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앞을 지나가는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Nancy Grace Roman Space Telescope)의 발사 모습.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Wikimedia Commons).
지난 8월 30일 일요일, 전 세계에서 모인 약 3,000명의 천체물리학자가 기대에 찬 눈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Nancy Grace Roman Space Telescope)이 미국 플로리다 현지 시각 오전 7시 26분 정각에 발사됐다. 최종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맞춰야 했던 불과 30초의 발사 시간대를 정확하게 지켰다. 로먼이 향한 곳은 우주 임무의 ‘올림포스’라 할 만한 영역으로, 현재 운용 중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과 유클리드 우주망원경, 그리고 이미 임무를 종료한 가이아, 플랑크, WMAP만이 지금까지 이곳을 찾았다.
NASA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 발사(NASA 공식 요약)
지구에서 약 150만 km 떨어진, 이 특별한 영역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제2 라그랑주점(L2)이다.
모두에게 열린 망원경
20년 넘게 기다린 끝에, 그리고 임무의 존속 자체를 심각하게 위협했던 여러 차례의 예산 위기를 극복한 끝에 로먼이 우주에 모습을 드러냈다. 로먼에는 엄격한 비용 상한선을 적용했지만, 결국 충분한 여유를 두고 이를 준수했다. 로먼은 가장 큰 망원경도, 가장 비싼 망원경도 아니지만 어쩌면 가장 혁신적인 망원경일 수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이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같은 이전 임무에서는 과학자들이 첫 1년 동안 관측 자료를 독점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누렸지만,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에서는 누구에게도 독점 이용 기간을 부여하지 않는다.
로먼이 수집하는 모든 과학 자료는 로먼 넥서스(Roman Nexus) 시스템을 통해 클라우드에서 일반 대중과 전 세계 과학계에 즉시 무료로 공개된다. NASA에 따르면이 천문대는 지구상의 누구나 자료를 탐색하고 새로운 발견을 찾는 데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에 따라 전례 없는 규모의 자료를 즉시 공개할 예정이다.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Nancy Grace Roman Space Telescope)의 상상도. 출처: NASA.
천체물리학자들의 국제 학술회의
발사를 나흘 앞두고 열린 학술회의에서는 이 임무의 역사를 돌아보고 앞으로 5년 동안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전망을 살펴봤다. 회의장에는 전 세계에서 온 과학자와 공학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대부분 매우 젊은 연구자였지만, 암흑에너지 발견자 가운데 한 명으로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사울 펄머터(Saul Perlmutter)처럼 저명한 원로 과학자들도 자리했다. 펄머터는 로먼 임무를 끊임없이 추진해 온 인물이기도 하다.
회의에서는 2017년 세상을 떠난 닐 게렐스(Neil Gehrels)의 이름도 여러 차례 언급했다.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Goddard Space Flight Center)천체입자물리학 연구소를 이끌었던 그는 이 임무를 확고하게 지지하고 추진한 또 다른 핵심 인물이었다. 실제로 고다드의 시설은 로먼 개발의 중심 역할을 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유럽, 일본, 호주의 100개가 넘는 연구소와 기업, 유럽우주국(ESA)이 개발에 참여했다.
모든 준비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자신감 속에서 NASA는 발사 하루 전, 상징적인 케이프커내버럴(Cape Canaveral) 시설과 매우 가까운 코코아비치(Cocoa Beach)에서 자유롭고 축제 분위기가 넘치는 모임을 열었다. 케이프커내버럴은 미국의 공식 상징인 흰머리수리가 많이 서식하는 자연보호구역이기도 하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온 수천 명 가운데 많은 이들이 가족과 함께 행사에 참석했다. 현장에서는 전염될 듯한 열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우주 임무가 인류가 오랫동안 품어 온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출발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주에서 유일한 존재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로 향하는가?
환호와 큰 기대
다음 날 이른 시간과 뇌우 예보에도 불구하고 NASA의 초청을 받아 발사를 직접 보기 위해 모인 사람은 2,800명이 넘었다. 사람들은 바나나강(Banana Creek) 옆의 좁은 공간에 인내심을 갖고 자리를 잡았고, 망원경 발사와 이를 실어 나른 로켓의 성공적인 회수를 지켜보며 환호했다.
과학계는 약 3개월 뒤 로먼이 먼 우주를 본격적으로 관측하기 시작하면서 쏟아져 나올 방대한 자료를 오래전부터 기대해 왔다. 은하수 중심부에서만 이 임무는 놀라운 선명도와 깊이로 200억 개의 별을 검출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안드로메다은하처럼 대표적인 천체가 자리한 하늘 영역을 전신인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관측해 지도를 작성한다. 또한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관측했던 영역을 다시 살펴보면서 먼 별을 가리는 지구와 비슷한 외계행성을 찾아낼 예정이다.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이 관측할 수 있는 안드로메다은하의 영역을 보여 주는 시뮬레이션. 출처: NASA.
또한 로먼은 미래에 태양과 비슷한 별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 쌍둥이 행성의 모습을 최초로 촬영하는 데 활용할 기술을 우주에서 시험하는 역할도 한다. 로먼은 최첨단 코로나그래프와 영상 안정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수천 시간 동안 몇몇 밝은 별을 추적하면서 별빛을 1,000만 배 억제해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에 있는 행성을 검출할 예정이다. 이 실험은 미래의 생명체 거주가능 세계를 관측할 우주천문대를 개발하는 데 필수적이다. 흥미롭게도 로먼은 넓은 영역을 깊이 관측하는 능력과 좁은 영역을 고대비로 관측하는 능력을 하나의 망원경에 결합했다.
하지만 로먼이 본격적인 관측을 시작하기까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앞으로 12일 동안 쌓인 얼음을 제거하는 건조 작업을 진행하고 별 추적을 위한 여러 조정을 수행한다. 관측 장비를 정렬하고 초점을 맞추며 보정하는 작업에는 43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며, 과학 자료의 품질을 검증하는 데는 90일이 걸릴 전망이다. 따라서 2027년부터 로먼은 지속적으로 관측 자료를 제공할 준비를 마치고, 우리가 우주의 가장 심오한 수수께끼 가운데 일부를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출처] Lanzamiento del telescopio Nancy Grace Roman: relato de un testigo en primera fila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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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도 로렌소 마르틴 게레로 데 에스칼란테(Eduardo Lorenzo Martin Guerrero de Escalante)는 스페인 우주생물학센터(Centro de Astrobiología, INTA-CSIC) 연구교수이자 카나리아천체물리연구소(Instituto de Astrofísica de Canarias, IAC) 소속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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