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경제학은 여전히 존재해야 하는가?

출처: Unsplash+, Prakasit Khuansuwan

현재 세계가 단 하나의 경제 체제즉 자본주의(정치적 형태는 서로 다르지만)만을 작동시키고 있다는 점에는 거의 의문의 여지가 없다그렇다면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비교 체제적 요소를 전부 버리고오늘날 관찰되는 것만을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그렇게 할 경우 다른 경제 체제를 가르치는 일은 주류 교육과정의 부차적 부분으로 밀려나게 된다예컨대 경제사 과목에서 고대 세계의 경제봉건 경제혹은 공산주의 경제를 다루는 식이다그러나 이러한 내용이 오늘날의 주류 경제학 교육에 과연 설 자리가 있는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비교할 체제가 존재하지 않으니 가르칠 것도 없다는 주장도 있다경제학을 자연과학을 모방하는 학문으로 보는 사람들은현실 세계에 대안적 체제가 존재하지 않는 한 경제학에는 비교 체제 분야가 아예 없어야 하거나적어도 지금은 필요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이 경우 비교는 예를 들어 중국식 자본주의나 서유럽식 자본주의처럼 미국식 자본주의와 일부 측면에서 다른 자본주의를 연구하는 정도로 제한될 수 있다이는 재분배 메커니즘에 대한 강조를 특징으로 하는 자본주의의 다양성’ 문헌과 상당히 가깝다그러나 이 문헌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배나 자산 소유 구조의 차이즉 자본이 공동체나 국가에 의해 소유되는지 아니면 사적으로 소유되는지에 따라 발생하는 분배 차이를 다루지 않는다모든 경우에서 생산이 동일한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조직되기 때문에 이러한 측면을 무시한다내가 말하는 바를 분명히 하기 위해나는 ⟪홀로 선 자본주의⟫(Capitalism, Alone)에서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자본주의란 생산의 대부분이 사적으로 소유된 생산수단을 통해 이루어지고노동이 고용되며경제적 의사결정이 분권적으로 이루어지는 체제다이러한 자본주의 정의는 마르크스와 막스 베버를 따르며생산이 조직되는 방식에 뿌리를 두고 있고이는 시장소득의 분배를 결정한다이 정의는 다양한 형태의 재분배이를테면 억만장자에 대한 과세를 포함하는 재분배와도 완전히 양립 가능하다그리고 모든 경우에서 우리는 자본주의의 다양성이라는 틀 안에 머물며오직 재분배만을 다룬다.

나는 현재 존재하지 않더라도 비교 체제를 가르쳐야 한다고 본다. 경제학을 사회과학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다른 관점을 취한다이들은 경제학의 발전이 과거와 현재의 경제 형성을 모두 이해하는 데 기반한다고 믿는다서로 다른 경제 체제가 어떻게 조직되었는지에 익숙해지는 일은오늘날 존재하는 것의 한계를 넘어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 데 가치가 있다이는 우리가 현재 관찰하는 것을 더 잘 위치 지을 수 있게 해주고미래의 가능한 변화를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사회과학에서의 현재주의는 현 체제를 실체화하고그것을 자연적인 것이자 대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나는 불평등의 경제학을 가르치면서 여러 학기 동안 비교 체제 문제에 직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을 쓴다국가 간 불평등이 아니라 국가 내부의 불평등을 연구할 때나는 ⟪불평등의 담론⟫(Visions of Inequality)에서 했던 것처럼 과거의 위대한 저자들을 검토한 뒤점차 파레토쿠즈네츠피케티 등 현재로 이동한다수업의 마지막에는 현대 미국과 중국의 불평등그리고 몇 가지 최근의 방법론적 혁신을 논의한다이 마지막 부분은 분명히 비교 자본주의의 한계 안에 머문다.

그러나 실험적으로 나는 한 차례 수업(두 시간동안 사회주의 하의 소득 분배와 불평등을 가르쳤다여기에 관심이 있다면 ⟪불평등의 담론⟫ 제7장 첫 부분을 읽어보기를 권한다이 두 시간짜리 수업의 목적은 사회주의 국가들의 지니계수 값을 보여주는 데 있지 않았다목적은 소득 결정의 전혀 다른 논리를 설명하는 데 있었다예를 들어 비숙련 노동이 숙련 노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았다는 점그러한 결정이 정치적·이념적으로 동기화되었다는 점조세가 소득에 비례적으로 부과되어 누진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거의 재분배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점사회적 이전이 중요한 소득 원천이었고 인구학적으로 결정되었으며(나이나 자녀 유무에 따라 지급되었다), 실업급여처럼 경제적 요인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설명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영업에서 암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사적 자본소득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설명했다이마저도 일반적으로 농업즉 소농이 소유한 소규모 경작지로 제한되었다.

이러한 사례들이 보여주듯 사회주의에서의 분배 논리는 자본주의에서의 분배 논리와 전적으로 달랐다여기에 더해 중국 문화대혁명의 경험을 도입하면(나는 이 글에서 이를 논의했다)생산과 분배를 다루는 우리의 현재 방식그리고 그에 따라 가구 소득이 결정되는 방식이 역사적으로 형성된 것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학생들은 사회주의가 단지 불평등이 더 낮은 자본주의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된다사회주의는 분배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조직된 완전히 상이한 경제 체제다나는 이것이 비록 그러한 체제에 동의하지 않고 비효율로 이어진다고 믿는 경우에도 사고의 지평을 넓혀준다고 본다.

그러나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이러한 종류의 연구에 충분한 수요가 있는가나는 확신하지 못한다일부 학생들은 자신들이 익숙하게 논의해 온 것이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분배 체계와 결과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에 이 수업을 좋아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우리는 오늘날의 역사적 단면에 영원히 갇혀 있는 존재가 아니다그러나 다른 학생들은 이 부분을 중복되거나적어도 구체적으로 쓸모없는 것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그들은 왜 봉건제나 노예제 경제에서의 소득 분배 원리를 공부하지 않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참고로 말하자면나는 그 부분에도 두 시간 정도를 할애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 때문에 나는 두 가지 접근법 사이에서 갈등한다. ‘비용은 크지 않다두 시간의 수업이다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나는 즉흥적으로 결정한다어떤 깊은 의미에서는 두 번째 접근이 더 낫다고 믿지만그에 대한 수요가 적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이미 수요가 존재할 때만 무언가를 가르쳐야 하는가아니면 학생들의 시야를 넓혀 수요를 만들어내기 위해수업을 듣기 전의 평범한 학생이 그 유용성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우리가 가치 있다고 믿는 것들을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추신최근 강의계획서는 여기에 있다. 

[출처Should comparative economics still exist?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브랑코 밀라노비치(Branko Milanovic)는 경제학자로 불평등과 경제정의 문제를 연구한다. 룩셈부르크 소득연구센터(LIS)의 선임 학자이며 뉴욕시립대학교(CUNY) 대학원의 객원석좌교수다. 세계은행(World Bank) 연구소 수석 경제학자로 활동한 바 있으며, 메릴랜드대학과 존스홉킨스대학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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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자본주의 분배 사회주의 비교겅제학 경제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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