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은 신속하게, 배달은 안전하게"
배달라이더 노동자들이 "광장의 시민이 주문한 민주주의를 배달"하는 행진을 시작했다. 라이더들은 전국 곳곳에서 '윤석열 탄핵'과 '민주주의 구현'을 요구하는 노동자와 시민의 메시지를 '픽업'해 헌법재판소로 '배달'할 계획이다.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와 시민 모두가 '평온한 일상을 누릴 권리'도 '민주주의'라며, 지역 배달라이더를 비롯한 노동자, 시민의 절실한 요구들을 모아간다.
창원에서 전국대행진을 시작하는 배달라이더 노동자들. 라이더유니온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소속 배달라이더 노동자들은 14일 오전 11시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배달라이더 전국대행진'의 출발을 알렸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이번 행진을 통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 평온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라이더들의 요구가 실현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대한민국 시민들이 요구하는 민주주의의 주문이 헌법재판소의 주문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배달라이더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이준서 화물연대본부 부위원장은 위험 속에 일을 하는 배달라이더들과 화물 노동자들의 현실을 짚고, "목숨을 걸어야 입에 풀칠할 수 있는 이 나라가 나라가 맞는가. 윤석열 퇴진과 정권을 비호하는 자본, 그들을 위한 착취구조를 무너뜨리기 위해 함께 싸우겠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노동자들도 이번 행진에 방송차 등을 지원하며 함께한다.
행진을 시작하는 배달라이더 노동자들은 결의문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말했던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고자 한다. 잘못을 했으면 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공정이고 상식이다. 우리는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과태료도 내고 벌점도 받는다. 억울한 부분은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시하지, 누구처럼 그 어떤 처분도 거부하는 파렴치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라이더들은 "지금 우리는 허기를 달랠 한 끼 식사에 앞서, 우리의 미래를 위한 민주주의를 배달하려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폭발적으로 늘어난 주문은 바로 민주주의다. 우리 라이더들이 전국을 돌며 민주주의 주문을 하나하나 픽업해 최종 목적지 헌법재판소로 배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우리가 탄핵해야 하는 것은 윤석열 정권과 함께 노동자를 착취하고 위협으로 내모는 기업들의 잘못된 행태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 우리의 안전할 권리와 행복을 위한 민주주의를 우리의 힘으로 직접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참여자들은 "윤석열 체포 구속, 탄핵하라", "배민 쿠팡 착취갑질 탄핵한다", "민주주의와 노동자 권리를 지켜내자", "유상보험 의무화, 배달 안전운임 즉각 도입하라"고 소리 높여 함께 외쳤다.
배달라이더 전국대행진 일정. 라이더유니온
이들은 14일 오전 경남 창원을 시작으로, 부산, 울산, 대구, 구미, 대전, 수원 등을 거쳐 18일 서울의 윤석열 대통령 퇴진 광장을 향한다. 라이더들은 이번 전국대행진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전국의 노동자와 시민의 목소리와 함께, '유상보험 의무화, 배달 안전운임 도입' 등 안전한 노동을 바라는 지역 배달라이더들의 고민을 모아간다. 각 지역 배민 사업장과 서울 본사를 찾아가 '라이더를 존중하는 배민의 민주주의'를 촉구할 계획이다.
행진 중에는 각 지역에서 생을 걸고 투쟁하는 여러 노동자와 시민들과의 연대도 이어갈 예정이다. 16일에는 박정혜·소현숙 해고노동자가 고공농성 중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 공장에서, 17일에는 조선하청노동자들이 농성 중인 한화그룹 본사 앞에서 투쟁하는 노동자·시민과 함께한다.
한편, 이번 배달라이더 노동자들의 행진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응원 물결도 이어지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2000여 명의 시민들이 2500만 원 이상의 후원금을 모아 행진을 위한 '연대의 연료'를 채워 주었다.
후원에 참여한 한 30대 시민은 "코로나 때도, 내란 사태 때도, 언제나 우리 시민들의 편리한 일상을 지탱하고 있는 배달라이더들이, 이윤만을 앞세우는 배민과 쿠팡 등 플랫폼 기업의 갑질 때문에 위험하고 불안한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에 매우 슬프고 화가 난다"면서, "윤석열과 함께, 배민과 쿠팡 등 악질 플랫폼 기업들의 폭력도 탄핵했으면 좋겠다, 라이더들의 행진을 응원하고,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행진을 이어가시길 바란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번 행진을 함께 응원하고 싶은 이들은 온라인 캠페인 페이지를 통해서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