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 이후 소방 안전 강화를 약속했던 쿠팡에서 5년 만에 대형 화재가 다시 발생하자 노동계가 "비용 절감과 속도 중심 경영이 또다시 참사를 반복시켰다"며 정부의 전수조사와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특히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단순한 사고 규탄을 넘어 '메자닌' 구조를 비롯한 물류센터 전반의 안전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출처: 국회 생중계 화면 갈무리
공공운수노조와 윤종오 진보당 의원,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쿠팡대책위)'는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6년 7월 18일 발생한 인천 석남 물류센터 화재는 2021년 덕평물류센터 화재와 구조적 원인이 판박이"라며 "정부는 쿠팡 물류센터 전반에 대한 철저한 원인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이번 화재를 단순한 과실이 아닌 물류센터의 구조적·제도적 허점이 낳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핵심 쟁점은 '메자닌(Mezzanine)'으로 불리는 다층 선반 구조다. 메자닌은 적재 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건물 내부에 여러 층의 작업 공간을 만든 시설이다. 원래는 물류설비로 분류되어 바닥면적 산정에서 제외되는 등 건축 규제를 덜 받는다.
그러나 노동계는 쿠팡이 이 공간을 단순 물품 보관용이 아닌 노동자가 상시 근무하는 작업장 및 사무공간으로 활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건축법상 '중층'으로 간주해 바닥면적에 포함하고 정식 건축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러한 절차가 생략되었다는 것이다. 노조는 국토교통부 역시 2025년 "사람이 상주하여 작업하는 공간으로 사용할 경우 적층식 랙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계는 다층 선반 구조가 화재 위험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했다. 공간을 촘촘히 나누어 물건을 적재하다 보니 내부 구조가 복잡해져 화재 발생 시 소방대 진입과 노동자 대피가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공기 순환이 방해받아 여름철 온열질환 위험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이러한 구조가 건축법과 소방법의 규제 사각지대를 이용해 확산된 만큼, 물류센터 안전기준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숙련된 소방관조차 파악하기 힘든 복잡한 공간으로 첫 출근을 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투입되고 있다"며 "대형 참사가 반복되기 전에 쿠팡 물류센터의 고용구조를 개선하고 모든 노동자에게 실효성 있는 안전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류센터는 지역 주민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만큼 전국 대형 물류센터에 대한 전수조사와 메자닌 구조에 대한 엄정한 행정조치가 시급하다"며 "쿠팡이 정말 꺼야 할 것은 불길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안전보다 속도와 비용을 우선시하는 구조적 위험"이라고 비판했다.
정동헌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이번 화재는 2021년 덕평물류센터 사고의 재판"이라며 "과도한 적재를 위해 설치한 메자닌 구조가 화재 초기 진압을 가로막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생명보다 로켓배송이 우선인지 묻고 싶다"며 "사고 당일 야간조 노동자들에게 출근 직전에야 타 센터 출근을 통보하는 등 전환배치 과정에서도 노동자의 의사가 완전히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와 국회 청문회에서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현장 내 휴대전화 반입 제한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며 조속한 개선을 요구했다.
김혜진 쿠팡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덕평 화재 이후 법정 기준을 넘어서는 소방설비를 갖췄다고 공언했음에도 또다시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것은 그간의 대책이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증명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노조가 메자닌 구조와 방화벽 앞 무단 적재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으나 사측은 이를 묵살했다"며 "물류센터에는 지금보다 훨씬 엄격한 화재 예방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쿠팡은 피해 주민들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정당하게 배상해야 하며, 대관 로비를 통해 사태를 무마하려는 태도를 버려야만 실질적인 재발 방지책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 노동자들은 화재 이후 사측의 미흡한 대응 방식도 문제 삼았다. 화재 당일 오후조 노동자들은 출근 여부 공지를 기다리다 셔틀버스 이용 시각을 놓쳤고, 뒤늦게 임시배치 문자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출근하지 못한 노동자들은 결근 처리되거나 개인 연차를 써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임시배치 과정에서도 센터 배정 기준, 셔틀 운행 노선, 향후 근무 일정 등에 대한 안내가 부실해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었다고 증언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쿠팡을 향해 "화재 발생 물류센터 노동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과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전환배치를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끝으로 이들은 "노동자가 안전한 일터라야 지역주민도 안전할 수 있다"며 정부 당국과 지자체, 정치권이 철저한 원인 규명과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즉각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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