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철 MBC사장이 정영하 노조위원장을 외면하고 있다. |
김재철, 방문진 이사회에서 ‘조인트’ 맞았을까
파업 38일째를 맞은 MBC 노조는 7일 방송문화진흥회 앞에서 파업 집회를 가겼다. MBC 노조는 2시부터 사내에서 약식 사전집회를 갖고 3시부터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앞에서 김재철 사장을 기다리며 집회를 이어갔다.
방문진은 계속 이사회에 불참한 김재철 사장에게 이사회 출석을 요구했다. 방문진은 이사회에서 김재철 사장에게 현재 MBC 경영현황과 감사결과를 보고받았다.
오후 3시경 도착한 김재철 사장은 노조원들의 야유 속에 건물 안으로 황급히 들어갔고, 이사회를 마치고 2시간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김재철 사장에게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은 “구성원들이 대화하기 위해 2시간 넘게 기다렸다”고 대화를 시도했으나 김재철 사장은 “할 말이 있으면 위원장만 커피숍에서 조용히 얘기하거나, 아니라면 이사회에게 들으라”며 노조원들과의 대화를 거부했다.
이후 김 사장은 노조원들을 피해, 방문진 앞 8차선 도로를 횡단하여 MBC 안쪽으로 돌아갔다. 노조원들은 뒤를 따르며 “김재철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 과정에서 사장 경호원들과 청경, 경찰력이 투입되는 실랑이가 벌어졌으나 부상자는 없었다.
▲ 경찰력을 투입해서 노조원을 막고있다 |
앞서 지난 5일, MBC 사측은 노조와 집행간부 16명을 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30억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언론사가 자사 노조를 상대로 손배소를 청구한 일은 사상처음이다. 또한 김재철 사장은 자신에게 제기된 법인카드 7억원 부정사용 의혹을 그대로 조합원들에게 적용해, 노조원들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MBC 차장대우인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의 법인카드 한도액은 7만원이다. 노조는 김재철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출처: KBS 새노조 홈페이지] |
KBS 새노조, ‘인규산성’ 쌓아도 파업은 계속된다
‘인규산성’은 건재했다. 총파업 이틀째를 맞은 7일, KBS 새노조는 본관 민주광장에서 파업집회를 진행하려 했으나 사측의 철저한 통제로 성사되지 못했다.
사측은 파업 첫 날인 6일 본관 앞에 배치한 대형버스 4대를 유지하여 외부 기자들의 출입을 막고, 노조원들의 민주광장 사용을 불허했다. 이에 새노조는 사전집회를 마치고 외부인사의 출입이 비교적 자유로운 신관로비 이동하여 파업 이틀째 집회를 열었다.
▲ KBS 새노조 중앙위원들 |
집회에서 새노조 드라마국 중앙위원 김정민PD는 “MBC의 간판 드라마가 결방되고 있다”면서 “MBC가 파업 6주만에 드라마 메인PD들이 파업에 동참했는데, 우리는 5주안에 메인PD가 파업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문성훈 예능국 중앙위원도 어린왕자의 한 대목을 인용하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고, 우리의 파업은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며 파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예능국에선 KBS의 간판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의 서수민PD가 파업에 동참했다.
▲ KBS 새노조 |
파업의 계기가 됐던 새노조 간부에 대한 징계 무효소송을 맡은 민주노총 법률원의 신인수 변호사도 집회에 참석해 이번 파업의 법적 정당성을 설명했다. 그는 “이 파업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과, 방송법에 규정된 방송의 독립성, 객관성,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합법적 쟁의행위”라고 설명하며 “제대로 된 뉴스를 볼 수 있는 시청권을 되찾기 위해 법률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MBC 노조의 이용마 홍보국장도 연대 방문했다. 그는 “MBC, KBS에 이어 YTN도 파업에 들어가고 연합뉴스도 파업을 준비중”이라며 “이 싸움은 이제 사장과 노조의 싸움을 넘어, 정권과 공영언론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정권과의 싸움이다”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은 지난 3사 공동 파업 출정식부터 “이제 이 파업은 정권과의 싸움”이라고 강조해왔다. 방송 3사에 이어 연합뉴스도 파업을 결정함에 따라 그의 말대로 정권으로부터 공영방송을 지켜내는 싸움으로 번져갈 추세다.
8일엔 YTN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고 KBS 새노조와 MBC 노조가 공동으로 준비한 ‘K 파업스타’가 열린다. 양 노조는 “공동투쟁의 정신을 공유하고 시민들에게 공정방송 확립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 연합집회를 정기적으로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16일엔 YTN 노조도 합세해 3사가 공동주관하는 대규모 콘서트도 예정돼있다.
한편, MBC의 인기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 파업의 여파로 종영을 2회 남긴 시점에서 결방되고, MBC 드라마국 PD들의 파업참여로 이후에도 드라마 제작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보직간부를 제외한 아나운서 협회 전원이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기명성명을 냈다. KBS의 간판 프로그램 PD들도 속속 파업에 참여하고 있어 YTN, 연합뉴스의 파업으로 그 세를 확장해가는 언론사 동시 파업에 또 한 번의 동력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