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 기법으로 얼음 위성의 생명 가능성을 탐색하다

미래의 탐사 임무는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Enceladus)처럼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환경에서 시료를 채취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NASA/JPL/Space Science Institute

새로운 천문관측시설과 우주 탐사 임무는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지만 오랫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태양계 환경을 탐사하고 있다. 토성의 엔셀라두스(Enceladus)와 목성의 유로파(Europa) 같은 얼음 위성은 얼어붙은 외각 아래에 바다를 품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두꺼운 얼음층이 우주 탐사선의 직접적인 시료 채취를 가로막고 있다.

이러한 얼음 위성을 탐사하는 일은 마치 법의학 조사와 비슷하다. 위성의 표면에는 접근할 수 없는 내부를 보여 주는 부분적인 기록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내부를 직접 관측하지 않고도 그 아래에 생명의 증거가 있는지를 밝혀낼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

나는 행성과학자이며, 연구팀과 함께 시료에서 발견한 분자의 종류와 그 분포 양상을 바탕으로 특정 환경이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는 도구를 개발했다.

생명이 남긴 지문을 찾다

생명 탐색은 흔히 유기분자(organic molecule)에서 시작한다. 유기분자는 지구 생명체를 이루는 탄소 기반 분자다. 그 가운데 특히 중요한 분자군은 아미노산(amino acid)과 지방산(fatty acid)이다. 세포는 아미노산으로 단백질을 만들고, 지방산은 세포막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분자는 생명체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비생물학적 화학 반응도 이들을 생성할 수 있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소행성과 운석에서도 이러한 분자를 발견했다.

따라서 특정 행성 환경에서 아미노산이나 지방산을 검출했다고 해서 그것이 생명체가 만든 것인지, 아니면 비생물학적 과정에서 생성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연구자들은 이를 구별하기 위해 추가적인 증거를 찾아야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분자의 손성(handedness), 카이랄성(chirality, 거울상 영상에 서로 겹질 수 없는 분자 구조)’이다. 일부 아미노산은 서로 거울상 관계를 이루는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비생물학적 과정은 보통 두 형태를 거의 같은 비율로 생성하지만, 지구 생명체는 대부분 왼손형 아미노산만 사용한다. 따라서 한쪽 형태가 압도적으로 많다면 생명 활동을 시사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단서는 분자를 이루는 원소 안에서 무거운 동위원소와 가벼운 동위원소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일반적으로 생명체는 더 가벼운 동위원소를 선호해 이용한다.

이 두 가지 단서는 모두 강력한 생명 지표이지만, 우주에서 측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러한 측정에는 매우 민감한 장비와 오염되지 않은 시료가 필요하며, 우주 탐사선이 확보할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시료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현재와 미래의 탐사 임무는 더 제한적이지만 여전히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바로 어떤 분자가 존재하는지와 각 분자가 얼마나 존재하는지를 보여 주는 목록이다. 우리 연구는 연구자들이 이러한 비교적 단순한 정보만으로도 분자의 화학적 기원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다양성을 분석하다

생명체는 단순히 특정 분자를 만들어 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생명체는 고유한 패턴으로 분자를 만들어 낸다. 살아 있는 시스템은 복잡하고 생성하기 어려운 분자일지라도 특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에너지를 투자해 합성한다. 예를 들어 단백질은 비교적 복잡한 아미노산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아미노산이 필요하다. 비생물학적 화학 반응도 아미노산을 만들 수 있지만, 대체로 더 단순한 아미노산만 생성한다.

우리 몸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아미노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비생물학적 화학 과정도 아미노산을 생성할 수 있으므로, 시료에서 아미노산이 발견됐다고 해서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우리 연구에서는 이러한 분자들이 생명지표(biosignature)로 활용할 수 있는 통계적 패턴을 남기는지 조사했다. 생명지표는 생명체의 존재를 시사하는 측정 가능한 단서를 뜻한다.

이 개념을 정량화하기 위해 우리는 생태학(ecology)에서 사용하는 다양성 이론(diversity theory)을 활용했다. 생태학자는 특정 생태계에 몇 종의 생물이 존재하는지만 조사하지 않는다. 각 종이 어떻게 분포하는지도 함께 분석한다. 즉 소수의 매우 흔한 종이 군집을 지배하는지, 아니면 많은 종이 비슷한 개체수로 존재하는지를 살펴본다. 다양성 이론은 종 목록을 작성하는 동시에 각 종이 얼마나 우세한지도 함께 평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논리를 분자에도 적용했다. 아미노산과 같은 하나의 분자군 안에서 각각의 분자를 생태계의 한 종으로 간주하고, 각 분자의 존재량을 측정했다. 우리가 알고 싶었던 것은 다음과 같은 질문이었다. 특정 분자 혼합물은 여러 종류의 분자가 고르게 분포하는가, 아니면 소수의 분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가? 그리고 이러한 분포 패턴은 그 분자를 만든 과정이 생명 활동인지 비생물학적 과정인지를 반영할 수 있는가?

이 방법을 검증하다

우리는 이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매우 폭넓은 자료를 수집했다. 이 자료에는 운석, 소행성 탐사 임무에서 확보한 시료, 비생물학적 화학 반응을 모사한 실험실 시료, 현대 생물, 퇴적물, 고대 화석, 그리고 지구의 다양한 환경에서 채취한 시료에 포함된 아미노산이 모두 포함됐다. 이후 우리는 지방산에 대해서도 같은 분석을 수행했다.

아미노산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확인했다. 생물학적 시료에는 복잡한 아미노산이 많이 포함돼 있었으며, 그 비율도 단순한 아미노산과 비슷했다. 반면 비생물학적 시료는 일반적으로 더 단순한 구성을 보였다. 다시 말해, 단순한 분자가 훨씬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 결과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생명체가 복잡한 분자를 생성하는 데 필요한 화학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면, 그러한 복잡한 분자를 더 많이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반면 비생물학적 화학 반응은 훨씬 제한적이며 무작위로 생성하기 쉬운 분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복잡한 분자는 비생물학적 조건에서는 형성할 가능성이 훨씬 낮다.

지방산에서는 반대이지만 마찬가지로 의미 있는 패턴이 나타났다. 지방산 사슬은 살아 있는 세포의 세포막을 이루는 주요 구성 요소다. 우리는 생물학적 시료에서 지방산 사슬의 길이가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 비생물학적 시료에서는 지방산 사슬 길이가 훨씬 더 넓게 분포했다.

지방산(fatty acid)은 탄소와 수소가 사슬 형태로 연결되고 끝부분에 산소를 포함한 작용기가 결합한 분자다. 출처: 이너스트림(Innerstream)/위키미디어 커먼스

아미노산 분석과는 달리 비생물학적 시료가 지방산에서는 더 높은 다양성을 보였지만, 지방산 사슬 길이의 이러한 특징은 우리 연구의 핵심 가설을 뒷받침했다. 즉 생명체는 기능에 맞추어 분자 혼합물의 구성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하면 분자의 다양성은 새로운 형태의 생명지표(biosignature)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방법만으로 생명체의 존재를 입증할 수는 없으며, 다른 측정 결과와 함께 해석해야 한다. 그러나 우주 탐사선이 가장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자료, , 각 분자의 존재 비율을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이라는 장점이 있다.

태양계와 그 너머에서 생명을 찾다

미래의 우주 탐사선은 생명체가 실제로 존재하더라도 온전한 생물학적 물질을 발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탐사선은 오히려 행성 표면의 가혹한 환경에서 변형된 분자의 화학적 흔적을 발견할 가능성이 더 높다.

다음으로 우리는 이러한 다양성 신호가 과학자들이 탐사 대상으로 삼는 극한 환경, 예를 들어 유로파(Europa) 표면에서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 알고자 했다. 유로파 표면은 목성 자기장에 포획된 고에너지 입자의 지속적인 충돌을 받으며, 이러한 입자들은 서로 다른 유기분자를 서로 다른 속도로 분해할 수 있다.

NASA의 유로파 클리퍼(Europa Clipper) 탐사선은 목성의 위성 유로파(Europa)를 공전하며, 유로파가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한 다양한 관측을 수행할 예정이다. 출처: NASA/JPL-Caltech.

우리는 이러한 환경에서 분자들이 어떻게 분해되는지를 모의 계산했다. 그 결과 분자들이 수 센티미터 두께의 얼음 아래에 묻혀 있다면 다양성 신호는 수천 년 동안 식별 가능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 신호가 영구적으로 보존되는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매우 최근에 형성한 시료일 필요도 없다.

우리의 연구 결과는 어떤 경우에는 개별 분자가 이미 분해되기 시작한 뒤에도 생명체가 남긴 패턴을 여전히 식별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번 연구가 전달하는 핵심 메시지는 생명체가 화학적 구성을 조직하는 방식은 그 구성 요소들이 변형된 뒤에도 흔적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살아 있는 시스템은 생물학적 필요에 따라 분자를 배열하는 반면, 비생물학적 화학 반응은 대체로 가장 쉽게 생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이러한 조직화가 행성 물질 속에서도 유지된다면, 미래의 우주 탐사선은 생명의 구성 요소뿐 아니라 생명체가 남긴 더 깊은 통계적 패턴까지도 탐색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Scientists used a method from ecology to identify whether icy moons could hold conditions for life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기드온 요페(Gideon Yoffe)는 바이츠만 과학연구소(Weizmann Institute of Science) 행성과학 박사후연구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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