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하는 미국 제국의 라틴아메리카 공세

난폭하고 편협하며, 탐욕스럽고 유치한 도널드 트럼프는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 제국주의가 보여 온 오만과 퇴폐의 전 과정을 놀라울 만큼 잘 체현하는 인물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새로운 반동 세력은 민족주의라는 외피를 벗어던졌다. 대신 굴종이 득세하면서, 각국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라틴아메리카 구상에 가장 열성적으로 복종하는 동맹임을 보여주기 위해 앞다투고 있다. 하비에르 밀라니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 출처: 칠레 대통령 페이스북

74, 미국은 건국 250주년을 맞는다. 미국은 처음에는 유럽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려던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의 독립운동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였다. 그러나 곧 이 지역에서 평화와 평등, 민족 자결을 추구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로 떠올랐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미국은 여전히 그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특히 현재의 두 번째 임기 동안 미국은 서반구에서 제국주의의 가장 추악한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포함외교(gunboat diplomacy, 약소국에 대한 무력외교), 일방적인 군사·경제적 공격, 선거 개입, 그리고 미국 국경 안팎의 이주민에 대한 탄압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적대 정책은 되살아난 먼로 독트린을 내세워 추진됐다. <뉴욕 포스트>는 이를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먼로 독트린은 19세기 초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해석이 일정하지 않았지만, 독립을 막 이룬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한때 이를 유럽의 재식민화를 거부하는 선언으로 환영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지배계급은 이 독트린을 자국의 '뒷마당'으로 여긴 라틴아메리카에 개입하는 명분으로 폭넓게 활용했다.

오늘날 미국 제국주의는 결코 전례 없는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자국의 이익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민주·공화 양당이 오랫동안 활용해 온 전략과 전술을 한층 더 공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으며, 그 영향은 전 세계에 파괴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극단적인 조치는 미국의 힘을 과시하는 동시에,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하는 역사적 변화에 대응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제국의 유산

독립을 이룬 미국은 곧바로 팽창주의 국가의 성격을 드러냈다. 미국은 사기와 무력, 자본을 동원해 원주민 공동체와 유럽 식민 세력이 차지하고 있던 인접 지역을 지속적으로 편입했다. 19세기 초 미시시피강 서쪽의 프랑스 영토를 매입해 국토를 두 배로 늘린 뒤에는, 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멕시코 영토의 절반 이상을 빼앗았다. 이어 1898년에는 스페인과의 전쟁을 통해 푸에르토리코, , 쿠바, 필리핀을 차지했고, 이들 지역에 다양한 형태의 직간접 지배를 구축했다. 같은 시기 하와이도 미국에 병합했다.

유럽 열강이 후퇴하자 미국은 20세기 초 수십 년 동안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 지역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며 새롭게 떠오른 미국의 제국적 패권을 무력으로 강요했다. 1903년에는 대양을 연결하는 운하를 건설하고 통제하기 위해 파나마가 콜롬비아에서 분리·독립하도록 배후에서 조종했다. 이어 1910년부터 1934년 사이에는 니카라과, 멕시코의 베라크루스 항구, 아이티, 도미니카공화국을 차례로 침공하고 점령했다.

식민지 정복 이후 라틴아메리카에서 수출된 원자재는 새롭게 형성되던 세계체제의 제국주의 중심부 산업화를 떠받쳤다. 그 결과 라틴아메리카는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묶여 있었고, 급진적 이론가들은 이를 종속이라고 규정했다. 종속이란 한쪽에서는 발전을, 다른 한쪽에서는 저발전과 관련된 조건을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자기강화적 구조를 뜻한다. 이 학파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종속을 단순한 상태나 상황이 아니라, 세계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가치가 이전되고 수탈되는 구조적 메커니즘을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사회적 관계로 이해했다. 따라서 종속적 자본주의는 결함이 있거나 왜곡되었거나 미성숙한 체제가 아니라, 제국주의적 자본주의 발전이 성립하는데 필요한 성숙한 짝이었다.

이러한 질서는 오직 폭력을 통해서만 유지할 수 있었다. 식민지 시대부터 독립 이후까지 제국주의 열강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을 국제 분업 체계의 종속적 위치에 묶어 두었고, 라틴아메리카의 과두 엘리트는 플랜테이션과 자원 채굴 경제를 떠받치는 극심한 인종적 불평등을 유지하기 위해 폭압적인 정권을 세웠다.

이런 조건은 폭넓은 저항의 전통을 낳았다. 카리브 군단(의 반제국주의적 자유주의 운동에서 멕시코 혁명의 농민 봉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투쟁이 이어졌다. 1930년대에는 브라질부터 엘살바도르에 이르기까지 초기 공산당 조직이 잔혹한 탄압을 받았다. 20세기 중반에는 새로운 세대의 민주주의 개혁 세력이 군사독재와 외세 지배, 전제적인 노동관계에 도전했다. 그러나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 시기의 짧은 우호 국면이 끝나자, 미국의 냉전기 라틴아메리카 정책은 극도로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워싱턴은 군사 쿠데타를 배후에서 조종하고 독재 정권을 지원했으며, 고문과 강제실종, 초법적 처형, 집단학살을 자행하는 대반란 진압 체제를 구축했다. 그 결과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만 명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다.

그 결과 1944년 과테말라에서 시작된 민주혁명은 1954년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지원을 받은 군사 쿠데타로 무너졌으며, 칠레에서도 1973년 같은 운명을 맞았다. 그 사이 1959년 쿠바 혁명은 무장투쟁을 통해 민중 권력을 쟁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세계 각지의 혁명운동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피그스만 침공을 감행했지만 실패했고, 이후 비밀공작과 경제전을 벌여 쿠바 정부를 약화하려 했다. 남아메리카에서는 미국이 콘도르 작전을 지원해 1960~70년대 쿠데타로 집권한 우호적인 군사독재 정권들과 협력했으며, 이들 정권에 반대하는 망명자와 반체제 인사를 암살하는 대륙 차원의 작전을 뒷받침했다.

1979년 니카라과에서는 산디니스타 혁명이 승리했다. 미국은 이후 10년 동안 산디니스타 정권을 무너뜨리고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에서 민족해방을 위해 싸우던 게릴라 세력을 저지하기 위해 대규모 대반란 작전을 벌였다. 미국은 군사독재 정권과 준군사조직에 군사원조와 무기, 훈련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직접 전투병력을 투입해 정권 교체 작전도 수행했다. 1983년에는 그레나다를 침공했고, 1989년에는 파나마를 침공했다.

이러한 반혁명 전쟁은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시장 자유화와 민영화 체제를 구축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라틴아메리카는 자유무역협정,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프로그램, 안보 협력 협정을 통해 세계화된 경제에 다시 편입됐으며, 이러한 제도들은 초국적 자본이 라틴아메리카의 천연자원과 노동력, 전략적 요충지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했다. 전통적인 자원 채굴 중심의 경제에 더해, 라틴아메리카 경제는 저임금 소비재 수출기지와 이주노동 공급지로 재편됐다. 특히 이주노동은 범죄화된 상태에서 미국 노동시장의 가장 열악한 부문으로 흘러 들어갔고, 이들이 본국으로 보내는 송금은 카리브해 지역 여러 나라에서 가계 소득과 외화 수입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칠레처럼 총칼의 위협 속에서 신자유주의를 강요받은 나라가 있는가 하면, 다른 나라에서는 민주화와 맞물려 신자유주의가 도입됐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에서 신자유주의 패권은 언제나 동의보다는 강압에 의존했다. 구조조정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비공식 노동을 확대했으며 환경 파괴를 가속했다. 이에 맞서 민중 부문에서는 전투적인 저항이 잇따랐다. 21세기에 들어서는, 이른바 '핑크 타이드(Pink Tide)'라 불리는 새로운 좌파·진보 정당들이 잇달아 집권했다. 이들은 지역 차원의 대항적 무역·외교 블록을 구축하고, 사회정책을 확대하며, 부를 재분배하거나, 나아가 자본주의적 생산관계 자체에 도전하려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예상대로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양측의 일관된 적대에 직면했다.

조지 H. W. 부시 행정부 시기 미국은 2002년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를 축출하려 한 쿠데타를 지원했지만 실패했고, 2004년에는 아이티의 장베르트랑 아리스티드를 축출한 쿠데타에 개입했다. 2009년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온두라스의 마누엘 셀라야(를 축출한 쿠데타를 사실상 정당화했다. 트럼프는 첫 번째 임기 동안 베네수엘라와 쿠바에 '최대 압박제재를 가해 두 나라를 질식시키려 했다. 조 바이든은 이 제재를 그대로 유지했고, 그 결과 인도주의적 위기와 대규모 이주가 심화했다. 동시에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마코 루비오의 남부 플로리다식 보복 구상을 현실화하는 기반이 되었다.

트럼프 2

2025년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했을 무렵에는 세계 경제위기와 팬데믹 불황이 남긴 불안정한 여파,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현실이 전 세계 반동 세력의 자신감을 키우고 있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내부 모순과 구조적 한계, 그리고 반민주적 개입으로 점차 약화한 좌파에 맞서 노골적인 반자유주의 우파가 빠르게 세력을 확대했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는 가운데, 새로운 반동 세력은 더 이상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척조차 하지 않는다. 대신 굴종이 지배적인 태도가 되었고, 각국 지도자들은 트럼프가 라틴아메리카에서 추진하는 구상에 가장 충성스러운 하위 파트너임을 보여주기 위해 앞다투고 있다.

202611월 발표된 국가안보전략에 따르면, 트럼프의 구상은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세계 질서가 다극화되는 상황에서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자원적 지배력을 다시 확립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우방에는 보상을 제공하고, 적대 세력으로 간주하는 국가들은 약화하려 한다.

이러한 목표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가 공유하는 초당적 노선이며, 여러 세대에 걸쳐 형성된 미국 제국주의의 공통된 합의에서 나온 것이다. 다만 이를 실행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공화당은 무력 개입을 중시하는 한편, 종교적 보수세력과 과두 엘리트, 군부를 전통적인 우군으로 삼아 왔다. 반면 민주당은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와 같은 가치를 활용하는 소프트파워 전략을 선호했다. 이를 통해 좌파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고 신뢰를 떨어뜨리며 자금줄을 차단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수용하기 쉬운 중도우파 세력을 지원했다. 물론 두 정당 모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무력을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의 방식은 유난히 노골적이고 거칠다는 점이 특징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소프트파워 전략을 사실상 완전히 폐기했다. 오늘날 미국은 카리브해와 태평양에서 초법적 살해 작전을 벌여 어민과 인신매매 피해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포함해 200명 이상을 숨지게 했다. 또한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현직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납치하고, 사실상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을 장악했다. 미국은 멕시코 정부의 동의 없이 중앙정보국(CIA)을 투입해 현지 야권 정치인들과 비밀공작을 조율했으며, 쿠바를 상대로는 정부 전복을 목표로 한 파괴적인 경제전을 벌이는 동시에 군사행동이 임박했다는 위협도 가하고 있다.

역사학자 그레그 그랜딘이 지적했듯이, 라틴아메리카는 오랫동안 미국 제국이 후퇴한 뒤 전열을 재정비하고 다시 공세를 준비하는 무대였다. 이러한 양상은 쿠바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베트남전 이후 미국이 중앙아메리카를 새로운 개입 무대로 삼았던 것처럼, 트럼프는 이제 이란(Iran)에서의 패배를 만회하기 위한 대상으로 쿠바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쿠바는 오랫동안 냉전 강경파와 쿠바계 망명 공동체 강경 세력이 반드시 차지해야 할 목표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부과한 불법 제재와 치명적인 연료 봉쇄로 인해 쿠바는 전례 없는 인도주의적 재난에 빠졌다고 글은 주장한다. 쿠바는 최근 플로리다에서 출발한 준군사조직의 침투도 격퇴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행동도 "선택지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은 아메리카 방패 군사동맹을 통해 이미 우파 극우 성향의 우방 정부들과 합동 군사작전을 수행하며, 이 지역 전반에 걸친 이른바 '마약 테러리스트'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다양한 국내외 범죄조직을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했고, 이를 통해 마두로 납치와 고속정에 대한 공습 같은 군사행동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외관을 마련했다.

이러한 명분 아래 미국은 에콰도르와 콜롬비아 국경지대에서 폭격 작전에 참여했다. 그러나 공격 대상은 결국 무장조직이 아니라 낙농업에 종사하는 농민들로 드러났으며, 이는 좌파 성향의 페트로 정부를 상대로 한 무모한 도발이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중앙아메리카에서도 유사한 협정을 추진하며, 지금까지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개입을 거부해 온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정부의 멕시코에 미군 지상군의 주둔을 받아들이도록 압박하고 있다. 613일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의 새 친미 정부와 공동으로 수행한 작전이라며, 갱단 두목으로 지목한 인물을 겨냥한 공습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온두라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 법원에서 마약 밀매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직 대통령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를 사면하면서,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명분이 허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냈다. 실제로 이러한 군사 배치는 분명한 정치적 목적을 띠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온두라스의 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승리하도록 노골적으로 개입했으며, 앞으로 치러질 브라질 선거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동시에 트럼프는 대규모 이주민 추방과 입국 배제 정책을 더욱 강화했다. 그는 잔혹한 장면을 공개적으로 연출해 수십 년 동안 미국 경제의 핵심 산업을 떠받쳐 온, 범죄자로 낙인찍힌 유색인 노동계급 이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모욕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망명 심사를 중단하고 이민 규제를 강화했으며, 미국 주요 도시에 연방 병력을 투입한 데 이어, 베네수엘라 출신 이주민 약 250명을 악명 높은 엘살바도르 교도소로 보내 고문 위험에 노출했다. 또한 라틴아메리카와 중동 등 여러 지역에서 온 이주민들을 아프리카의 낯선 제3국으로, 정기적으로 추방하고 있다.

세계적 위기가 겹치면서 서반구에서 사람과 자본의 이동 방식이 변화하는 가운데, 트럼프의 노골적인 태도와 잔혹한 정책은 미국 제국주의 권력의 가장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호전적 쇠퇴

급변하는 지정학·지경학 환경 속에서 트럼프는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급진적인 개입을 지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변화는 미국의 대응 속도를 앞서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제국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유럽 식민제국으로부터 패권을 넘겨받았던 미국은 이제 라틴아메리카 시장에 대한 경제적 지배력이 약해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 사이 중국은 이 지역에서 무역과 투자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브라질과 같은 대규모 경제권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 되었으며, 트럼프의 대표적인 우방인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과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조차 중국이 추진하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세계적 위기에 빠진 이후 미국은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광범위한 다자간 지역 자유무역체제를 구축하려는 구상을 사실상 포기했다. 트럼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1기 행정부에서 체결했던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서마저 탈퇴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대신 그는 끊임없이 바뀌는 관세 체계를 일방적으로 도입하는 한편,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 개별 국가들과 소수의 양자 협정을 체결하는 데 집중했다.

미국은 한때 라틴아메리카에서 새로운 지역 지도국으로 떠오른 데 이어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격적인 패권국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오늘날 라틴아메리카에서 제국으로서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조짐이 나타나자, 미국은 위험할 정도로 공격적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자본과 원조나 투자를 통해 경쟁하기보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앞세워 지배력을 유지하려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모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행보는 미국이 오랫동안 안고 있던 모순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으며, 남아 있는 미국의 신뢰마저 무너뜨리는 동시에 국제사회의 양극화와 새로운 세력 재편을 가속하고 있다.

난폭하고 편협하며, 탐욕스럽고 유치한 트럼프는 미국 제국주의 쇠퇴의 모습을 놀라울 만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인물이다. 그의 지휘 아래 미국의 대외정책은 노골적인 탐욕과 파괴적 충동이 뒤섞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현재의 위기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는 아직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건국 250주년을 맞은 오늘, 미국 제국은 분명 세월의 무게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출처US Empire’s Belligerent Decline in Latin America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힐러리 굿프렌드(Hilary Goodfriend)는 멕시코시티에 있는 멕시코국립자치대학교의 박사후연구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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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라틴아메리카 쇠퇴 미국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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