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행 위원장은 이날 오전 민주노총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지지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은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투쟁했는데 이를 마치 종북 행위로 모든 언론과 국민에게 비쳐지게 한 점에 대해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과거 공안정국이 진보진영을 탄압할 때 쓰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해 통일운동을 매도하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편향적 친북행위 문제, 더 이상 거론 않는 게 옳다”
이석행 위원장은 “당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것이 비대위의 역할이지 안건이 부결되면 불신임으로 간주하겠다, 조건부 탈당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대중들에 대한 협박”이라고 일갈했다. 전날 심상정 비대위 대표가 “혁신안 통과 여부는 비대위에 대한 신임 여부와 동일한 것”이라고 밝힌 것과 노회찬 의원이 “혁신안이 부결된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며 탈당을 시사한 발언을 두고 한 말이다.
이석행 위원장은 “비대위는 대의원대회를 열지 말고 차라리 비대위 혁신안 관철을 위한 당원 결의대회를 여는 것이 맞지 않냐”고 비아냥거렸다.
비대위가 선입견 배제를 위해 ‘종북주의’ 대신 ‘편향적 친북행위’로 고쳐 사용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비대위 혁신안이 발표된 후 모든 언론 지면상에 ‘종북주의 청산’이 도배된 상황에서 지금 와서 말바꾸기 한다고 종북주의 낙인이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지금 그 문제와 관련해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과거 공안당국보다 더한 조선일보에서 ‘종북주의’를 주제로 인터뷰한 사람이 당당하게 분당을 주도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개하며 “조승수는 당을 떠나야 한다. 본인 실수로 의원직을 잃어 민주노동당 의석수를 줄인 사람이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거꾸로 분란행위를 하고 있다. 절대 용서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분당하려면 조용히 나가면 된다. 당적을 유지하고 있으면서 당내에서 가입 원서를 돌리는 것은 도의상정에 맞는 일이 아니다. 진짜 (분당이) 옳다면 나가서 하든지 아니라면 하루빨리 포기하고 당으로 재단결해야 한다. 같이 죽자고 물귀신 작전 하는 것도 아니고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주파, 혁신안 부결 위한 조직-논리 ‘전면전’
이날 기자회견을 연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 한국청년단체협의회와 이석행 지도부로 대표되는 민주노총 다수는 지난 대선에서 민중참여경선제에 찬성하는 등 민주노동당 내 자주파의 입장과 정치적으로 유사한 흐름을 보여왔다.
이들은 명시적인 ‘반대’ 입장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일심회’ 사건이나 ‘북핵 자위론’ 발언 등을 “편향적 친북행위”로 규정한 혁신안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당대회를 이틀 앞두고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심상정 비대위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시각을 의식하듯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오늘 기자회견은 신당파를 비롯한 당내 분열 움직임에 대한 비대위의 확고한 조치와 단결을 도모하려는 목적이며, 통일운동에 대한 입장은 비대위에 바라는 점 정도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들 4개 지지단체는 오는 1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정종권 비대위 집행위원장의 발제로 토론회를 열어 비대위에 대한 요구를 계속해나갈 방침이다. 이밖에 이영희 대의원 등 지지단체 소속 일부 대의원은 내달 3일 민주노동당 임시당대회에서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 전 소장의 출당 조치와 신당파 모임인 ‘새로운진보정당운동’ 해산 조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앞서 30일에는 ‘일심회’ 사건 관련자 최기영·이정훈 가족대책위가 민주노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위의 일심회 사건 관련자 제명 조치는 진보정당의 본질을 훼손하는 정치적 공세”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김승교 대책위 변호사는 “문제가 된 문건 유출은 최기영 씨가 작성한 것이 아니며 해당 문건이 당 기밀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도 없다”면서 “비대위가 당사자에게 소명 기회도 주지 않고 제명 조치를 결정한 것은 절차 위반에 해당한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현재 자주파 내부에서는 비대위의 혁신안에 대한 복수의 수정안을 작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