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등록금 대책 환영하기엔 일러

정부 '학자금 대출 취업후 상환제도'에 보완할 점 많다

대학 학자금을 대출받고 나서 취업 후 소득이 생기면 갚도록 하는 정부 대책이 대체로 환영받는 분위기지만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자금 대출 후 거치 기간에는 이자를 내지 않고 취업 후 원리금을 갚게 하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를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30일 밝혔다. 이 대책은 개인당 학자금 대출 한도액을 없애 등록금 전액 대출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경우 대출금 외에도 연 2백만 원의 생활비를 지급할 수 있게 했다.

현행 학자금 대출제도와 비교하면 재학 중 이자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고 졸업을 하더라도 일정 소득이 생길 때까지는 상환 의무가 유예된다. 다만 기초수급자와 소득 1~7분위(연 가구소득 4839만 원 이내) 가정의 대학생으로 평균 성적이 C학점 이상이어야 혜택을 받는다.

교수노조, "완전한 등록금 후불제가 필요"

교육과학기술부는 "그동안의 학자금 대출문제를 일거에 해결한 획기적인 제도"라고 자평했지만, 대학 등록금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2005년부터 '등록금 후불제'를 주장해 온 전국교수노동조합은 "후불제의 필요성을 정부가 일정부분 공감했다는 데 환영"하지만 "정책 시행 이후 과도한 등록금 인상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 대학, 학부모로 구성된 '고등교육등록금위원회'에서 등록금을 책정해야 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교수노조는 또 대출제도가 아닌 국채 발행을 통한 '졸업세'를 도입해 전체 대학생에게 완전한 '등록금 후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민생 행보' 차원에서 급작스럽게 발표를 서둘렀을지 몰라도 완전한 등록금 후불제 도입을 위해선 학생, 학부모, 대학, 시민단체와 충분한 토론과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진보신당, "'C학점 이상' 진입장벽 유감"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있다는 점에서 '소득 연계형 대출 방식(ICL)' 도입을 환영한 진보신당 정책위원회는 이의 실질적인 운영을 위해 보완돼야 할 점이 있다고 밝혔다.

진보신당은 C학점 이상이 되어야만 새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 취지와 어긋난다며 성적으로 진입장벽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재원의 일부를 국가 예산으로 충당해 이자율을 추가로 인하하는 방안과, 대출금 상환을 피하기 위한 고소득 집단의 허위 신고 예방도 제안했다.

교수노조가 제기한 등록금의 '액수' 문제와 연관되게 대학등록금 인상률을 제어하는 '등록금 상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의 새 대책이 대체로 환영받으면서 보완점이 대두되는 가운데 이번 대책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주던 450만 원의 장학금이 2백만 원으로 줄고, 차상위계층에게 지급되던 150만 원의 장학금이 중단될 예정이라 이 부분에 대한 반발이 크다.

권영길, "저소득층 장학금 없애면 안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자유토론방에 글을 올린 네티즌 '희망지기'는 고3 딸의 대학 등록금 준비를 하고 있다며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했는데 저소득층 장학금이 없어진다는 말에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네티즌 '바다는'은 새 대책에 대해 "사학법을 반대했던 대학이 안정된 고객을 확보해 돈을 벌 수 있는 제도"라며 "많은 젊은이들을 빚쟁이로 만드는 조삼모사일 뿐"이라고 성토했다. 이 네티즌은 "대학의 등록금부터 낮추고 대출 이율을 낮춰야 하며 차상위계층이 피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정부의 학자금 대출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30일 발표하고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낮은 분위의 소득자들에 대한 지원을 없애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권영길 의원은 "소득에 따라 학교 진학이 갈리고 불안정한 직업을 갖는 비율이 높은 현실에서 결국 장기적인 빚쟁이만 양산하게 되는 정책"이라고 이번 대책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