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민중경선, 3단계 국민경선 상호 제안

[좌담] 진보운동의 전망 모색과 07년 대선(4) - 정치조직

대선이 2007년 정세를 관통하고 있다. 말 한마디, 행보 하나에도 정치적 계산이 깔리고 해석이 분분하다. 한미FTA로 자기규정을 하던 정치권이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탈당으로 다시 술렁이고 있다.

진보진영 내의 대선 준비 움직임도 분주하다. 당원직선제 결정 전후로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속속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며 경선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노동자의힘(노힘)은 31일 대선 방침을 결정하고, 미래구상은 4월 공식 출범을 앞두고 본격적인 여론 몰이에 나설 계획이다. 세력 재편기의 07년 대선은 보수양당 뿐만 아니라 진보진영에게도 기회이자 실천의 장이다.

민중언론참세상의 연속좌담 네 번째 주제는 ‘07년 대선, 어떤 진보인가’를 주제로 14일 오전에 참세상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입으로 불붙은 ‘진보 논쟁’을 평가하며, 진성 진보단위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과제에서부터 얘기를 시작했다. 각 조직의 대선 준비 상황을 공유하고, 활동 과제에 대한 상호 제안도 이루어졌다. 이날 좌담은 개인의견을 전제로 진행됐다.

대선을 준비하는 구체적인 후보전술에 대한 구상도 제출됐다. 단계적인 계획과 전제 조건까지 제기됐다. 구체적으로 진보진영의 민중경선과 연석회의 제안, 진보대연정이 제출됐다. 과연 개혁주의 세력을 끌어 안아야 할 것인가와 연합 '기준'에 대한 엇갈린 시각차도 드러났다. 의례적인 후보전술이 아닌 다른 구상의 대선전술을 고안해 보자는 제언도 있었다.

보수양당 체제의 고착이냐 진보진영의 돌풍이냐. 07년 대선을 준비하는 진성 진보진영 활동가들의 대선 구상을 들어보자. 이날 좌담은 지금종 창조한국미래구상 사무총장, 정성희 민주노동당 전 기관지위원장, 박성인 노동자의힘 중앙집행위원이 참석했고, 사회는 유영주 민중언론참세상 편집국장이 맡았다.

민주노동당 당원직선제 결정. 노힘 총회서 대선 방침 결정, 미래구상 4월 출범준비

가장 빠른 대선 구도를 드러내고 있는 민주노동당은 지난 11일 정기당대회에서 ‘당원직선제’의 대선후보 선출방식을 결정했다.

  정성희 민주노동당 전 기관지위원장
이 같은 후보선출 방식에 정성희 민주노동당 전 기관지위원장은 아쉬움을 표했다. 당원 직선제의 원칙론에 입각한 당원들도 있었겠지만, 정성희 전 기관지위원장의 고민은 “개방형 경선제 시행에 따른 세부 계획 및 예시, 설득력 있는 호소가 부족했던 이유"가 컸기 때문에 "개방형 경선제가 갖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부결됐다"는 지적이다.

물론 당대회 당시 ‘진보진영의 단결과 후보단일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수정안이 제출됐고, 이는 3월 24일 당 중앙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정성희 전 기관지위원장은 “원칙적인 입장에서 누가 반대하겠나”라고 반문하며, “당원직선제로 후보 선출한 뒤, 진보진영 단결과 후보단일화 위해 노력하는 방향으로 나가길 바란다”며 바램을 밝혔다.

지난 1월 30일 (가)창조한국미래구상 준비위원회 출범으로 파란을 일으켰던 미래구상은 4월 공식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종 미래구상 사무총장은 “시민사회 개인들이 모인 것이기 때문에 생각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내부 정비 중인 현재 조직상황을 설명했다.

노동자의힘은 지난 17일 중앙위에서 대선방침에 대한 의견을 정리하고, 오는 31일 총회에서 07년 대선 실천 방침을 정한다. 박성인 노힘 중앙집행위원은 “반신자유주의의 전선을 유지, 강화하면서 동시에 계급적 좌파진영의 독자적인 정책 전망, 정치 활동, 정치적 세력화를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가 (대선 전술의) 초점이다”라고 설명했다.

노무현의 진보논쟁.. 정치적 실익 챙겼다

진보를 자처하고 현장을 누볐던 활동가 3인이 모였으니 좌담은 ‘노무현 대통령의 진보 논쟁 개입’에 대한 평가와 소회에서부터 시작했다.

  지금종 창조한국미래구상 사무총장
지금종 사무총장은 “기존의 지지 세력들을 묶어세우고, 진보진영 내 대립전선을 부각시키면서 차별성으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나아가 “진보논쟁 자체는 매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며, “생활상의 진보, 문화적 진보, 다양한 진보적 가치 경제 문제, 생활상의 태도, 정치적 입장 등 가지치기 하자”며 향후 논쟁을 더욱 풍부화 할 것을 제안했다.

박성인 중앙집행위원은 현재의 진보논쟁을 “한국 자본주의 이후 발전 방향을 둘러 싼 전망”과 “한국 자본주의 축적체계에 걸맞는 정치 상부구조를 둘러싼 논쟁과 전망에 대한 논쟁”으로 해석했다. 이어 “신자유주의 지배연합과 안정적인 재편을 돌파할 좌파 진영의 새로운 급진적인 대안과 전망을 내걸고 등장해야 한다”며 “진보진영 내 논쟁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성희 전 기관지위원장은 “진보논쟁은 가짜 진보의 실체를 드러내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반제자주, 미국에 대한 태도 △국가보안법 등 일반민주주의에 대한 태도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입장 △대북정책에 대한 태도 등 진보를 구분하는 4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자유주의 개혁세력은 역대 정권이 미국에 보였던 태도와 조금도 다름이 없고,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에 적극 호응했으며, 일반민주주의에 대해서도 불철저, 단호하지 못했다”고 강조하며, “진짜 진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反신자유주의 운동.. 한반도대변혁 프로젝트, 反자본 정치운동 제기

모든 좌담 참석자가 ‘반신자유주의’의 전선 범주와 운동의 중요성을 꼽았다. 그렇다면 과연 제대로 된 선을 긋기 위한 우리의 과제는 무엇일까.

정성희 전 기관지위원장은 “민생문제와 평화”를 현안으로 꼽았다. 그는 “북을 포함하고 민생과 관련해 사람중심, 노동중심의 통일경제, 서민경제, 새로운 국제경협문제를 담은 ‘한반도 대변혁 프로젝트’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현재 일고 있는 남북, 북미관계의 해빙분위기를 강조하며, “정책대안과 더불어 615선언의 연합연방제 통일과 단계적인 경제협력, 정치 군사적 제도에 대한 내용이 이번 대선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인 노동자의힘 중앙집행위원
이에 박성인 중앙집행위원은 “반신자유주의 진영 내, ‘신자유주의에 대한 태도 결정’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전제하며, “한국 자본주의는 세계경제 체제에 깊숙이 편입해 들어가면서 동시에 한국 경제가 금융화되고 제국주의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반자본 운동으로의 전망을 구체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해 지금종 사무총장은 “신자유주의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하지만, 이것이 정책의 문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측면을 우리가 인정해야 한다”며 박성인 중앙집행위원과 '반자본 담론과 정책’에 일정하게 선을 그었다.

지금종 사무총장은 “반자본 비자본의 전망을 갖는 것은 중요하지만 하루아침에 전망이 만들어지거나 사회시스템이 전환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책으로 다 해결될 것은 아니나 정책의 문제로 결국 조절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주장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담론의 합의가 가능하지는 않지만 정책으로는 합의가 가능하다"고 덧붙이며, “반신자유주의를 뭐로 볼 것이냐는 논의를 진보진영에서 진행하고, 최대공약수 속에서 선거연합이나 원칙이 있는 연대 전략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이에 박성인 중앙집행위원은 “자본주의를 변하지 않는 것으로 인정하면서 신자유주의 정책들만을 바꿔 이런(사회적 폐해) 것들이 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지적하며, “반자본 운동의 전망 속에서 신자유주의에 대응하지 못할 때 이후 민족주의 전망에 대해서도 자본운동에 흡수돼 들어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정성희 전 기관지위원장은 “지금 단계에서 반신자유주의 진영이 차이를 부각시키면 전략주의에 빠지게 된다”고 주장하며, “전략적으로는 반자본으로, 사회주의를 지향해 가는 것이 중요하나, 입장 차이를 지나치게 강조해서 올 수 있는 사람도 밀어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진보진영의 대선 전술.. 민중경선, 진보대연정 그리고..

  정성희 민주노동당 전 기관지위원장
이날 좌담의 백미는 참가자들이 밝힌 구체적인 대선 전술 구상이다. 정성희 전 기관지위원장이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2단계 민중경선제’를 제안했다. 1단계로 민주노동당 후보를 선출하고 이번 중앙위에서 ‘진보진영의 단결과 후보 단일화 위해 노력한다’는 수정안이 통과되면 2단계로, ‘신자유주의에 반대하고 615 남북공동선언을 지지’하는 모든 진보세력이 뭉쳐 진보진영의 단일후보를 민중경선 방식으로 선출하는 그림이다. 대략 시기는 9~10월 경.

정성희 전 기관지위원장은 “반제자주, 일반민주주의, 대북정책 등 이 모든 것이 신자유주의 반대와 615선언 지지라는 기조 하에 녹아 있다”며 “이 두 가지 전제하에서는 그 어떤 세력과도 흔쾌히 손을 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진보진영도 각자의 후보를 세력화 해 “진보진영 내 3파 구도로 민중경선을 해 보자”고 제안했다.

반면, 박성인 중앙집행위원은 “615선언 지지와 같은 정치적 조건을 세운다면 진보 좌파 진영에게는 대단결을 얘기하면서 한편으로 닫아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하며, 지난해 논란 속에 출범한 한국진보연대(준)의 예를 들었다.

대선전술의 바톤을 이어받은 지금종 사무총은 “각각의 정치 세력들의, 독자적 정치 세력을 인정하는 선에서 큰 전선을 짜 보자”며 진보연립정권을 위한 ‘진보대연정’을 제안했다.

지금종 사무총장은 “민주노동당과의 힘의 불균형이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수평적 연대 여야 한다”고 전제하며, “범진보에 포함되는 그룹들이 독자적인 정치적 입장과 세력을 유지하는 입장에서 수평적인 선거연합을 해보자”고 주장했다. 이어 “큰 틀 속에서 인력이나 정책을 서로 크게 해서 가야만 힘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필요성을 강조하며, “선거연합이 형성 된다면 선전선동의 장도 생기고, 대중의 인식 개선에도 도움이 돼 여러 가지 흥행 요소들이 생길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지금종 창조한국미래구상 사무총장
나아가 “자유주의 개혁세력 안의 무수한 스펙트럼 속에서 괜찮은 세력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빼내서 끌어들여야 한다”, “자유주의 개혁세력 중에서 최소한 우리가 정한 반신자유주의 기준에 부합하는 세력들은 같이 후보경선을 할 수도 있다”며 조심스럽게 ‘진보대연정의 범주’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피력했다. 그리고 "기준은 여러 가능성을 두고 연석회의를 통해 논의해 가자"고 못박았다.

지금종 사무총장은 정성희 전 기관지위원장의 민중경서 제안에 대해 2단계 민중경선 이후 3단계로 진보진영 단일후보와 자유주의 개혁 후보가 국민경선을 갖고 진보연정을 수립하자는 제안을 덧붙였다. 이 모든 시나리오가 성립하게 되면 진보진영은 9월에서 11월에 걸쳐 두 번의 경선을 치루게 되는 셈이다.

구체적인 대선전술에 대해 고민중이라고 밝힌 박성인 중앙집행위원은 “이번 대선시기가 진보진영이든 좌파진영이든 신자유주의 지배연합의 보수양당 재편 구도에 파열구를 내는 과정이 돼야 한다”며, “후보전술과 후보전술 구도가 아닌 다른 판에 대한 모든 고민을 열어 놓고 있다”고 밝혔다. ‘방식’에 대해서는 열어 놓고 가되, 전제로 “좌파진영이 이번 대선에 독자적으로 결집이 가능한지가 확인돼야 한다”며 가능성 타진에 무게를 실었다.

대선전술을 실현 시키기 위한 조건

정성희 전 기관지위원장은 민중경선을 통한 진보진영의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몇 가지 전제를 밝혔다. △민주노동당 外 진보진영의 후보가 있어야 한다 △정치협상의 합의 △선거권자의 문제 등이 정리 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조건이다. 또한 민주노동당 내부에서도 임시 당대회를 소집해 2/3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야 '민중경선'이 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진보대연정, 과연 누구와 손을 잡을 것인가에 대해 지금종 사무총장은 “진보연석회의가 만들어진다면 그 기준을 만들어서 논의해야 한다”고 전제 한 뒤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는 “신자유주의 지배연합에 파열구를 내는 방식은 기존의 자유주의 개혁 세력 내에서 반대자들을 조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적어도 한미FTA에 있어서는 그런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 것은 확인된 것이고, 그 외는 구체적인 정책을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며 자기 구상을 밝혔다. 물론 "진보보수 다당체제의 구도를 지향하며, 진보 진영의 다양한 목소리가 연합연대 전술로 구사돼야 할 것"을 전제로 했다.

  박성인 노동자의 힘 중앙집행위원
미래구상, 수혈, 흡수되지 않기를 당부한다

현행 법 체계상 미래구상은 후보 경선에 참가할 수 없다. 정당이 아닌 사회단체이기 때문이다. 애초 미래구상은 ‘정당을 하겠다’는 구상에서 출발한 조직이 아니다. 지금종 사무총장은 “후보를 내지 않는다면 어차피 연결자 노릇을 해야 하는데, 진보선거연합이 될 수 있도록 개입할 생각이지만, 후보도 없는 상황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서 힘을 가질 수 있겠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표했다. 이 또한 미래구상에 남은 과제이다.

박성인 중앙집행위원은 지금종 사무총장에게 "(미래구상은) 지향하는 이념적 지향도 불투명해 보이고 실제로 운동의 성과가 결집된 양상도 아니"라는 점을 들어, “열린우리당이나 자유주의 개혁세력에 수혈 내지는 흡수 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전했다.

이에 지금종 사무총장은 “진보세력이 견인력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밝히며, “미래구상은 ‘수혈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이 내부의 입장이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심지어 '내가 목숨 걸고 막겠다'고 내부에서 얘기도 했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관련해 정성희 전 기관지위원장은 “반신자유주의 자유주의 세력이 반신자유주의 진보진영과 단결해서 야당으로 가도 좋다, 떨어진 값이라도 역사의 전진을 위해 연합해 간다면 그것이 약진일 것"이라고 강조하며, “진보진영의 반신자유주의 세력 내에서 지나치게 차별성만 부각시키기 보다 단결하는 방안으로 선의의 경쟁도 하고, 뭉쳐서 힘 있게 대통령 선거에 임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