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자 감형 논란 속 아리셀 2주기…“23명의 죽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2주기를 맞아 유가족과 노동·시민사회단체는 24일 화성 아리셀 공장 현장에서 추모제를 열고 희생자들을 기린다. 이들은 참사 발생 2년이 지났지만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 유해 수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아리셀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2주기를 앞둔 지난 22일에는 참사 현장에 희생자 23명을 기리는 추모 표지석도 설치됐다. 출처: 민주노총

아리셀 참사는 2024년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폭발 사고로 노동자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국내 최악의 집단 산재 참사다. 희생자 다수는 이주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였으며, 이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불법파견과 안전관리 부실,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최근 항소심 재판부는 박순관 아리셀 대표의 형량을 1심 징역 15년에서 징역 4년으로 감형했다. 대책위와 유가족들은 항소심이 유족과의 민사상 합의를 주요 감형 사유로 인정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들은 “23명의 죽음에 대한 공적 책임이 금전적 합의로 경감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대법원에 엄정한 판단을 촉구해왔다.

지난 17일 대법원 앞 기자회견에서 유가족 최현주 씨는 “유족들이 생계를 위해 선택한 합의를 재판부가 ‘피해 회복 노력’으로 해석했다”며 “23명의 죽음과 유가족의 고통을 왜곡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우다야라이 이주노조 위원장도 “23명을 숨지게 한 책임자에게 11년이나 감형해 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대법원 판결은 이주노동자의 생명을 얼마나 무겁게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과 대책위는 박순관 대표가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점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위헌 심판이 받아들여질 경우 재판이 장기간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법원에 항소심 판결 파기와 위헌 신청 기각,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 조속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17일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출처: 민주노총

2주기를 앞둔 지난 22일에는 참사 현장에 희생자 23명을 기리는 추모 표지석도 설치됐다. 표지석에는 “아리셀 참사 희생자 23명을 기억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행동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한국어·중국어·라오스어로 새겨졌다. 유가족들은 이를 시작으로 상설 추모공간 조성도 추진하고 있지만 행정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순희 아리셀 산재피해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표지석 제막식에서 “유가족들의 시간은 2024년 6월 24일에 멈춰 있다”며 “고등법원의 감형 판결을 뒤집고 대법원이 책임자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아리셀 참사를 단순한 화재 사고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건으로 보고 있다. 값싼 노동력에 의존한 불법파견 구조, 이주노동자 차별, 안전보다 생산을 우선한 경영 방식이 겹쳐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실제 대책위는 참사 이틀 전 같은 공정에서 폭발 사고가 있었음에도 작업이 중단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이는 예견된 재난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24일 추모제는 개신교·불교·천주교 3대 종단 기도회를 시작으로 유가족 발언과 노동·시민사회 연대 발언, 헌화 순으로 진행된다. 노동계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책임자 처벌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사회적 기억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아리셀 참사 2주기가 단순한 추모의 날이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과 산업안전 체계 전반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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