고 한다. 양회동 열사는 한 손에 라이터를 든 채로 A씨한테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했다는 것이다. A씨가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분신을 만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YTN 기자 진술과도 일치한다. 그 시각 A씨가 휴대폰을 들고 있었던 이유 또한 ‘양회동 열사의 분신을 막아 달라’고 동료와 통화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궁금하다. 조선일보 기자는 특정인의 범죄자로 낙인찍는 엄청난 의혹을 제기하면서 신뢰도가 높은 취재원의 진술을 왜 외면했나. 또한 CCTV 영상 속 양회동 열사와 A씨, YTN 기자들의 움직임을 중계하듯 해석하면서 왜 그런 행동을 취했는지 취재하지 않았나. 과연, 조선일보가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이라도 했는지 물을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취재를 하지 않았으니, 조선일보가 놓친 것들도 있다. 지난 5월 17일, <양회동 열사 분신 관련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건설노조·언론노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따르면, YTN은 현장에 3명의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장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한 명의 취재진이 급하게 소화기를 찾으러 갔다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YTN) 기자 2명이 양 씨(양회동 열사)를 바라만 보고 있다”라고 쓴 기사 내용과 실제 현장의 분위기는 달랐다는 걸 반증한다.

이날 YTN 취재진은 현장에 있었지만, 양회동 열사의 분신 상황을 취재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악의적인 기사를 쏟아낸 조선일보와 사람을 구조하느라, 취재를 포기한 YTN. 과연 한국 사회에 필요한 언론은 무엇일까.


조선NS, 언론이 아니면서 언론으로 기능하는 게 문제다

‘건설노조의 분신 방조 의혹 보도’는 조선닷컴 홈페이지를 통해 노출됐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조선일보 본사가 아닌 자회사인 조선NS에서 작성된 기사다. 이 조선NS. 지난해 5월 <[단독] 넉달만에 욕창으로…脫시설 사업으로 ‘독립’한 장애인의 쓸쓸한 죽음> 기사로 물의를 일으킨 곳이기도 하다. 조선NS는 당시 ‘탈시설한 장애인이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다가 욕창으로 끝내 사망했다’고 의혹을 제기했지만, 근거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게 왜곡돼 있었음이 드러났다. 조선NS의 분신 방조 보도가 어쩌다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는 얘기다. 조선NS의 실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조선NS의 탄생은 이랬다. 2021년, 조선일보는 본사 편집국 내 ‘디지털 724팀’을 해산하고 자회사로 조선NS를 설립했다. 조선NS 기자들한테는 조선일보 바이라인을 달고 기사를 출고할 수 있도록 했다. 조선일보는 온라인 대응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조선NS의 역할은 무엇인가. 조선일보가 자회사로 조선NS를 두며 부여한 임무는 조선NS 장상진 대표의 인터뷰를 통해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장상진 대표는 “온라인에서 ‘조선’의 영향력을 넓히는 것”, “독자가 원하는 기사를 효과적으로 빠르게 생산하는 것”이라고 소임을 밝혔다. 장 대표는 조선NS의 과도한 ‘선정성’ 논란에 대해서도 “수위에 대해 고민은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선정성으로부터 완전히 탈피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조선NS 설립 자체가 ‘저널리즘’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조선NS는 사실상 온라인에서 ‘어그로’를 끌기 위한 가십 매체라고 보는 게 맞다. 장상진 대표 또한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문제는 조선NS는 정기간행물로 등록되지 않아 사실상 법적으로 언론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뜻은 조선NS 기사로 언론 피해를 보더라도 「언론중재법」을 통해 제대로 된 구제를 받기 힘들다는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조선NS 기자들은 청탁을 금지한 이른바 ‘김영란법’ 적용도 받지 않는다. 조선NS는 언론이 아니면서 언론의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언론으로 져야 하는 책임에서는 한 발짝 떨어있는 셈이다.

조선NS가 하는 행위는 정확히 말하면 ‘장사’다. 온라인에서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여성, 노동자,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는 전형적인 ‘혐오’를 팔고 있다. 그로 인한 실질적인 인권침해도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도 혐오와 소수자를 향한 악의가 가득한 조선NS 기사는 어떠한 제동장치 없이 포털을 통해 대규모로 유통되고 있다.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 언제까지 조선NS의 이 같은 행태를 보고만 있어야 하나. 이제는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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