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 비정규법안 처리 두고 여야 공방으로 정회

노회찬, “비정규법안을 처리하려면 국가보안법부터 처리해라”

7일 오후 2시 사전 예고된 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진행됐다. 예상대로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는 시작부터 여야의원들 사이에 공방이 오갔다.

이날 회의는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오늘 회의의 소집 배경, 비정규 3법만 전체회의에 성정된 이유 등을 추궁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 및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과 이를 해명하는 안상수 법사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의견대립으로 공방이 지속됐다.

특히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과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 등은 비정규 3법은 강행 처리 혹은 소위로 넘기고자 한다면 2004년에 제기된 국가보안법도 같이 처리해야 한다며 ‘국보법 카드’를 들고 강수를 두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에 대한 법사위원장의 해명을 사이에 두고 ‘조속한 처리를 위한 원만한 진행’을 촉구하는 등 측면에서 위원장을 지원하고 여당과 노회찬 의원 등의 발언을 반박하며 공방을 벌였다.

팽팽한 공방이 지속되던 중 결국 안상수 법사위원장은 비정규 3법을 법사위 전체회의에 그대로 둘 것인지 소위로 넘길 것인지를 여야 간사합의로 결정하자며 1시간여 만인 2시 52분에 정회를 선언했다. 당초 표결로 처리하려던 것을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과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이 비정규법안만 소위로 넘기려면 국가보안법도 같이 넘겨야 한다고 맞서 간사 합의 방식으로 돌아선 것이다.

우리 “느닷없는 회의소집 이유 뭔가”, 한나라 “대통령 요청 때문에..”

가장 처음 의사진행 발언을 한 이상민 열린우리당 의원은 "법사위 상임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느닷없이 어제 밤에 회의소집이 이루어졌다“며 ”안건도 수많은 법안들 중에 유독 비정규 3법만 상정되었다. 위원장과 간사들이 이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 달라"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안상수 법사위원장은 "오늘은 원래 회의가 없는 날이다. 본래 대정부 질문이 끝나는 날인 20일 이후에 하려고 했으나 노동부 장관이 신속한 처리를 요청하고 있고 어제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도 강력히 요청했다. 때문에 일정이 없었으나 위원장이 그제 간사에게 통보 후 간사회의를 붙여 진행하게 되었다"고 해명했다.

법사위 간사인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도 "어제 대통령의 시정연설뿐 아니라 오늘도 여당 원내대표가 비정규직 관련 3법에 대해서 이는 '차별 해소를 위한 법이고 경위권까지 발동한 사안이며 6개월이 지났다'고 3가지를 말했다"며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의 요청을 존중해서 조속히 처리코자 회의를 소집했음을 밝혔다.

결국 안상수 법사위원장과 주성영 의원은 이날 급조된 회의가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의 요청 때문이라고 밝힌 것인데, 이와 같은 해명 발언이 있자 회의장은 오히려 술렁였다.

우리, “언제부터 대통령 요청 잘 들어주었나”, “민노당과의 갈등 조장 아닌가”

또 다른 법사위 간사인 김동철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금 위원장과 야당 간사가 대통령의 요청으로 했다고 했는데, 언제부터 대통령의 요청을 잘 들어주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전효숙 임명자 건은 아직 청문회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며 "여당 간사인 제가 반대하더라도 얼마든지 위원장이 직권으로 할 수 있는 사안이다"라며 위원장의 해명 근거를 비판했다.

이동철 의원은 또 "이 법안이 15일에 있을 전효숙 헌재소장 위원장 임명건과 관련해서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의 갈등을 조장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올렸다는 비난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며 한나라당의 정쟁적 의중에 대해서 의구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비정규법안 처리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해온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보다 강도 높게 공세를 폈다. 그는 안상수 위원장이 밝힌 비정규 3법만 상정한 이유에 대해 "17대 국회에 들어와서 본 법사위에서 법안처리와 관련해서 회의장이 소란스러웠던 것이 두 건인데 2004년 국가보안법과 비정규직 법안 두개였다"며 "이렇게 비정규직 법안만 처리하고자 한다면 국보법 처리도 같이 하자. 사법개혁 관련 법안은 왜 못 다루는가"라고 질타했다.

노회찬 의원은 또 "민주노동당도 조속한 처리를 원한다"며 "그간의 과정을 볼 때 마지막까지 법사위에서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이런 방법으로 통보조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상정한 것은 법사위의 오만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도 "이 법안만 상정된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위원장의 특정 법안만을 직권상정한 것을 문제 삼았다. 임종인 의원은 또 "오늘 이 안이 올라온 것은 비정규3법을 통해서 민주노동당을 공격하고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의 관계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법사위의 체면이 말이아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오늘 (법안 처리를)하자면 모든 법안을 다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해 노회찬 의원을 거들었다.

이같이 비정규법안만 따로 상정한 것을 두고 비판한 의원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박세환 한나라당 의원은 "(비정규법안이) 04년 12월 8일 날 제출됐고 환노위에서 2월에 통과가 되어서 법사위에 왔다. 지금도 금시지탄으로 생각한다. 이 자리에는 노동부 장관도 와 있다. 2년 전에 제출된 법안과 소관 상임위에서 수개월 전에 통과된 법안을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도 처리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다른 이유가 없다고 본다. 대체 토론을 하든지, 대체토론을 종결 후에 오늘 중으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회찬 의원은 “지금 법사위의 여야 간 이견으로 인해 다루지 않고 있는 안들이 많다”며 “이 법안을 여기서 표결을 통해서 다뤄야 한다면 2004년부터 올라온 것부터 하고 그 다음 05년 그다음 06년에 온 것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의원은 “비정규법안은 6개월 되었다. 그전에 있었던 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인가? 그런 순서대로 한다면 납득하겠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면 다른 법안처럼 일관성과 원칙을 이 법안에도 적용해야 한다. 이 법안만 이례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다룬다면 그 자체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노회찬, 임종인 의원의 국보법 동시 처리 요구에 안상수 위원장 정회선언

그러나 안상수 위원장은 노회찬 의원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요청에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이 타협의 여지가 있다고 연기요청을 해왔는데, 그래서 지금까지 연기 된 것이 아니냐"며 "오늘 이 안건을 다룬다고 해서 통과된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소위에서 더 다룰 수도 있다. 통과될 것이라고 속단하는 것은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 처리에 대해서 이간질 등을 말하는데 오늘 통과시켜야 그 말이 성립된다”며 “그런 의도는 없이 소위에라도 올려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회의 소집의 이유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어 안상수 위원장은 비정규법안을 전체회의에 둘 것인지 소위로 이관할 것인지, 대체토론을 더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또다시 노회찬 의원을 비롯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국가보안법 동시 처리' 주장이 거세지자 여야 간사 합의로 이를 결정하겠다며 정회를 선언했다.

한편 이날 법사위 회의에는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참석해 발언을 통해 “이법은 조속히 처리되어야 하기 때문에 절차적 문제가 있더라도 심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여야 간사 협의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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