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사회적 교섭 추진을 앞두고 실시한 조합원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7.8%가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기존 노사정 사회적 교섭기구(경제사회노동위원회, 경사노위)에 대한 불신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참여를 두고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29일 조합원 4,863명이 참여한 사회적 교섭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는 지난 8월 21일부터 9월 11일까지 진행됐다. 사회적 교섭 추진에 ‘매우 찬성’한다는 응답은 51.5%, ‘찬성’은 36.3%로 모두 87.8%였다. 반대와 매우 반대는 각각 3.4%, 1.9%였다. 설문 문항은 “AI 도입 등 산업 대전환기를 맞아 자본과 정부의 일방적인 노동통제 정책을 막아내고 노동기본권을 보호·확장하기 위해 사회적 교섭을 주동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는 설명을 제시한 뒤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설문 결과에서 기존 사회적 대화에 대한 경계는 뚜렷했다. 응답자들은 기존 노사정 사회적 교섭의 가장 큰 한계로 ‘사회적 합의의 구속력과 이행의 한계’ 26.8%, ‘정부의 일방적 진행으로 노동계가 들러리로 전락’ 25.3%를 꼽았다. 비정규직·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요구가 제대로 대변되지 못했다는 응답도 14.3%였다.
사회적 교섭 반대 이유에서도 비슷한 불신이 확인됐다. 반대 이유로는 ‘결국 정부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들러리가 될 것’이라는 응답이 37.8%로 가장 많았고, ‘자본과 언론의 공세 속에서 민주노총이 고립되고 양보를 강제받을 것’이라는 응답이 26.5%로 뒤를 이었다. 정부의 지배·개입과 포섭 가능성 16.5%, 투쟁력 약화 우려도 13.6%였다.
사회적 교섭에 찬성하는 응답이 압도적이지만, 어떤 방식의 교섭이어야 하는지에서는 기존 경사노위 운영 방식과 상당한 거리가 드러났다. 민주노총이 제시한 추진 원칙 가운데 응답자의 42.1%는 ‘표결이 아닌 합의제 운영’을 가장 우선해야 한다고 답했고, 37.0%는 산별노조의 직접 참여 보장을 꼽았다. 사회적 교섭 기구의 명칭 변경을 선택한 응답도 19.1%였다.
출처: 민주노총
교섭 의제로는 ‘AI·산업전환에 따른 노동자 참여와 고용·노동권 보호’가 60.6%로 가장 높았고, 불평등·양극화 해소 40.2%, 비정규직 문제 해결 37.9%가 뒤를 이었다. 사회적 교섭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에서도 56.7%가 ‘민주노총의 노동정책 개입력을 확보해 협상과 투쟁을 병행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는 사회적 교섭에 대한 지지가 정부 정책과의 타협 자체보다는 노동계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직접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요구와 결합해 있음을 보여준다.
민주노총은 오는 10월 7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사회적 교섭 추진과 경사노위 참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합의제 운영, 산별 참여, 명칭 변경 등을 경사노위 참여의 원칙으로 제시해 정부와 협의해 왔다. 한편 경사노위 참여 여부와 별개로 민주노총은 이미 메가특구특별법의 노동 특례를 논의하는 별도의 ‘원 포인트 사회적 대화’에는 참여하고 있다.
결국 이번 설문에서 확인된 것은 사회적 교섭이라는 방식 자체에 대한 높은 지지인 동시에 기존 노사정 대화 구조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었다. 특히 조사 문항이 경사노위 복귀를 직접 묻지 않았다는 점에서 87.8%라는 수치를 경사노위 참여에 대한 찬성률로 등치하기는 어렵다. 사회적 교섭 참여 여부는 물론 정부가 합의제 운영과 산별 직접 참여, 합의 이행을 실제로 보장할 수 있는지가 향후 민주노총 내부 논쟁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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