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가 사용자의 병원 진료와 다른 사적인 순간을 엿들었다. 그리고 합의 결과는 참담했다. 애플은 이제 각 청구자에게 몇 잔의 커피를 살 수 있을 정도의 보상금을 지급하며 입막음을 하려 하고 있다.
2019년 <가디언>은 애플 하청업체 직원들이 병원 예약, 마약 거래, 성생활을 포함한 사적인 대화와 상황을 정기적으로 엿들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녹음은 시리가 특정 단어를 활성화 신호로 잘못 인식해 실수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출처: Unsplash, Firmbee.com
당신의 사생활은 얼마의 가치가 있을까?
아마 20달러 이상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낮은 평가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은 사생활이 돈으로 매길 수 없는, 즉 어떤 대가로도 거래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애플의 시리(Siri)에게 사생활을 침해당한 수백만 명에게는 20달러가 그 대가로 매겨진 금액이다.
1월 초, 애플은 2019년에 미국에서 제기된 집단 소송에서 비롯된 9,500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소송은 애플의 인공지능 비서인 시리가 사용자들의 음성, 심지어 사적인 대화까지도 동의 없이 녹음했다는 혐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사생활 침해에 대한 푼돈
9,500만 달러라는 금액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1인당, 1기기당 약 20달러에 해당하며, 청구를 신청하는 사람의 수에 따라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특히 녹음된 내용의 세부 사항을 고려하면 이 보상금은 모욕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2019년 <가디언>에 따르면, 애플의 하청업체 직원들은 정기적으로 병원 예약, 마약 거래, 성생활을 포함한 사적인 대화와 상황을 엿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녹음은 시리가 특정 단어를 작동 신호로 잘못 인식해 발생한 것이었다. 사람들이 일부러 자신들의 가장 친밀한 순간을 글로벌 IT 거대 기업과 그 하청업체에게 공유하려 했을 리는 없다.
우리는 과거의 “구매자 책임”(caveat emptor) 시대에서 멀리 왔다. 과거에는 소비자 권리와 안전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지만, 사회적 움직임과 소비자 권리 운동, 그리고 노동 운동이 협력하여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보호 장치를 얻어냈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보호 장치는 조금씩 훼손되고 있다.
<버지>(The Verge)의 보도에 따르면, 구글과 아마존 또한 사용자 동의 없이 기밀 대화를 공유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구글은 별도의 소송에 직면하고 있다. 요컨대, 다국적 IT 기업들이 인공지능 비서를 통해 사적인 순간을 녹음하고, 그 녹음이 사람들에게 전달될 가능성을 사용자들이 묵인하거나 무력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점점 정상화되고 있다.
사생활 침해의 대가로 책정된 9,500만 달러는 애플 같은 회사에게는 없어도 될 만큼 작은 금액이다. 애플은 지난해 약 3,91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그중 약 940억 달러가 순이익이었다. 애플, 구글, 메타 같은 거대 기술 기업들에게 사생활 침해는 그저 작은 비용에 불과하다. 집단 소송 합의금은 예산에서 한 줄의 항목일 뿐이며, 침해 행위를 억제하는 데는 전혀 효과가 없다. 소수의 초거대 부유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용자들은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거의 없으며, 기업들은 사생활 경계를 존중할 동기가 제한적이다.
더 큰 문제-당신의 자동차도 포함된다
기술 산업, 그리고 기술이 영향을 미치는 모든 분야는 사생활 보호에 있어 악명이 높아지고 있다. 침해, 아니 노골적인 위반조차 이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월, 필자는 자동차가 사용자들을 감시하고 이 정보를 보험 회사들과 공유하는 교활한 관행에 대해 다룬 바 있다. 물론, 이로 인해 이익을 보는 것은 보험사들이다. 빅테크 감시 네트워크는 우리의 삶 구석구석까지 확장되었다. 스마트폰, TV, 스피커, 초인종, 시계, 자동차, 그리고 인터넷에 연결된 거의 모든 것이 포함된다.
우리가 이러한 침해를 환영하거나 무시하거나, 축소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생각조차 하지 않는 태도는 기업과 정치인들에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익을 얻는다는 명목 하에 우리의 사생활 권리를 침해하도록 허용한다. 이는 피해자 비난처럼 들릴 수 있지만, 개인의 잘못을 묻기보다는 집단적인 저항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더 가깝다. 정치적 또는 소비자 차원에서 풀뿌리 반발이 없다면, 사생활 침해는 통제되지 않은 채로 방치된다. 물론, 우리는 시스템 안에서 제한된 개인적 권한만을 가지지만, 그 권한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자신의 작은 권한마저 포기하며, 이러한 거래를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필자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실리콘밸리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 감옥 같은 파놉티콘을 짓는 일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저기 기기를 하나씩 추가하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 만든 감옥이 완성된다. 결국, 이는 편리하기 때문이며, 모두가 그렇게 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결국, 토스터기를 살 수 있는 다른 곳도 없지 않은가?
애플의 집단 소송 합의금 사례는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합의금과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한 사람들에게 지급되는 보상금은 그야말로 사소하다. 이는 우리가 프라이버시 권리를 내줬으며, 이를 되찾기 위해 싸우거나 침해자를 처벌하는 데 있어 전혀 진지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프라이버시 보호, 시장과 소비자에게만 맡겨선 안 된다
애플의 보상금은 몇 배 더 많아야 하고, 정부는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엄격한 규제를 시행하며, 이를 따르지 않는 기업들에게는 의미 있는 제재를 가해야 한다. 개별 사용자들이 여전히 프라이버시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제품이나 기기 설정을 선택하려고 노력할 수 있지만, 스마트 기기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과 많은 소비자들이 이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 소비자들은 강력한 프라이버시 기준을 시행하는 정부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 기업들에게 소비자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이를 책임감 있게, 직접적이고 명시적인 동의를 얻은 경우에만 처리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요구가 아니다. 이는 숨겨진 이용 약관이나 난해한 설정을 통해 사용자들을 법률적 문구와 기술적 허점을 이용해 착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본적인 요구다.
디지털 시대에 강력한 소비자 보호를 요구하는 것은 지난 세기에 얻어낸 권리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논리적 연속선에 있다. 우리는 이 권리를 파놉티콘 시대의 기술 거대 기업들에게 내줘서는 안 된다. 디지털 시대의 프라이버시 권리를 지키려면 개인들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해야 하지만, 소비자 선택만으로 우리의 집단적인 운명을 결정할 수는 없다. 전 세계 정부들이 강력한 프라이버시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집행해야 하며, 그 노력은 공공의 요구에서 시작된다. 대규모 사생활 침해에 대한 모욕적인 20달러 보상금은 이를 위한 출발점으로 적합할 것이다.
[출처] Congratulations, Your Privacy Is Worth $20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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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모스크롭(David Moscrop)은 작가이자 정치 평론가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