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예정에 없이 29일 중앙위원회에 전격 참석, 모두발언을 통해 현재 심경을 밝혔다.
대선 이후 첫 연설에서 권영길 의원은 “많은 국민과 당원 동지 앞에 석고대죄의 몸가짐으로 이 자리에 서 있다”며 거듭 “죄송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대선 참패 이후 후폭풍에 휩싸인 당을 지켜보며 “가슴이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고 있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그러나 “창당 정신으로 돌아가 백의종군하겠다”는 선언 이후 관심을 모았던 향후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저 권영길이 어떻게 당원들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을지 지혜를 불어넣어 달라”며 여운을 남겼다.
다음은 권영길 의원의 연설 전문이다.
많은 국민과 당원 동지 앞에 석고대죄의 몸가짐으로 이 자리에 서 있다. 대선 패배의 총체적 책임은 후보인 저 권영길에게 있다. 책임을 진 입장에서 당원 동지들, 이 자리 계신 중앙위원 동지들, 민주노동당을 아껴주신 국민들 앞에 제가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 생각하고 생각해도 죄송하다는 한마디 외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당원 동지 여러분 국민 여러분 정말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평소 민주노동당을 저의 영혼이라 생각했고 그렇게 이야기해왔다. 민주노동당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하게 수많은 동지들이 얼마만큼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려야 했는지 잘 알고 있다.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으로 창당된 민주노동당은 정말 당원 동지들의 피와 땀과 눈물의 결실이었다. 그것을 누구보다도 가장 잘 아는 저의 입장에서 대선 이후 첫 자리인 오늘 이 자리에서 어떤 말씀 드려야 할지 정말로 생각이 나지 않았고 지금도 그러하다.
대선 기간 동안 기호 3번 권영길을 외치던 그 당원 동지들의 얼굴을 대선 이후 떠올리고 떠올리고 했었다. 많이 떠올랐다. 전국민을 감동시켰던 유세단 단원들의 모습도 떠올렸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헌신적으로 몸 바쳐서 뛰었는데 후보인 저의 부족으로 오늘의 상황에 이르렀다. 대선 이후 오늘의 상황에 이른 모습을 보면서 저의 가슴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당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느냐 하고 생각했을 때 그것이 얼마나 시건방진 생각이었는지도 깨달았다. 저는 당원 동지들의 사랑을 오로지 한몸에 받았다. 당의 사랑을 받아온 사람이었다. 저 권영길이 그 당을 위해서, 정말로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체인 이 당을 위해 무엇을 했던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당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이다 이 생각조차 지워버려야 한다. 사랑받았던 몸으로서 어떻게 보답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있다.
그러면서 감히 외람되게 당원 동지들과 국민 앞에 말씀드리지만 민주노동당은 여전히 민중의 희망이어야 하고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엄청난 폭발적인 힘을 갖고 있음을 우리는 다시 한 번 새기자는 말씀을 드린다. 민주노동당이 쓰러지면 이 땅의 민중들은 기댈 곳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으로서 새롭게 떨쳐 일어설 수 있다는 그런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들게 말씀드린다.
당원 동지 여러분 권영길을 그렇게 끔찍하게 사랑해주신 당원 동지와 지지자, 국민 여러분. 저 권영길이 어떻게 그 사랑에 보답할 수 있을지 제게 지혜를 불어넣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당원 동지 여러분 정말로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겠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