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에서 투쟁하다가 해고된 노동자들과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노동자들“이 19일, 한국노총 건물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
’노사정 야합 분쇄 항의농성단‘이라고 스스로를 밝힌 이들은 ”9월 11일 노사정 야합은 노동자의 자주적인 단결권과 생존권을 송두리째 팔아먹은 것이다“라며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가증스럽게도 단식농성에 돌입 운운하며 뒤로 자본가들에게 노동자의 생존권과 투쟁을 팔아먹었다“라고 한국노총에 항의농성을 진행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들의 분노는 한국노총이 ‘노동자’라는 이름을 달고 정부와 재계에게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팔아넘겼다는 데 있었던 것이다.
▲ 한국노총 7층 난간에 매달려 있는 노동자들/ 참세상 자료사진 |
5시간 여 한국노총 7층 난간에 매달려 ‘노사정 야합’을 규탄하던 노동자들은 한국노총에서 “일단 로비로 내려와 백헌기 사무총장과 면담을 하고, 이용득 위원장과 만날 수 있는 날짜를 잡아보자”는 말에 로비로 내려왔으나 이는 거짓말이었다. 1층 로비로 내려온 노동자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면담이 아니라 경찰의 소화기였다. 그리고 이들은 전원 연행되었다.
한국노총, 무엇을 응징하겠다는 것인가
한국노총은 20일, 성명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았다고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공개협상을 통해 5자가 합의한 것을 ‘야합’이라고 비하하면서 폭력과 불법점거를 일삼는 민주노총과 산하 조직들이야 말로 비민주적인 전형이며, 깡패집단과 다른게 무엇인가”라며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세상을 바꾸는 투쟁은 자신들의 편협한 주장을 폭력으로 관철시키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라고 민주노총에게 공식 사과를 요청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응징 하겠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물론 ‘남’의 건물을 허락 안 받고 들어간 것은 잘못 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왜 이 노동자들이 분노하는지, 무엇에 이렇게 분노하는지는 잊은 듯하다.
이용득 위원장 말대로 부당해고가 줄어들 수 있을까
한국노총은 9월 11일, 그동안 사측에서 만든 종이노조 때문에 노조조차 만들지 못했던 많은 노동자들에게 또 한 번 희망을 짓밟았다. 복수노조 금지 조항 3년 유예가 그것이다. 또한 한국노총은 직권중재를 폐지한 것이 성과라 했지만 그것과 비할 수 없는 필수공익사업장의 확대와 대체근로 허용을 합의했다. 이에 대해 공공연맹은 “ILO에서 권고해온 것은 직권중제폐지를 통해 노동3권을 보장하라는 것이었지 이름만 바꾸어서 노동3권 침해 조항을 연장하라는 것은 아니었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 9월 11일, 노사관계로드맵에 대해 극적으로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낸 후 진행한 기자회견/ 참세상 자료사진 |
이 것 뿐 아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9월 11일, 노사정이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내가 가장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개정”이라며 “해고사유와 시기를 서면 통보하는 것을 의무화한 것과 채용시 근로조건의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이는 고용관계와 해고부분의 큰 변화, 변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용득 위원장은 이를 통해 부당해고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는 이용득 위원장만의 꿈일 듯 싶다.
이용득 위원장의 말을 받아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그동안 부당해고 형사처벌 조항 때문에 기업들이 함부로 해고하지 못했다”라며 “이제 벌칙조항이 사라졌기 때문에 형사상 문제가 사라졌다. 해고의 유연성을 더욱 확대시키는 획기적 진전이다”라고 밝혔다. 그렇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의 말 처럼 이용득 위원장은 부당해고를 어렵게 한 것이 아니라 해고를 더욱 쉽게 해달라는 재계의 입장에 도장을 꽉 찍어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분노하지 않을 노동자들이 있겠는가. 해고는 자유롭게 파업은 더욱 어렵게 만든 이미 예고된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에 분노하지 않을 노동자들이 있겠냐 말이다.
무엇이 불법이고 폭력인가
한국노총은 “불법과 폭력을 일삼는 민주노총”이라 했다. 그렇다. 민주노총을 지키고자 하는 노동자들, 노동자의 기본권을 지키고자 하는 노동자들은 노동자로서 이 땅을 제대로 살아가려는 몸부림을 불법으로 매도하는 정부와 자본 앞에 불법과 폭력을 일삼을 수밖에 없다.
휴식공간을 마련해달라고, 노조를 만들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다 하루 아침에 경찰이 휘두른 소화기에 동료가 죽어가는 현실을 뜬 눈으로 지켜보면서 이 땅의 수많은 노동자들은 참을 수가 없다. 파업 할 때마다 불법으로 찍혀 동료들을 감옥으로 보낼 수 밖에 없는, 수 십, 수 백 억의 손배가압류에 목 매 자살하는 동료들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노동자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것이다.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들의 희망을, 삶을 뿌리 채 뽑아버리는 ‘야합’을 하고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하는 위선 앞에 노동자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것이다.
무엇을 숨기려 취재도 방해하는가
한편, 이런 노동자들의 울부짓음을 취재하려던 참세상 기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한국노총의 ‘폭력’이었다. 사진을 찍으려던 참세상 사진기자는 손가락 인대가 늘어나고 카메라가 부서졌다. 기자실에서 기사를 정리하고 있었던 기자는 한국노총 간부들의 집단 욕 세례를 맞으며 건물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이 날 쫓겨난 것은 참세상 뿐 아니었다. 자신들과 친한 언론을 제외하고는 모두 밖으로 쫓겨났다. 한국노총은 무엇을 숨기려하는가. 취재방해 행위까지 서슴없이 하면서 말 할 수 없었던 것은 무엇인가.
한국노총은 다시 겸허히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이번 9월 11일 합의가 정말 ‘야합’이 아닌지. 정말 천 오백만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