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미국의 최대 민간건강보험 기업 CEO가 뉴욕 한복판 거리에서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유나이티드헬스케어(UnitedHealthcare)의 CEO인 브라이언 톰슨(Brian Thompson)은 4일,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힐튼 호텔 앞에서 모자와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성에게 총을 맞았다. 보도에 따르면 현장에서 수거한 탄피에서는 ‘부인’(deny), ‘방어’(defend), ‘증언’(depose)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지 언론들은 보험금 지급 거부에 대한 불만을 살해 동기로 추측하고 있다.
유나이티드헬스케어는 미국 포천지가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 중 매출 규모 세계 10위를 차지하는 미국 최대 민간건강보험 기업이다. 브라이언 톰슨은 회사의 보험 부분 최고경영자로 지난해 2810억 달러의 수익을 보고 했으며, 지난 한 해 동안 1020만 달러(약 142억원)의 임금을 받았다.
유나이티드헬스케어 같은 미국의 민간건강보험사들은 진료 접근성을 어렵게 만든다며 환자들은 물론 의사들의 비난을 받아왔다.
공개된 CCTV 화면 갈무리
아직 유나이티드헬스케어의 CEO인 브라이언 톰슨의 암살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살해범이 유나이티드헬스케어가 의료 보장을 거부하거나 중병 치료를 보장하지 않아 어떤 가족이나 개인이 파산에 몰린 것에 분노해 톰슨을 추적했다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보험사들은 치료 요청의 약 7건 중 1건을 거부하며, 종종 해당 치료가 "의학적으로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왔다.
10개 고소득 국가 중 미국은 의료비 지출이 가장 많지만, 건강 결과는 최악이다. 미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다른 산업화 국가들보다 4년 더 짧다.
2억 명이 넘는 미국인이 민간 건강보험에 의존하고 있지만, 중병에 걸리면 종종 버림받아 막대한 의료비를 떠안게 되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 과도한 의료비는 파산의 약 40%를 차지하며, 의료비로 파산에 이르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브라이언 톰슨 유나이티드헬스케어 CEO. 출처 : 유나이티드헬스케어
앤섬(Anthem), 센틴(Centene), 시그나(Cigna), CVS/에트나(Aetna), 휴마나(Humana), 유나이티드헬스케어(UnitedHealth) 등 6대 보험사의 수익은 2010년 이후 4배 이상 증가해 1조 1천억 달러에 달했다. 특히 유나이티드헬스케어, CVS/에트나, 시그나 등 3대 보험사의 총수익은 5배 증가했다.
이들 기업은 도덕적 관점에서, 법적으로 아픈 아이들을 볼모로 삼아 부모가 자녀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를 파산에 몰아넣도록 방치하는 행위를 허용받고 있다.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적어도 조기 사망에 이르는 것은 명백하다.
톰슨을 죽인 범죄자의 책임은 면제될 수 없지만, 이익을 위해 생명을 파괴하고 끝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한 영리 의료 기업 운영자들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출처] The Killing of Brian Thompson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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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헤지스(Chris Hedges)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로, 15년 동안 뉴욕타임스의 해외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중동 지국장과 발칸 지국장을 역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