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지부, 철도공사 사장 면담 요구 무기한 농성 돌입

"문자로 해고 통보하는 횡포,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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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5시 35분을 기해 서울역 뒤편에 위치한 한국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를 점거한 KTX열차 승무지부가 이철 철도공사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서울지역본부 로비를 점거한 서울KTX지부 조합원 250여 명은 "철도공사 각성하라", "이철사장 당장 나오라"는 구호를 외치며 한 시간 반 가량 농성했고, 부산KTX지부 조합원 100여 명은 서울지역본부 현관 앞 계단에서 함께 농성을 벌였다. 이에 서울역에 있던 철도 공안원 50여 명이 투입돼 한때 긴장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서울KTX지부 조합원들이 장기 농성에 대비한 침낭 등을 들고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에 들어서고 있다.

  철도공사에 의해 긴급 배치된 공안원들

"KTX관광레저는 철도공사와 유착관계인 부실기업"

서울과 부산 KTX열차승무지부는 "문자로 해고 통보하는 철도유통의 횡포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으며, 이철 철도공사 사장은 즉각 인권유린을 중단하고 KTX승무원들과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농성에 들어가며 낸 보도자료에서 "우리의 행동은 평화적으로 싸우고 있는 저희를 짓밟기 위해 온갖 비열한 수단을 다하는 철도공사와 철도유통에 대한 최소한의 의사표시"라고 밝혔다.

KTX지부는 철도유통이 조합원 70명에게 문자로 직위해제를 통보한 것과 관련, "철도공사가 배후에서 철도유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면서 "그렇지 않고서야 4월 30일이면 도급계약이 만료되는 회사가 이렇게 비열한 방법으로 승무원들을 탄압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철도공사가 KTX 승무 업무를 위탁하고자 하는 'KTX관광레저'에 대해 "2005년 감사원 감사에서 부실기업을 판정되어 매각, 청산대상으로 지목된 회사, 유전게이트 사건으로 구속된 왕 아무개 씨가 이사로 있던 회사, 그 외에도 주요 임원진이 철도공사 경영진 출신으로 이뤄진 회사"라며 "이런 회사에 왜 KTX승무원이 위탁되어야 하나"라고 호소했다.

  서울KTX지부 조합원 250여 명이 서울지역본부 로비를 점거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부산KTX지부 조합원 100여 명은 서울지역본부 현관 계단에서 함께 구호를 외쳤다.

KTX지부에 따르면 KTX관광레저의 적자를 철도공사 직원들의 해외연수 이벤트 명목으로 철도공사가 메워 주었으며, 관리자를 파견함은 물론 물품판매 서비스권까지 안겨주면서 특혜를 주는 유착관계라는 지적이다.

"모른 척 하는 이철 사장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오후 7시부터는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소속 조합원 500여 명이 합류, 앞마당에서 "서울지방본부 직위해제 철회, 철도 현장 탄압 분쇄 결의대회"를 열었다.

결의대회에서 발언에 나선 민세원 서울KTX지부장은 "거점인 양평에서 산개투쟁을 할 당시 공권력이 투입되어 난생 처음 겪는 공포에도 떨어보았고, 복귀 명령이 내려진 후 함께 있던 서울열차승무지부 동지들을 보내며 공사가 힘으로 찍어누르는 현실이 서글프고 화가 났다"며 "남아서 싸우기까지 많이 흔들리고 힘들었지만 부산KTX지부가 결합한 후 350명이 힘을 합쳐서 계속 싸울 것을 결의하고 있다"고 경과를 보고했다.

민세원 지부장은 "사측의 해고 통보에 눈뜨고 가만히 당할 수는 없었고, 국민이 아닌 것처럼 직원이 아닌 것처럼 탄압하는 정부와 철도공사에 대해 물러설 수가 없었다"면서 "모른척 하는 이철 사장을 상대로 '왜 KTX 승무원이 위탁이어야 하느냐', '왜 철도 노동자들을 위탁해서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하냐', '당신에게는 인건비를 아끼는 것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중요하느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이렇게라도 하면 이철 사장이 얼굴이라도 비춰줄까 싶어 왔다"고 절규해 KTX지부 조합원들이 눈물을 흘리게 했다.

  정혜인 부산KTX지부장, 민세원 서울KTX지부장을 비롯한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소속 지부장들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가 "직위해제 철회, 철도 현장 탄압 분쇄 결의대회"를 열어 KTX지부 조합원들과 함께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KTX지부 조합원들은 이철 사장이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무기한 농성을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지역본부 주변에는 경찰버스 10여 대가 배치돼 있으며 소식을 접한 노동자들과 노동사회단체 회원들이 강제 해산 위협에 대비해 속속 모여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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