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열, 박원순, 이석연, 안병직 한 자리에 모여 “화해와 상생”
개혁 성향의 시민운동진영과 보수진영이 독자적인 정치세력화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양 진영의 대표 주자들이 한 데 모여 '화해와 상생'을 다짐하는 자리를 열어 주목된다. 시민운동 및 보수단체 주요인사 20여 명은 10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종교시민사회단체 신년모임’에 참석해 신년메시지를 발표하고 화해와 상생을 약속했다.
이날 자리에는 최근 시민운동진영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창조한국미래구상'(가칭)의 제안자인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총괄상임이사와 최열 환경재단 대표 등이 참석했다. 또 최근 ‘좌파종식’을 기치로 세 결집에 나서고 있는 이석연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대표, 안병직 뉴라이트재단 이사장,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도 참석했다.
한편, 노동계와 경영계를 대표해 유재섭 한국노총 수석부위원장과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외에도 이날 모임에는 김명혁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병상 천주교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이사장, 김홍진 한국희망재단 상임이사, 박종화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 박효종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법륜 평화재단 이사장, 수경 불교환경연대 이사장, 윤여준 화해상생마당 운영위원, 이선종 원불교 서울교구장, 이부영 화해상생마당 운영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박원순 상임이사와 이석연 상임대표 등이 공동으로 낭독한 ‘국민께 드리는 글’이라는 신년메시지를 통해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 등 사회의 다양한 세력들이 서로 지나치게 갈등하고 대립해 우리 사회는 불안한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한 뒤 “종교시민사회 지도자들이 지난 시대의 이념, 사상, 신앙에 근거해서 오히려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최근 우리 사회 일각의 온건한 보수와 합리적 진보, 양측 모두가 선명성과 선동성을 앞세운 비타협적인 극단론을 경계하면서 균형과 통합의 절실함을 강조하는 흐름이 있다”고 강조했다.
“갈등 조장 언행 자제하겠다. 불법적 집단행위 용납 않겠다”
이들은 특히 △서로 다른 생각과 입장을 존중하고 자주 만나서 대화하겠다 △산업화와 민주화가 다 같이 사회발전에 기여한 것을 인정한다 △갈등 대립을 조장하는 언행을 자제하겠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집단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4가지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중도노선을 표방하는 '희망상생마당'의 주선으로 성사된 이날 모임은 표면적으로 개혁, 중도, 보수성향의 종교시민사회단체들이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화해와 상생을 약속하자며 마련된 신년 모임이었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 각 세력들이 대권을 향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마련된 이날 모임은 묘한 여운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개혁성향의 시민운동진영 일각에서 대선을 위한 ‘대연합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만남은 단순한 신년모임 이상의 의미가 있지 않냐는 지적이다.
한편, 보수언론을 비롯한 각 언론들은 ‘진보와 보수가 상생을 약속했다’고 강조하며 이날 이들의 모임에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날 모임에는 정작 민주노총 등 노동․민중단체들을 비롯한 진보진영 제 단체들은 전혀 찾아볼 수는 없었다. ‘진보’를 자처하는 시민단체들이 보수단체들과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집단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한 이날의 ‘다짐’이 향후 전체 사회운동 진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