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이 심상정 비상대책위를 출범시킨 이후에도 당원들의 집단 탈당을 막지 못하고 있다. 지난 22일 전남도당 여수지역 당원 45명과 광주시당 당원 30명이 각각 탈당을 선언했다. 대선 이후 경기도 구리, 부산 해운대 지역에 이어 세 번째 집단탈당 선언이다.
이날 당원들의 탈당 선언은 심상정 비대위 대표가 당 혁신안을 제시할 임시당대회 일정을 당초 예정보다 2주 앞당긴 오는 2월 3일로 발표한 뒤 벌어진 일이어서 당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탈당 이유로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의 종북주의, 패권주의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며, 정파 타협으로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종북주의 문제 정파 타협으로 해결 안 돼”
광주지역 당원들은 “2007년 대선에 이르기까지 민주노동당이 보여준 모습은 국민들은 물론 당원들조차도 진보정치에 대해 심각한 회의를 품게 만드는 배신행위였다”면서 “종북주의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북핵문제와 일심회 사건 등 자주파의 무비판적인 북한정권 추종 행위는 국민들로 하여금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을 의심케 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내 선거 때만 되면 불거져 나오는 당비 대납과 부정투표 의혹, 조직적인 흑색선전, 회계부정 사건 등은 기본적인 당내 민주주의조차 실현하지 못하는 타락한 정치집단의 이미지를 심어줬다”며 “우리는 이 모든 사태의 첫 번째 원인은 다수파인 자주파 지도부의 종북적 속성과 패권적 당 운영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는 현 상황이 몇몇 정파 간의 타협으로 결코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민주노동당은 이미 진보정당으로서의 수명을 다했다”면서 “우리의 탈당은 낡고 병든 구세대 진보정치에 고하는 종언인 동시에 밝고 건강한 다음 세대 진보정치를 향한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여수지역 당원들도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된 원인은 다수파인 자주파 지도부의 종북적 속성과 패권적 당 운영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들의 혁신에 대한 요구를 몇몇 정파 간 타협으로 치유될 수 없을 것이며, 민주노동당이 진정 서민을 위한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낡고 병든 구세대의 정치를 넘어서 밝고 건강한 다음 세대의 진보정치를 위해 민주노동당을 탈당한다”고 밝혔다.
앞서 21일에는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 소장이 사임을 표명하고, 정책위원회 소속 조현연, 김석연 전 부위원장과 이재영 전 정책실장 등이 탈당 의사를 밝히는 등 간부진의 사임과 탈당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모두 당내 신당파가 결성한 ‘새로운진보정당운동(준)’에 합류했다.
이날 탈당을 선언한 평당원들도 신당 창당에 결합하게 될 경우 심상정 비대위는 지도력에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심상정 비대위가 신당파 세력을 제어하지 못할 경우 일심회 사건 처리, 비례대표 전략 공천 등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자주파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힘겨루기로 문제 풀 수 없다”
한편 심상정 대표는 지난 22일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진보운동에서 모든 판단과 평가의 기준은 ‘실천’이며, 실천 이전에 예단하고, 딱지 붙이기 식으로 규정하는 것이 그동안 우리가 안고 있던 정파 폐해의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한쪽에서는 당을 해산하라 하고, 한쪽에서는 당원 제명을 요구하는 극단적인 힘겨루기 방식으론 어떤 문제도 풀 수 없다”면서 “어려움이 있지만, 오직 국민과 당원을 믿고, 성실하게 인내심을 갖고, 혁신의 길로 흔들림 없이 가자”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