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X 승무원들이 진정서 제출을 위해 노동부를 찾았으나, 정부종합청사 방문객 입구는 경찰에 의해 막혀 있었다. |
파업 21일차를 맞이하고 있는 KTX열차승무지부 조합원들이 노동부에 집단으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KTX 승무원들은 전날인 20일에 130여 명이 과천 정부종합청사를 찾아가 진정서를 제출한 데 이어, 21일에도 40여 명이 진정서를 냈다.
KTX승무원들은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피진정인으로 돼있는 진정서를 통해 △피진정인은 KTX여승무원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할 것 △KTX여승무원과 KTX 내 타 승무원과의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차별을 해소하고 평등한 대우를 보장할 것 △KTX 여승무원의 정당한 파업투쟁 과정에서 발생한 탄압을 즉시 중단하고 모든 불이익 조처를 철회할 것 등을 요구했다.
현재 KTX 승무원들은 한국철도유통이 보낸 '경영상의 사유에 의한 해고협의'(정리해고) 통보를 받아놓은 상태이며, 4월 1일 신규채용 및 이에 응하지 않는 승무원에 대한 불이익 위협을 받고 있다. 파업조 조장급에 해당하는 승무원 70여 명은 직위해제, 노조간부 14명 고소고발, 지도부 3명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받기도 했다.
▲ 진정서 제출을 위해 과천 정부종합청사를 방문한 KTX 승무원들 |
KTX 승무원들은 '정부와 철도공사의 KTX 승무원 탄압에 관련한 호소문'을 통해 "철도공사가 외주위탁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을 이런 식으로 짓밟아야 하겠습니까?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최소한의 인권이나 노동기본권도 허용해서는 안되는 것입니까?"라고 반문하면서 "더 이상 짓밟힐 것도 없는 승무원들을 이렇게 매도하는 것을 보면서, 힘있는 경영진은 짓밟고 힘없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은 짓밟히는 사회에 무슨 희망이 있는지 파업 기간 동안 절실히 깨달았다"고 비통해했다.
아울러 "비록 힘없는 승무원들이지만 이런 식으로 짓밟힌다고 해서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진실이 밝혀진다면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저항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편 KTX 승무원들이 노동부에 집단으로 진정서를 제출하려 하자, 양일간 경찰 병력이 동원돼 정부종합청사 방문객 입구를 막아서며 출입을 통제해 물의를 빚었다.
▲ KTX 승무원들의 항의끝에 경찰이 약간의 틈을 벌여 2명씩 진정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
정부와 철도공사의 KTX 승무원 탄압에 관련한 호소문
노동부 장관님, 끝내 350명 승무원이 짓밟히는 것을 바라만 보시렵니까?
우리 KTX 승무원 350명은 3월 10일 통보된 민세원 서울 지부장, 정혜인 부산 지부장을 비롯한 KTX 승무 원 지도부 14명에 대한 고소고발과 3월 16일 승무원 3명에 대한 체포영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호소드리는 바입니다. 또한 4월 1일로 예정된 KTX 승무원 신규채용, 파업 승무원 전원에 대한 경영상 해고협의통보등 철도공사의 탄압에 대하여 고발하고자 합니다.
이철 철도공사 사장은 끝내 KTX 승무원 350명의 생존권을 빼앗으려 합니다. 철도공사의 외주위탁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을 이런 식으로 짓밟아야 하겠습니까?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최소한의 인권이나 노동기본권도 허용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까?
이철 철도공사 사장은 공사 서울 지역본부 간부들을 시켜 KTX 승무원 14명에 대하여 경찰에 고소고발을 하였습니다. 문자 메시지로 70명이 직위해제 되었고 나머지 조합원 전원이 직위해제, 계약해지의 최후통첩을 받은 상태에서 우리 KTX 승무원들이 선택할 길이 무엇이겠습니까?
비록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농성을 하지만 승무원들은 업무를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3층이 관제실이라는 것을 들어가서 알았지만 스스로 접근을 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주의를 시켰습니다. 사실이 그런데도 고소고발부터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얼마전 철도공사 구청사 건물에 이철 사장이 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희들은 곧바로 달려갔습니다. 이철 공사 사장과 대화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이철 사장은 승무원들을 피했습니다. 외주위탁 계약직 노동자와 만나는 것이 그렇게 두려웠나봅니다.
저희 승무원들은 이철 사장과 김천환 여객사업본부장이 공공연하게 하는 위협에 분노를 느낍니다. 승무원들과 충분히 대화를 하였다고 하는데 그것은 대화가 아니었습니다. “외주위탁을 받아라. 받지 않으면 승무원 없이 KTX를 운행하겠다.” 주로 이런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하였습니다. 공사에서 주장하는 대로 대화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 KTX 승무원들이 그렇게도 면담요청을 하는 지금은 왜 대화가 안 되는 것입니까?
철도공사측은 KTX 승무원들이 공사 정규직보다 4만원 더 많이 받는다고 보도자료에 쓰고 있습니다. 그러면 승무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왜 말썽 많은 외주위탁 계약직으로 방치하는 것입니까? 당사자인 우리 승무원들이 그 좋다는 KTX 관광레저의 정규직을 마다하고 공사의 직접고용 계약직이라도 좋다는데 그것을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어린 승무원들이지만 옳고 그른 것은 판단할 수 있습니다. 공사의 보도자료를 읽어 보면 모든 내용들이 우리 승무원들을 협박하는 내용입니다. “정리해고 통보를 하겠다. KTX 관광레저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원 채용할 방침이다. 거부하면 전원 공개채용을 통해 승무원들을 교체하겠다. 승무원 없이 운행할 수도 있다.” 이런 위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철도유통에서 우리 승무원들에게 우편으로 해고통보를 보냈습니다. 지부장을 비롯한 간부, 대의원들 20명을 빼고 보냈습니다. 직위해제자 숫자는 얼마전 70명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조만간 350명 전원으로 확대되겠지요. 더 이상 짓밟힐 것도 없는 승무원들을 이렇게 매도하고 짓밟는 것을 보면서 이 사회가 얼마나 무서운 사회인지 절감하고 있습니다. 힘있는 경영진은 짓밟고, 힘없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은 짓밟히고, 이런 사회에 무슨 희망이 있는지 불과 열흘 남짓한 파업기간 동안에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철도유통,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립니다. 절망해서 사표를 던진 30여명을 복귀자로 조작하고, 복귀서를 쓰거나 전화로라도 복귀신고를 하지 않으면 사표수리를 하지 않겠다고 위협하였습니다. 사표수리를 하지 않으면 퇴직금도 받을 수 없다고 위협하였습니다.
노동부 장관님, 이 모든 일이 자회사인 철도유통이나 KTX관광레저에서 하는 일입니까? 보도자료는 공사에서 내고 해고통보는 유통에서 보내고, 공사 일일업무보고에는 “철도유통과 공사 협의완료” 이렇게 기록이 되는데 그것이 이철 철도공사 사장과 관계가 없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까?
왜 해고통보는 보류하는 것입니까? 휴대폰을 앞에 놓고 문자를 기다리는 승무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피눈물이 흐릅니다. 꿈을 안고 들어와서, 최선을 다해 고객들을 모시고, 열차내에서 갑자기 발생한 응급환자 때문에 열차에 탑승한 의사 선생님을 찾아 이리뛰고 저리뛰던 승무원들을 안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강변해야 하는 것입니까?
KTX 열차, 한 달에도 여러 건씩 고장사고가 납니다. 정거장도 아닌데서 정차하고, 고객들을 다른 열차에 옮겨 태웁니다. 열차가 늦으면 환불을 해야 하는 환경에서 승무원들 이리 뛰고 저리 뜁니다. 안내방송하고, 홈도 없는 곳에서 고객들을 안전하게 하차시키고, 특실 서비스 물품을 허겁지겁 옮기고, 그러다 철길에 엎어져 무릎을 다친 승무원들이 한 두명이 아닙니다. 장애인 고객 휠체어를 내리다가 발등을 찍혀서 병원에 입원한 승무원들이 여럿입니다.
이런데도 “승무원들은 안전과 관계가 없다.” 이런 보도자료를 뿌리는 공사 홍보실을 보면서 이 사회에 과연 진실이 통하는 것인지 절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말 이 사회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입니다. KTX 18량에 열차팀장은 한사람입니다. 더불어, 400m나 되는 열차의 좁은 객실 통로를 운행도중에는 쉽사리 움직이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가운데 응급환자가 발생하거나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면 서로가 연락할 길도 없는데 승무원들이 정말 안전에 관계가 없는 사람들입니까?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비록 힘없는 승무원들이지만 이런 식으로 짓밟힌다고 해서 굴복하지는 않겠습니다. 반드시 진실은 분명히 알리면서 짓밟히겠습니다. 진실이 밝혀진다면 마지막 한사람이 남을 때까지 끝까지 저항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건승하십시오.
2006. 3. 20
KTX 350여 승무원 일동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