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사회과학연합 연례회의(2) 기후, 노동, 제국주의

미국 경제학회(America Economic Association)가 주관하는 사회과학연합(ASSA)의 연례 회의 보고서 2부에서는 급진 정치경제학 연합(Union of Radical Political Economics)이 조직한 급진 경제학 세션들을 살펴본다나는 이 세션들에 직접 참석하거나 링크를 통해 접속할 수 없었기에이번 글은 제출된 초록과 논문 검토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ASSA의 주류 세션들과 달리급진 세션들에서는 인공지능(AI)과 관련된 논의가 등장하지 않았다대신기후 변화인플레이션금융화그리고 제국주의가 주요 주제로 다루어졌다.

기후 변화와 관련해 앙제 대학교(University of Angers)의 다비드 카이야(David Cayla)는 화석 연료에서 생태적 전환을 이루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금융 자원이 아니라물리적 자원과 인적 노동을 소비자에게 즉각적인 만족을 주지 않을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로 재배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렇다면전 세계적 성장축소(global de-growth)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생태적 투자에 중점을 두고 소비자 편의를 우선하지 않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어떻게 조직할 수 있을까이를 위해 반드시 전 세계적인 탈성장이 필요하지는 않다.

몇십 년 안에 기후 전환을 조직하는 것은 전쟁 경제에 들어서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이는 소비재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경제의 역량에 심각한 제약을 가한다카이야는 자본주의의 사회 구조에 대한 급진적 변화를 요구하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 경제가 제한적인 조건 하에서도 시장이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그는 "물론다른 경제 체제를 상상하는 것은 항상 가능하다그러나 생태적 전환을 이루는 것이 경제에 막대한 제약을 가한다 해도이것이 본질적으로 또는 그 자체로 시장 경제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정말 그럴까최근 에코-사회주의자들의 연구는 정반대를 강력히 입증하고 있다.

또 다른 발표에서아메리칸 대학교(American University)의 존 윌러비(John Willoughby)는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제안한 "경제 생활을 민주적 대중 계획에 따라 조직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비판했다그는 이 아이디어가 "경제 조직의 복잡성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며사회주의 조직 옹호자들을 심각하게 오도한다"고 주장했다윌러비는 자원 배분에 시장 가격을 사용하는 '시장 사회주의이론으로 돌아갔다그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유토피아적 비전은 계획의 복잡성에 대한 불충분한 인식과 시장 조직의 모든 반사회적 효과에 대한 경멸에 기반한다후자는 설득력 있는 비판이지만일방적이며 궁극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규제된 시장은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문제를 더 많이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주의 질서에 필수적인 제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인트 프랜시스 칼리지(St. Francis College)의 알리 알퍼 알렘다르(Ali Alper Alemdar)는 '디지털 노동 플랫폼'의 수익성에 대해 논의했다그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수익성의 핵심 요소이며이는 더 높은 수수료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데이터 축적 증가를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했다이러한 요소들은 플랫폼 자본의 확장과 수익성을 달성하는 데 필수적이다실제로 플랫폼 자본은 수익성의 중심축이다.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University of Massachusetts-Amherst)의 데바마뉴 다스(Debamanyu Das)는 에너지 전환이 진전될수록 핵심 광물에 대한 필요성이 강해질 것이며이에 따라 국가들 간에 이러한 광물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이는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가 부상하는 것이다핵심 선진국(중국 포함)은 영토 획득에서 주변 국가의 광업 기업 획득으로 초점을 전환하고 있으며이는 다국적 기업 소수의 권력 집중을 초래한다.

뉴저지 칼리지(College of New Jersey)의 미셸 네이플스(Michele Naples)는 주류 논의에서 일부 지지받는 케인즈 이론의 인플레이션 효능에 대해 연구했다그의 연구는 인플레이션이 실질 임금 상승에 강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인플레이션은 항상 재분배적이며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않고 실질 소득을 재배분할 뿐이다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때 연방준비제도(Fed)는 경제 활동을 둔화시키기 위해 개입한다이는 노동자들이 더 높은 명목 임금을 얻는 것을 막는다. 2021년 연준이 초기에는 가격 인상을 허용했지만 이후 임금-가격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해 신용 조건을 강화했다네이플스는 다른 많은 연구들과 마찬가지로인플레이션이 대부분 이윤을 증가시켰고임금 변화로는 거의 설명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이는 케인즈 이론과 반대되는 결과다.

콜로라도 주립대학(Colorado State University)의 바비아 시나(Bhavya Sinha)는 오프쇼어링과 국경을 초월한 생산 활동 하청으로 인해 국가와 산업 전반에 걸쳐 노동 몫이 감소하는 추세를 강조했다개발도상국에서는 노동력이 점점 글로벌 자본에 종속되고부가가치의 몫은 주로 특허와 저작권으로 지식 투입의 독점적 권리를 보호하는 선진국에 집중되고 있다이러한 독점적 권리 보호는 자유화된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시나는 국가의 노동 몫에 대한 이러한 영향들을 평가했다그는 1995년부터 2018년까지 지역 전반에서 수출의 총 부가가치 중 외국 부가가치 비중 상승글로벌 가치 사슬(GVC)의 후방 연계 증가노동 몫 감소의 병행적 추세를 발견했다따라서 GVC에 대한 통합이 증가할수록 부가가치의 노동 몫은 부정적으로 연관되어 있었다.

이 생산의 세계화는 산업과 국가 간의 불평등 교환 체제를 산업 내에서 노동과 자본 간의 불평등으로 확장시켰다.

기후 변화에 관하여아메리칸 대학교(American University)의 로빈 하넬(Robin Hahnel)은 서로 다른 수준에서의 기후 정책 간 관계를 다뤘다탄소 배출 감소는 전 세계적으로 공공재의 성격을 가지므로어떤 나라도 독립적으로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이는 모든 국가가 다른 국가들이 배출을 줄이는 혜택을 누리기 위해 자국의 배출 감소를 미루려는 '무임승차유인을 만들어낸다따라서 효과적인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

하넬은 2015년 기준으로 두 나라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 이상을 차지했다고 지적했다중국은 30%, 미국은 15%를 차지했으며중국의 배출량이 미국보다 많았다그러나 2015년 미국의 인구는 3억 2,500만 명중국의 인구는 14억 명으로 미국의 4배 이상이었다. 1인당 배출량은 중국이 7.7톤이었지만미국은 16.1톤이었다. 1970년부터 2015년까지의 누적 배출량을 비교하면미국이 1현재 유럽연합(EU)을 구성하는 국가들이 2중국은 인구가 미국이나 EU보다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3위에 머물렀다.

기후 변화 문제 해결의 어려움은 해결책을 모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국제적국가적지역적 수준에서의 해결책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문제는 탄소 포집 저장이나 지구공학 같은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문제는 단순히 국제적 및 국내적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데 방해가 되는 정치적 걸림돌을 극복하는 것이다가장 중요한 걸림돌은 화석연료 산업이다그럼에도 하넬은 다행히도이는 자본주의를 미국이나 전 세계에서 대체하지 않고도 여전히 가능하다왜냐하면 기후 변화가 되돌릴 수 없게 되기 전에 행동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하지만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자본주의를 대체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University of Massachusetts-Amherst)의 로버트 폴린(Robert Pollin)은 에너지 전환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검토했다그는 노동자들에게 다음 세 가지 핵심 보장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일자리 손실 방지보상연금현재의 전환 정책은 노동자들이 생활 수준의 큰 하락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그러나 폴린은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화석연료 산업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바탕으로, '정의로운 전환'의 비용은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이는 노동자 1인당 연평균 약 4만 2천 달러즉 웨스트버지니아 GDP의 약 0.2%에 해당한다미국 전체 경제에서 '정의로운 전환프로그램의 비용은 GDP의 약 0.015%에 불과할 것이다.

부채와 금융 자본에 관한 여러 발표도 있었는데이는 모두 포스트 케인스주의 금융화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이 주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다루지 않을 것이다.

급진 세션의 내용은 대체로 이렇다기후 변화금융화제국주의적 착취계획 경제에 관한 논의는 있었지만주류 세션에서 주요 주제로 다루어진 AI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이는 흥미로운 대조를 보여준다주류 경제학은 자본주의 침체의 구세주를 찾으려 하지만이단적이고 급진적인 관점은 자본주의 생산 내부의 모순에 초점을 맞춘다.

[출처] ASSA 2025 part two: the radical – climate, labour and imperialism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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