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정부가 '비정규보호법안'이라는 알량한 이름으로 남한사회의 원칙적 노동자체를 '비정규직'으로 규정하려는 극도의 유연화 전략을 들고 나온 이후, 지난 3년간 적어도 우리는 표면상으로는 누구도 이 법안이 '수정'이나 '협의'의 대상이 아닌 '저지와 폐기'의 대상임을 공언하며 투쟁해왔다. 이른바 비정규개악안 폐기 투쟁이 실제로 얼마나 위력적으로 혹은 목적의식적으로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평가는 후술한다 해도 적어도 우리는 이 명제를 공통의 과제로 지난 3년간 투쟁해왔다.
그런데, 최근 '비정규개악안 재수정'이니 이것의 전제로 '노동계 단일안 마련'이니라는 어처구니없는 말들이 너무나 '공공연하게' 언급되고 있다. 아니 언급이 아니라 어느 순간 그것이 기정사실인양 용인되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전무 아니면 전부를 주장하다 그나마 비정규노동자들을 최소한이라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의 성안을 가로 막고 있다'느니, '실제로 투쟁할 힘도 투쟁할 의지도 없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눈치보기만 지난 2년간 진행되어 왔다'느니 류의 말들도 공공연히 제출되고 있다. 철폐연대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에 대한 이러한 왜곡들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느낀다.
'실질임금을 보장하라'고 '임금삭감 없는 주 5일제를 실시하라'고 너무나 정당한 투쟁에 나섰던 건설비정규노동자들이 '폭도'로 내몰리며, 무자비한 공권력의 폭력에 의해 생때같은 귀한 목숨을 빼앗긴 2006년 8월 현재. 여전히 목숨을 걸고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동지들을 위해 혹은 이 땅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척박한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비정규 '보호'법안을 다소라도 유리하게 수정해야 한다는 논리들에 대해, 철폐연대는 마찬가지의 이유로 단호한 반대를 표명한다. 철폐연대는 수면 밑에서 진행 중인 이 '비정규법안 재수정'기조에 대한 우리 내부의 입장과 평가를 명확히 하고, 다시 한 번 비정규개악안폐기투쟁의 원칙과 의미를 확인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3회에 걸친 연속기고를 시작한다.
기고는 ①'비정규개악안 저지 투쟁의 의미 확인 ②그간 비정규개악안저지투쟁에 대한 평가 ③매일노동뉴스기사 반박 ④현재 진행 중인 논의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 순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 글들에 대한 활발한 논쟁과 소통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허울뿐인 '보호'와 '전계급의 고용', 덧셈·뺄셈이 가능한 항목인가?
정부법안이 입법 예고되던 2004년 당시로 기억을 거슬러 가보자.
IMF이후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 비정규노동은 이미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선 상황이었고, 최소한 삶의 조건자체들을 송두리째 짓밟는 야만적 착취에 맞선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 또한 어느 때보다 격화되고 있었다. 입 달린 사람이라면 누구든 '비정규노동자들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을 운운하던 시기일 만큼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던 상태였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권리보장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황이기도 했다. 법안은 2000년 청원안을 바탕으로 그간 투쟁에서 제기되었던 문제들을 추가한 것이었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비정규보호법안이라는 이름의 기만적인 법안을 들고 나왔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간제법은 그간 기업차원에서 이루어진 기간제 사용을 법제화해서 승인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씌워진 2년 사용기간 제한은 2년마다의 주기적인 해고와 장기계약자들에 대한 대량해고를 의미할 뿐이다. 파견법개정 역시 현행 파견법을 다양한 경로로 확대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일 뿐이다. 이것은 결국 비정규직을 일반적 고용형태로 법제화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즉 남한사회 노동의 일반 형태자체를 비정규직으로 바꾸는 내용이었다. 그것은 기 존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영구히 비정규직으로 안착시키며 새로이 노동시장에 진출할 모든 노동자들과 현재 정규직으로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모조리 '비정규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근거들을 마련해 주는 최악의 법안이었다.
비정규'보호'법안은 그간 진행되어 온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를 종결짓는 최종적 선전포고였다. 이미 여러차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밝혔지만, 이 법안 안에 존재하는 '보호'라는 기제자체가 허구일 뿐 아니라, 설사 일정 '보호'라는 기제가 존재했다 해도 그것을 '콩고물'로 저들이 노동계급에게 요구한 것은 '전체노동계급의 비정규직화 수단 용인'이었다. 도대체 덧셈 뺄셈이 가능한 항목인가?
이 법안 자체가 폐기되지 않는 한, 이 법안을 근거로 이 법안을 중심으로 한 어떤 논의도 이미 그 '논리 자체'를 승인한 형태에서 출발하는 '조절'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안'과 저들의 '안'을 두고 타협선을 찾을 수 있는 법안의 충돌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96년 이후 면밀히 준비되어 온 '노동법개악', 비정규'보호'법안은 '유연화의 제도적 완성'이다
이번 노동법 개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되어 왔다.
김영삼 정권은 '노사관계개혁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를 내놓고 날치기 통과를 시켰다. 이에 맞서서 노동자들은 총파업을 벌였고, 그것이 역사적인 96·97 총파업이다. 그러나 결국 유연화를 위한 최초의 법 개정은 정부와 자본의 의도대로 관철되었다. 그들은 몇 가지의 제한조치들을 수용했지만 결국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를 '쟁취'했다. 그 이후 우리사회는 김대중 정권 이후 급격한 구조조정에 휘둘렸고, 결국 반수 이상의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이 되었다.
2000년, 이렇게 비정규직이 된 노동자들의 폭발적 투쟁이 불거지자, 정부는 두 가지 점에서 제도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하나는 96년에 제한된 근로자파견제의 허용대상을 대폭 확장하는 등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제도의 완성이 필요하다는 점이었고, 또 하나는 법률적으로 쟁점이 되는 부분들을 명확하게 하면서 투쟁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정부는 2000년 10월에 '비전형근로자 보호대책'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제도적 완성을 위한 첫발을 디딘 것이다. 그리고 이미 97년 총파업을 경험한 정부로서는 이러한 제도화를 위해 노동운동을 일부 끌어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노사정위원회 비정규특위'와 같은 형태로 노동계가 이 제도화에 동의하도록 만들 의사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비정규노동자들이 계속 투쟁을 통해서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고, 비정규직이라는 존재 조건이 얼마나 심각한 노동권의 침해를 낳는지가 계속 사회화되면서 민주노조운동은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거부하였다. 어쩔 수없이 자본과 정권은 이러한 시도를 일정하게 뒤로 미루면서 2004년 9월에 노동부 안으로 노동법 개악안을 발표하였던 것이다.
아직 '특수고용'을 제도화하여 특정한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박탈하려는 시도가 남아있는 하지만, 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비정규‘보호’법안을 통과시킨다면 어쨌든 비정규직을 확대하기 위한 기본 조치들은 완성하는 셈이다. 즉 그들이 추진해왔던 유연화의 제도적 완성으로 신자유주의적 노동유연화 조치의 1라운드가 끝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다. 이것은 뒤이어 정규직 노동운동을 순치시키고 길들이기 위해 만들어낸 '노사관계 로드맵'을 통해 사실상 유연화를 위한 2라운드와 바로 연동될 것이다. 비정규직 관련 노동법 개악이나 노사관계 로드맵 전체가, 우리 노동자 전체를 비정규직을 만들어서 소모품 취급을 하려는 정권과 자본의 의도 하에 배치되는 것이다.
때문에 비정규개악안저지투쟁은 단순히 어떠한 하나의 악'법'을 막는 투쟁이 아니다.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의 완성'이라는 정권과 자본의 정면 도발을 응대하는 투쟁,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한복판에 존재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쟁점을 차별로 전환시키고, 조직된 노동운동을 고립시키려는 시도
그런데 불행하게도 문제는 이 법안의 통과, 즉 노동유연화의 완결된 법제화에만 머물지 않는다.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처한 저임금과 고용불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의 노동권을 행사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정규직이 항상적인 고용불안을 겪고 있고, 또 한편 이들의 노동이 파견직·간접고용 혹은 특수고용 등으로 은폐되고 왜곡된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고용의 불안정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정당한 노동력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없고, 기간제를 용인하고 파견제를 합법화하는 정부의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고용의 불안정은 해소되지 않는다. 이미 상위 자본 원청에 스스로도 얽매여 있는 허울뿐인 파견 혹은 하청자본은 더 주려해도 더 내어 줄 잉여가 없다. 그런데, 이 간접고용이라는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한 원청에 제대로 된 싸움한번 걸어볼 수가 없다. 결국 간접고용을 용인하는 정부와 원청사용자를 상대로 한 정치적 투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득바득 '사용자'라고 우기는 정부의 논리를 쳐내지 않는 한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그 흔한 교섭한번 해낼 수가 없다.
결국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 자체가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표현되는 문제들의 근본적이고 직접적인 원인인 것이다. 차별은 그로 인해 불거진 현상의 한부분이다. 그런데 정부는 정작 차별시정의 효과조차 미미한 조치들을 들고 나와서는 비정규직 문제의 쟁점을 차별의 문제로 전환시키려 하고 있다. 영구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시혜의 대상인 불완전한 존재로 남겨둔 채, 자신들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보호자'임을 자처하려 하고 있다.
왜일까. 이미 전체 노동자의 과반수를 넘긴 비정규직의 요구는 임금이나 노동조건의 개선에서 시작할 테지만, 비정규직의 임금이나 노동조건에 대한 개선요구는 그 자체가 이미 한국사회 산업구조의 문제·정부의 노동정책을 치고 들어가는 정치적 요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끊임없이 "당신들은 힘없는 불쌍한 존재이니, 우리가 대신 나서 당신들을 보호하겠다"는 주장을 유포하는 것이다.
"소수의 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 대기업비정규직들이 다수의 비정규직이 보호되면 자신들의 노동조건이 양보될까봐 법안의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비정규개안안 통과저지를 걸고 총파업을 선언할 때마다 정부여당과 노동부 경총이 입을 모아 주장한 말이다. 실로 무서운 언설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 자본은 자신들은 대다수 미조직 불안정노동자들의 대리자를 자처하며, 조직된 노동자들에게 "우리가 이렇게 비정규직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사이 너희 조직된 노동자들은 무엇을 했는가"라고 몰아붙이며 노동운동진영을 소수의 이기집단으로 고립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양극화라는 그럴싸한 말을 들이대며, 민중의 빈곤화에 대한 책임을 정규직조직노동자들의 고임금(?)에 돌리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절반도 안 되는 정규직 노동자들을 비정규직화하겠다는 의지를 넘어, 철저히 조직노동운동을 소수로 고립시켜 향후 전방위에서 진행될 신자유주의 유연화 개방정책의 주도권을 틀어쥐고 가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조운동진영은 더 이상 노동자들의 대변자가 아니며, 더 이상 노동운동이 진보의 변혁의 담지체가 아니라는 이데올로기를 끊임없이 기정사실화하려고 하고 있다, 정부와 자본은.
그래서 정부는 굵직한 비정규투쟁사안마다 지역시민단체를 끌어 들인 중재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종용하고, 노조도 그 속에 사회적 합의자의 일부로 들어오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노동쟁의는 이제 노사당사자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집단의 합의의 대상이 되고, 노사관계는 투쟁과 힘의 대결이 아니라 얼마나 사회적 동의를 끌어낼 수 있는지 다른 의미의 '정치'가 되어야 한다. 그 속에서 조직된 노동자들은 사회적 일주체로서 양극화의 책임을 함께 통감하며, 끊임없는 양보의 제스처를 보일 것을 강요받을 것이다.
최근 다시 등장한 "노사정위원회를 7주체회의로 바꾸자"는 주장은, 이러한 시도가 매우 구체적으로 저들 속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 할 것이다.
비정규개악안폐기 투쟁은 비정규직문제를 차별의 문제·시혜의 문제로 둔갑시키려는 정권과 자본의 얄팍한 수를 파탄내고, 노동운동을 순치시키려는 저들의 시도를 막아내는 투쟁인 것이다.
환노위 통과 비정규개악안 주요 내용 비판
앞선 논의들에서 철폐연대는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는 법안이 '원청사용자성인정, 파견법철폐, 특수고용노동자성인정, 기간제허용사유명문화' 등 가장 처절하고 핵심적인 비정규직의 요구들을 어떻게 묵살했는지에 대해서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설사 뭔가 받을 게 있다 해도 우리가 '주어야 할 것'들이 너무나 치명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사실 '받을 것'도 없다고도 주장해왔다. 그런데, 어디선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래도 정부 법안에 일정 건질 것이 있었다' 혹은 '더 수정하고 논의하면 건질 것이 있을 것이다'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중요하다고 말해지는 몇 가지들만 살펴보려 한다.
1) "비정규직 법안에는 기간제·시간제·파견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합리적인 이유없는 차별처우를 금지하고, 차별처우에 대하여는 노동위원회를 통한 시정절차가 마련되어 있으며, 차별의 입증책임은 사용자에게 부과하였다"는 주장에 대해
a. '합리적 이유없는 차별처우를 금지한다'는 것은 '합리적 차별'은 허용한다는 말이다. 또한 법안은 이 '합리적 차별'의 기준이 무엇인지 어느 수준까지 합리적 차별로 볼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결국 이후 차별시정에 대한 논의는 '합리적' 차별이 무엇이냐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는 오히려 '차별' 자체를 '합리적'으로 고착화할 것이다. 노동부 홈페이지에 등재된 자료에는 "취업규칙 등에 차별적 내용이 규정된 경우 등 명백한 차별의 경우에는 차별여부 판단이 용이하지만, 근로자 개인별 경력이나 생산성 등에 따른 차별여부는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유사한 업무를 하면서도 과다한 (예 40~50%)임금격차가 있는 경우에는 차별로 판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개인별 경력이나 생산성 등을 이유로 기업이 합리적 차별이라고 우긴다면 판단이 모호해지고, 유사한 업무를 하면서 '과다한' 임금격차가 있는 경우에나 차별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b. 차별시정 절차와 관련, 법안은 '당해근로자가 노동위원회를 통해 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정규직들도 임금 등 근로조건과 관련된 노동부 민원의 대부분을 퇴사 이후에 처리할 정도로 사용자에 대해 종속적 관계에 놓인 한국의 현실에서, 그것도 항상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비정규노동자 개인'이 시정신청을 하라는 말은 시정신청을 하지 말라는 말과 마찬가지이다.
2)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기간은 2년을 넘을 수 없도록 하고, 2년을 초과하여 계속 근무할 경우에는 정규직 근로자로 간주하도록 하여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a.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다'는 말은 2년 동안은 사용자가 아무런 제한 없이 기간제 노동자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날로 늘어나는 기간제의 확산을 오히려 일정기간 법으로 용인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기간제 사용의 예외로 든 항목들을 보면, '고령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나 '정부의 복지정책 실업대책 등에 의하여 일자리를 정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등 상당히 폭넓다.
b.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하는 경우 정규직으로 고용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말은 사용자가 2년이 되는 시점마다 해당 노동자를 해고할지 '정규직'으로 전환할지 '마음대로' 판단하라는 소리다.
c.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다'는 말은 2년을 넘기지 말라는 말이지 '2년 동안' 고용을 보장하라는 말이 아니다. 기간제에 대한 사용기간제한이 없는 지금도 사용자들은 몇 개월 혹은 1년 단위로 개약해지를 남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3) "파견기간 2년 경과·무허가 파견·금지업종 파견과 같은 불법파견 사용사업주는 그 파견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하고(금지업종은 즉시, 다른 불법파견은 2년 경과 후), 불법파견 사용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여 파견근로자 보호도 강화된다. 그리고, 파견대상업무는 종전과 같이 대상업무 열거방식을 유지하되, 기업의 수요를 고려할 수 있도록 그 요건에 '업무의 성질'을 추가했다"는 주장에 대해
a. 현행 파견법은 2년간의 파견기간을 초과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고용의제 조항을 두고 있다. 불법파견의 경우 이 조항을 준용하는 규정이 없어 해석상의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노동부는 불법파견의 경우에도 고용의제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때문에 '불법파견 기간이 2년을 초과하면 사용회사가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말은 현행법규정과 노동부의 입장보다도 후퇴한 안이다.
b. '2년을 초과하면 사용회사가 직접고용해야하며, 고용의무를 지키지 않는 회사는 30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은 2년간은 불법파견을 하더라도 사용자에게 고용의무가 발생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즉 법적으로 불법파견을 일정기간 용인해주는 형국인 것이다.
c. 명백히 현행법은 원청에 대해 1년이하의 징역형을 적시하고 있지만, 2004년 현대자동차가 1만명의 비정규직을 불법파견으로 사용한 것이 적발된 이후 어떤 법적 처벌이라도 받았는가? 하이닉스와 경마진흥회 등 여타의 사업장에서 불법파견 적발 이후 원청에 대한 어떤 법적 제재가 가해졌는가? 있는 법도 활용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3년이하 징역 규정만을 거론하며 처벌의 실효를 논하는 것은 듣기 좋은 말에 불과하다.
d.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를 대상으로 한다'는 말은 현재 객관적 요소로만 구성되어 있는 파견대상업무의 요건에 주관적 요소를 가미해 확대한다는 것이다. 현행 파견법 5조는 파견대상업무를 시행령으로 정하게 규정하고 있으며, 자의적으로 파견대상업무를 정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문지식 등 객관적 범위를 한정했다. 그래서 시행령으로 정해진 것이 26개 업종이다. 그런데 여기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라는 광범위한 주관적 요소를 가미해 결국 노동부가 파견대상업무를 결정하는 전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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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은 님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부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