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주의를 향한 욕망: 트럼프가 드러낸 자본주의 본모습

출처: Unsplash+, Getty Images

전후 제국주의는 제1차 세계대전 이전 시기와 비교하면 분명해지는 하나의 근본적 모순 위에 성립했다어느 시기든 제국주의 세계의 지도국은 자본주의가 확산하고 있는 다른 주요 국가들에 대해 전반적인 국제수지 적자를 감수함으로써 지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이는 여러 이유 때문이다지도국은 자본주의의 확산을 돕기 위해 자본을 수출해야 하고자본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신흥 공업국들이 생산한 상품을 받아들이기 위해 자국 시장을 개방해야 하며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군사 지출을 해야 하고때로는 실제 전쟁을 치러야 한다이러한 모든 이유로 인해 지도국이 국제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거의 불가피한 자본주의의 법칙에 가깝다이에 따라 제1차 세계대전 이전 시기의 자본주의 선도국이었던 영국은 당시의 다른 신흥 자본주의 국가들즉 유럽 대륙 국가들미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해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를 합친 전체 국제수지에서 적자를 기록했다그러나 영국은 이러한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대외 부채에 빠지지 않았다오히려 영국은 세계 전체에 대해 순채권국 지위를 유지했다.

이는 영국이 정복을 통해 확보한 열대 식민지들 덕분에 가능했다이는 정착 식민지와는 구별되는 식민지들이었다이 과정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첫째영국은 신흥 공업국 자본주의 생산자들과의 경쟁으로 밀려나고 있던 자국 상품을 이들 포획된 식민지 시장에 판매했다이러한 밀려남은 신흥 공업국들의 시장뿐만 아니라 영국 국내 시장에서도 동시에 일어났다둘째영국은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은 채 이 식민지들이 벌어들인 전체 순외화 수입을 그대로 전유했다이는 신흥 공업국들에 대한 식민지들의 상품 수출 흑자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 (인도의 반식민주의 사상가들은 이 현상을 부의 유출이라고 불렀고마르크스는 1881년 러시아 나로드니키 경제학자 N. F. 다니엘손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현상을 지적했다.)

이처럼 영국은 식민 제국에 의존함으로써 아무런 어려움 없이 지도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예를 들어, 1910년 영국은 유럽 대륙과 미국에 대해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를 합친 전체 국제수지에서 9,500만 파운드의 적자를 기록했다이는 영국이 적자를 기록한 전체 국가들에 대한 총액 1억 4,500만 파운드 가운데 상당 부분에 해당했다그런데 이 가운데 무려 6,000만 파운드는 단 하나의 식민지즉 인도에서 나왔다. (이는 S. B. (S.B.Saul)의 ⟪영국 해외무역 연구⟫(Studies in British Overseas Trade) 에 나오는 수치다.) 여기에 더해 영국은 서인도제도말라야 등 다른 식민지들로부터도 유사한 방식의 수탈을 행했다.

전후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은 이 시기의 제국주의 선도국인 미국이 이러한 식민지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비롯됐다미국은 S. B. 솔의 표현을 빌리자면 수도꼭지를 틀면 바로 나오는 시장에 해당하는 식민지 시장에 접근할 수 없었고약탈의 원천으로 삼을 식민지도 갖고 있지 않았다영국과 같은 식민 제국 없이 지도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미국은 점점 더 부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그 결과 세계의 자본주의 지도국이 시간이 흐를수록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채를 진 나라가 되는 기묘한 상황이 나타났다.

그러나 초기에는 이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다세계의 나머지 국가들이 미국이 쏟아내는 차용증서즉 미국 달러나 달러 표시 자산을 기꺼이 보유했기 때문이다달러는 금만큼 안전한 것으로 여겨졌다. 1970년대 초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급등하면서 달러를 금으로 교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고이로 인해 이 믿음은 잠시 흔들렸다브레턴우즈 체제하에서 달러는 금 1온스당 35달러의 비율로 교환이 가능했기 때문에사람들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달러를 버리고 금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로 인해 달러의 금 태환이 공식적으로 종료되고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한 이후에도 달러에 대한 신뢰는 점차 회복됐다자산 보유자들은 다시 불만 없이 미국 달러를 보유하기 시작했다그 결과 브레턴우즈 체제 종료 이후에도 미국의 자본주의 세계에 대한 지도적 지위는 유지됐다.

이는 식민지 없이 작동하는 데서 비롯되는 근본적 모순으로 인한 즉각적인 위기를 피하게 해주었지만이 모순 자체가 지속되는 한 장래의 위기 가능성은 항상 남아 있었다달러에 대한 신뢰는 여러 요인에서 비롯됐는데그중 하나는 미국 내부의 인플레이션율이 자산 보유자들이 달러를 버리고 어떤 상품으로 이동할 만큼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이 믿음은 다시 충분한 실업의 존재를 통해 노동력의 달러 가격이 일정한 범위 안에 머물 것이라는 확신과석유 생산 세계에 대한 미국의 패권을 통해 가장 중요한 투입 요소인 석유 가격이 억제될 것이라는 확신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그러나 이러한 조건들이 무너질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했다.

석유 생산 세계에 대한 미국의 패권은 이란러시아베네수엘라와 같은 여러 산유국들이 미국과 적대적 관계에 들어서고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되면서 위협받기 시작했다이들 국가는 제재로 인해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 석유를 판매하는 협정을 다른 국가들과 체결하기 시작했다이는 달러의 지배력을 잠식했고장차 위기가 닥칠 가능성을 예고했다.

게다가 부채에 점점 더 깊이 얽히는 상황 자체는설령 그 부채가 쉽게 보유된다 하더라도미국이 달가워할 만한 전망이 아니었다따라서 기존의 상황은 미국에게 점점 더 용납하기 어려운 것이 되었고트럼프 행정부는 결국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를 전면적으로 줄이고그에 따라 한계적으로 발생하는 부채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가 전 세계로부터의 수입에 관세를 부과한 것은 국제수지 적자를 줄이려는 이러한 의도의 한 표현이다과거에는 미국 내에 저장되던 에너지를 해외에 판매하기로 한 결정도 또 다른 표현이다그리고 무엇보다도 풍부한 광물 자원을 보유한 지역을 중심으로 식민지를 획득해과거 열대 식민지들이 유출을 통해 그러했듯이 이러한 자원을 약탈해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를 충당하려는 충동 역시 그 표현 가운데 하나다물론 이러한 각각의 결정에 다른 동기가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여기서는 이들 결정에 공통으로 작용하는 중요한 하나의 동기를 강조할 뿐이다.

자유주의적 여론은 현재 미국의 초공격적 태도를 도널드 트럼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트럼프가 신파시스트인 반면다른 대통령들은 기껏해야 극단적 보수주의자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와 다른 대통령들 사이에 중대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트럼프만을 유일한 악당으로 지목하는 것은 체제 전체의 취약성을 외면하는 일이다트럼프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조치는 그의 공격적 의도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식민지에 의해 지탱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트럼프는 이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있다지금까지 사용되어 온 신자유주의나 다른 형태의 세계 자원 통제 방식은 직접적인 식민 지배만큼 효과적이지 않다.

이는 자유주의가 믿는 바와 정확히 반대다자유주의는 식민 억압을 통한 사람들의 예속이 과거에는 존재했을지 몰라도 자본주의의 본질은 아니며자본주의는 국제 협력을 통해 평화롭게 작동할 수 있고대도시 국가 내부에서는 계급 협력과 복지국가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트럼프의 행동이 이러한 이상화된 자본주의 그림에서 벗어나는 이유는 그가 성격적으로 사악해서가 아니라무엇보다도 그러한 이상화된 그림 자체가 유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트럼프의 잔혹함은 오늘날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조건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이는 인류를 극도로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는 주체가 도널드 트럼프가 아니라 자본주의라는 사실을 의미한다사회주의적 도전이 존재하던 시기에 체제가 취약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성취되었던 민주주의탈식민화복지국가와 같은 역사적 진보는 이제 그 도전이 약화되었다고 여겨지자 되돌려지려 하고 있다그러나 자본주의의 공격성즉 인민이 쟁취한 역사적 성과를 되돌리려는 그 자체의 노력은 오히려 사회주의의 필요성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다.

로자 룩셈부르크가 인류는 사회주의와 야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 말은제국주의를 떠받치기 위해 벌이는 도널드 트럼프의 필사적인 몸부림을 통해 오늘날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출처The Drive for Colonialism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 몸담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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