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자 트럼프에 왕관 바친 이재명”... 국제민중행동 “한미 관세·투자 협정 즉각 폐기해야”

국제민중행동 "트럼프 방한 결과보고 및 규탄 기자회견" 현장. 참세상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둔 지난 29일,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 관세 투자 협정을 타결했다. 국내외 노동·사회운동 단체들과 진보정당 등 38개 조직이 참여하고 있는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이하 ‘국제민중동행동’)”은 31일 서울 광화문 미국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가 “약탈자 트럼프에게 왕관을 바치는 협정”으로 “전 세계 노동자 민중에 대한 수탈과 학살에 동조”하고 있다 규탄하고, 이번 관세 투자 협정의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트럼프 방한 결과보고 및 규탄 기자회견", 왼쪽 부터 김혜정(민주노총 서울본부), 김덕수(전국농민회총연맹), 우다야 라이(이주노조), 미류(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 참세상

김혜정 민주노총 서울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정부가 트럼프에게 약속한 대미 투자금의 출처는 “이 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자 국민의 세금”이라며 “국민적 논의 없이 한 나라 예산의 절반 가까운 돈을 미국에 갖다 바치는 것이 어떻게 국익일 수가 있는가”라 묻고, “일자리와 산업 주권 그리고 노동자와 민중의 존엄한 삶이 보장되는 것이 진정한 국익”이라고 짚었다. 김 수석부본부장은 또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결국 세계 곳곳에서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약탈의 정치”라며 정부에 “노동과 산업을 지키는 주권 외교로의 방향 전환”과 “한미 무역협정의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강원도 춘천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인 김덕수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사무처장은 이번 한미 관세협상에서 이재명 정부가 ‘선방’을 했다는 언론과 세평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이번 관세 협상 결과에서 얻은 “국익”과 “실용”이 무엇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김 사무처장은 미국에 직접 현금 투자하기로 한 “2,000억 달러 중 십 분의 일, 아니 이십분의 일만 투자하더라도, 기후재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리 농민들에게 충분한 지원을 할 수 있으며, 최근 시범사업이 추진 중인 농어촌 기본소득을 전체 지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면서 “그것이 진정한 국익이고 실용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28일 대구 성서공단에서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정부의 강제 단속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베트남 이주노동자의 명복을 빌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는 트럼프와 한국 정부 모두 인종주의적 이주 정책으로 이주민·이주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탄압하고 있다면서, “트럼프에 맞선 투쟁은 단순히 정치인 한 사람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보편적 가치인 평등과 연대의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는 “노동자들이 인종과 국경을 넘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향한 희망을 위해서”라며 우리 이주노동자들은 ”이주민 차별과 착취, 낙인 찍기의 분열에 반대하고 평등한 사회 만들기 위해 끝까지 연대하고 싸울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미류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 공동조직위원장도 “APEC의 성공적 개최”를 명분으로 내건 정부 합동 단속으로 “베트남 여성 노동자 뚜안이 사망했다”고 환기하고, “9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의 노동자들이 단속을 당했을 때 한국 정부는 그들이 미국에 얼마나 필요한지 이야기하면서 협상을” 하는 한편, 같은달 “울산의 자동차 부품 공장 단지에서 이주 노동자들을 대거 합동 단속했다”면서 “미국 정부든 한국 정부든 이주 노동자들을 강제 단속하고 내쫓는 이유는 그들이 필요 없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언제든 단속 당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시키고, 그를 통해 노동의 권리를 제압하기 위한 것”이며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지금 트럼프가 바꾸려는 그 신자유주의 세계화 질서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주 노동자를 아무리 강조한들 이것은 결국 이주 노동자의 권리를 탄압함으로써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제압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서 “굴욕 협상이라고도 일컫지만 한화오션은 투자의 기회를 얻어, 반갑고 즐거울 것”이라고 짚었다. 또한 “이번 협상에서 철강 산업은 관세를 별로 깎지 못했다고 안타까워들 하나, 한국의 철강 산업이 한창 수출을 잘할 때 철강 노동자들은 권리를 보장받았는가, 아니다”라며 “몇 년째 현대제철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면서 소송까지 벌였지만 아직도 정규직화되지 못한 현대제철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 “그 철강 용광로에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빠져 죽었다는 것을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류 공동조직위원장은 “이번 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승리했다면 아마 그것은 얼마를 투자했거나 투자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그 숫자들만 보면서 마치 한국 정부가 한국 민중의 권리를 보호하고 옹호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되었다는 점에 있다”면서 “한국에서 문을 닫을 공장, 닫으려는 공장 혹은 닫지 않을 공장들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존엄과 권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우리는 그것을 질문해야 한다”, “무역 협상에 따라서 버려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협상 결과에서도 버려져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노동자의 존엄과 권리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에서 투쟁을 이어가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트럼프 방한 결과보고 및 규탄 기자회견", 왼쪽 부터 박하운(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명숙(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김찬휘(녹색당). 참세상

박하운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활동가도 “경주에 세계 정상들이 모이기 직전 한국에 온 이주 노동자들은 그 자리에서 쫓겨났다”면서 “시민을 몰아내는 권력에 어떤 정당성이 부여될 수 있는가”라고 규탄했다. 그는 “트럼프는 이민자의 나라에서 이민자를 내쫓고, 피부로 와닿는 기후 위기를 거짓이라 말하며, 관세 위협으로 제국주의적 수탈을 되살려 세계 질서를 후퇴시키고 있다”면서 “한국에 온 이민자들이 온전한 시민으로 대우받을 수 있을 때까지, 기후정의가 또 하나의 상품으로 팔리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기준이 될 때까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넘어 세계의 민중이 단결할 수 있을 때까지 학생들이 연대해서 싸우겠다”고 힘 주어 이야기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이번 APEC 여성경제회의 등에서 “여성 폭력 근절과 양질의 돌봄 체계”를 언급했으나, 실제로는 “여성의 불안정 고용과 돌봄 노동의 민간 시장화를 확대해 여성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는 경로에 힘을 싣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며칠 전 정부합동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베트남 이주 여성 노동자를 환기하면서 “그들이 말하는 여성에는 ‘노동자’도 ‘이주민’도 없다”, "APEC에서 논의하는 여성 문제는 대다수 여성들의 인권과 거리가 멀다”, “트럼프의 반이주·트랜스젠더 혐오 정책”은 이주 여성과 성소수자 여성의 존재를 지운다면서 “기업의 입장만을 채택하는 APEC을 중단”하고, “성평등의 관점에서 여성·이주민·성소수자 민중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노력을 하라”고 촉구했다.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는 “미국 전역에서는 수백만 명이 트럼프에 맞서 No Kings(왕은 없다) 시위에 나섰는데, 한국의 대통령이라는 작자가 그에게 왕관을 선물했다”며 이는 “미국 국민 전체를 모욕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조로 팔레스타인에서 집단학살이 지속되는 이 때에 “이재명 대통령이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평화에 큰 기여를 했다고 감사와 존경을 표한 것은 팔레스타인 인민들을 죽이는 것에 함께 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대미 투자 결정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국민을 위해서 쓰여야 될 각종 공적 기금들”이 “미국의 초국적 자본 의 결정에 따라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전세계 민중들을 학살”하는 데 쓰이고, 이를 통해 얻은 이익을 “우리 국민이 나누어 가진다고 해서 기뻐할 수 있겠는가”라고 묻고는 전세계 민중들의 삶을 위협하면서 현대·기아차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한국 대기업과 미국 초국적 자본만을 위한 이번 무역 협상을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방한 결과보고 및 규탄 기자회견", 왼쪽 부터 팅스 챠크(국제민중총회), 솔롱 세노헤(레소토 통합섬유노조), 이사벨 디 카를로 께로(주한 베네수엘라 대리 대사)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민중들과 함께 트럼프와 “약탈적 신자유주의”에 맞선 연대를 실천하고 있는 여러 해외 활동가들도 함께했다.

팅스 챠크(Tings Chak) 국제민중총회(IPA) 활동가는 트럼프 백악관은 “베네수엘라에서 콜롬비아에 이르기까지 민간인을 폭격하고 살상하며, 팔레스타인에서의 집단학살을 계속해서 지원”하는 동시에 “신냉전 체제를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국제사회에서 미국 정부는 “경제적이든, 정치적이든, 군사적이든, 대등한 협상을 하는 정부가 아니며, “주권을 존중하지도 않고, 공동의 가치를 존중하지도 않으며, 그 대신 전 세계 나라들에게 복종과 조공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서 “우리는 아시아와 글로벌 사우스의 많은 정부들이 우리의 권리, 평화롭고 자립적인 발전의 권리를 지키는 대신 미국의 지배에 굴복해 왔음을 보아왔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민중으로서, 우리의 정부가 하지 않는 요구를 우리가 직접 하기 위해, 그리고 한국에 강요된 불평등한 협정들이 상징하는 지배와 종속의 체제를 규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솔롱 세노헤(Solong Senohe) 레소토 통합섬유노동조합 사무총장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영토에 둘러싸여 있는 내륙국 레소토에서는 “문을 닫은 공장들, 고통 받는 가정들, 세계를 입히는 옷을 꿰매며 지쳐가는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의 절규”가 터져 나오고 있다며 “한때 4만 5천 명을 고용했던 레소토의 의류 및 섬유 산업을 이제는 1만 2천 명도 채 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지탱하고 있다”고 밝혔다. 레소토는 ‘리바이스’, ‘갭’ 등 등 미국의 의류 브랜드의 주요 ‘생산기지’ 중 한 곳으로, 미국의 50% 관세 부과 조치 등 “약탁절 무역 정책”의 여파로 국가 경제에 타격을 입고, 노동자 시민들 다수가 커다란 고통을 겪고 있다.

솔롱 세노헤 사무총장은 레소토의 노동자 시민들은 이에 맞서 “남아공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연대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이번 APEC 반대 투쟁에 함께 나선 한국과 전세계 민중들에게도 연대의 마음을 전하는 한편 “미국 정부에 아프리카 성장 및 기회법(AGOA)을 지킬 것과 “인간의 존엄을 중심에 둔 공정한 무역 정책을 촉구해달라”고 청했다.

이사벨 디 카를로 께로(Isabel Di Carlo Quero) 주한 베네수엘라 대리 대사는, 자국의 민중들은 현재 미국이 주도한 1,000건이 넘는 “제재의 어려움을 견디며 저항하고 있다”면서 이 제재들은 “젊은 세대들의 미래를 짓밟고, 가장 근본적인 인권인 “평화롭게 살아갈 권리”를 빼앗고 있다”고 있다고 환기했다. 또한 “미국은 ‘마약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현재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핵잠수함을 배치하고, 1만 명 이상의 병력으로 베네수엘라 영공과 영해를 침범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군사적 충돌을 유도하고 베네수엘라를 침공하기 위한 도발”이며 “제재로 인한 압박을 극복하려는 우리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고, 정권 교체를 꾀하려는 시도”라고 짚었다. 대사는 끝으로 “베네수엘라 국가와 그 자원은 베네수엘라 민중의 것”이며 “우리는 주권 국가로서, 그 자원을 어떻게 사용할지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짚고는 한국사회를 비롯한 전세계 민중들에게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제국주의적 공격에 맞선 연대로 구체적 행동에 함께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트럼프 방한 결과보고 및 규탄 기자회견", 트럼프의 약탈적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선 민중들의 연대를 표현한 퍼포먼스. 참세상

국제민중행동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는 트럼프와 자본의 노예이길 거부한다”면서 “이번 APEC은 트럼프의 관세전쟁 ‘승리 축하연’”이나 “트럼프의 경제 약탈을 완성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을 배제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트럼프에게 왕관을 씌운 이번 협상장을 우리는 단호히 거부한다”라며 “우리는 한미 협상 타결을 인정할 수 없으며 노동자·농민·여성·장애인·이주노동자·성소수자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결의를 밝히고 “민중들의 국제연대로 세계의 왕으로 군림하려는 트럼프에 맞서 싸우자”고 강조했다.

"트럼프 방한 결과보고 및 규탄 기자회견", 팔레스타인 국기를 펼친 활동가. 참세상
기자회견 후 광화문 광장에서 이어진 범시민행동 피켓팅. 참세상

기자회견을 마친 국제민중행동 활동가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APEC 규탄 범시민행동 피켓팅을 이어가고, 오후에는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고공농성 현장과 이랜드노동조합 농성장 등 한국 노동사회운동의 투쟁 현장을 찾았다.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11월 1일에는 경주에서 ‘국제민중회의’와 ‘국제민중대행진’을 진행해 초국적 자본들의 이윤만을 앞세워 전 세계 민중들의 일과 삶을 파괴하는 데 힘을 쏟는 트럼프와 APEC, 이에 동조하는 이재명 정부에 맞선 국제적 연대의 물결을 이어갈 계획이다.

"APEC 반대! 트럼프 반대! 민중 모두의 경제!" 국제민중행동 투쟁일정 웹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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