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뒤덮은 시위, 기회로 여기는 이스라엘

이란 전역을 휩쓰는 이번 시위는 처음 일어난 일이 아니다하지만 이스라엘과 미국 간 전쟁이 계속될 수 있다는 위협은 테헤란이 이번 시위를 실존적 위협으로 인식하게 했다.

"이 시위에 대해 당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건 바로 이거다. 이란인들은 모든 세대가 자유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나서고 있다. 이슬람 정권 외의 삶을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10대들, 1979년에 어린 시절을 폭력적으로 빼앗긴 부모 세대, 이슬람 파시즘 이전의 황금기였던 이란을 기억하는 조부모 세대까지. 이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지금 이건, 한 나라가 세대를 넘어 일어서는 것이며, 그 나라는 스스로를 되찾으려 하고 있다."

 

이번 주말이란 전역에서 반체제 시위가 격화하면서 시위대와 보안군 모두에 의한 대규모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는 보도가 이어졌다현재 이란의 31개 주 중 절반 이상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시위는 12월 28일 테헤란 중심부의 전자상가에서 처음 시작됐다.

상인들은 이란 리알화 가치가 하루 만에 16% 폭락하자 거리로 나섰다리알화는 지난 1년간 84%나 가치가 하락했고, 2011년 미국의 제재로 인해 이란은 석유 수익의 대부분을 잃고 중앙은행도 자금에 접근하지 못하게 됐다이 경제적 파탄은 이란의 중산층 대부분을 무너뜨렸고국민의 약 3분의 1을 빈곤으로 몰아넣었다이스라엘의 6월 공습 이후 국방비 지출이 증가하면서 경제 위기는 더욱 심각해졌다.

이슬람 공화국이 이런 규모의 대중 봉기를 겪은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매번 경제적·문화적 요인이 도화선이 됐다현재 시위는 이전과 비슷한 규모이지만이번에는 테헤란이 미국·이스라엘·유럽과의 전면전” 상황에 놓인 가운데 벌어졌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란 내부에서는 정치적 성향을 막론하고 결정적 전환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테헤란대학교 정치학과 은퇴 교수 아흐마드 나기브자데(Ahmad Naghibzadeh)는 지금은 사실상 체제(system, 즉 통치질서)가 사라졌고남아 있는 공백은 샤 체제 말기의 상황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최근 며칠 사이정부의 부패와 부실 운영에 반대하며 수천 명의 이란인이 평화롭게 행진하는 영상이 공개됐다쿠르드족이 다수인 빈곤한 지방 수도 압다난(Abdanan)에서는 시위대가 이란혁명수비대(IRGC)와 관련된 대형 마트 지점을 점거한 뒤 쌀을 거리 위에 뿌려버렸다.

테헤란 정부는 처음엔 시위 진정을 시도했다이란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Masoud Pezeshkian)은 1월 3일 국민이 불만을 갖는 건 당연하고그건 우리 잘못이다미국을 탓하지 말자고 말했다하지만 1월 8폭력이 터졌다정부청사경찰차모스크가 불탔다.

테헤란 시장은 그날 하루에만 전국에서 은행 50모스크 30곳 이상이 불탔다고 발표했다전국적인 인터넷 차단 조치가 시행됐고국영방송은 보안군 사망자들의 집단 장례식을 내보냈다그러나 차단을 뚫고 병원 병동 안에 누운 채 숨진 시위대의 참혹한 영상이 유출됐다이는 일론 머스크가 활성화한 스타링크(Starlink)를 통해 전송됐을 가능성이 있다《타임》지 보도에 따르면테헤란의 한 의사는 수백 명의 젊은이가 총상을 입고 숨졌다고 증언했다.

"이란 정부에 맞선 시위 속에서 테헤란의 영안실 앞에 시신들이 줄지어 쌓이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는 테헤란 금요예배에서 연설하며외국 세력이 시위에 침투했고 전국적으로 광범위한 파괴 행위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이란 정부는 폭력 사태의 배후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그 근거로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Abbas Araghchi)는 전 CIA 국장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의 1월 2일자 트윗을 인용했다. “거리의 이란인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그들 곁에 있는 모든 모사드 요원들도요.” 이스라엘의 전직 관리들과 싱크탱크 인사들이 모여 활동하는 텔레그램 그룹에서 공유된 스크린샷에는이스라엘이 이번 시위에 어떤 식으로 개입해야 할지를 두고 열띤 논의가 담겨 있었다. “이스라엘은 지원하되직접적인 방식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 언론 지원자금 원조심지어 무기 제공까지 해야 한다.” 이란 정부는 군중 속에서 무기를 쏘거나 급조 폭탄을 공공기관에 던지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했다이 영상들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시위 속에서 폭력을 부추기고 있지 않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도널드 트럼프는 1월 2일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이란이 평화적인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고 잔혹하게 살해한다면 (그건 그들의 관행이다) 미국은 그들을 구하러 나설 것이다우리는 무장 완료 상태이며 언제든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란과의 전쟁 재개를 노리고 있는 이스라엘은 미국이 함께하기를 원하고 있고따라서 테헤란이 트럼프가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전략적으로 이득을 보게 된다그리고 현재 이란은 그 레드라인을 실제로 넘었다.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12일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자국이 이란 내에 100명 이상의 요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이들 중 일부는 드론을 이용해 이란의 방공망을 공격하기도 했다이슬람 공화국은 전국 곳곳에서 모사드(Mossad) 세포들을 체포했다고 주장했지만이스라엘이 현장에 배치한 인력이 전혀 없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이들은 언제든 도발자(agent provocateur)’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출처] As Protests Engulf Iran, Israel Sees an Opportunity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아론 레자 메라트(Arron Reza Merat)는 테헤란 특파원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런던에 거주하고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