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Unsplash+, Ian Mikraz
소련이 붕괴했을 때, 자유주의 부르주아 저자들은 민주주의와 안정이 보편적으로 승리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그들은 사회주의적 도전이 불필요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해롭기까지 했다고 보았고, 이미 식민지들에 정치적 독립을 부여하고 자국 내부에서는 보통선거권과 복지국가 제도를 도입한 자본주의가, 이러한 도전이 사라진 뒤에는 인류에게 평화와 경제적 안정,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반면 다수의 좌파 저자들은 탈식민화와 보통선거권, 복지국가 제도의 도입을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적 도전이라는 실존적 위협에 직면했을 때 강제로 내놓은 양보로 보았다. 그리고 이 도전이 약화하면 자본주의는 본래의 약탈적 성격으로 되돌아가 이러한 양보들을 철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의 전망은 옳았음이 입증되었다. 특히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제국주의는 노골적으로 공격적인 본색을 드러내며, 오직 ‘갱스터 단계’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양상을 보인다.
미국 제국주의가 합법적으로 선출된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와 그의 아내를 군사 작전을 통해 자택에서 납치하고, 아무런 신빙성 있는 증거도 제시되지 않은 조작된 혐의를 씌워 수갑을 채운 채 미국으로 끌고 가 재판에 세운 행위, 그리고 적절한 꼭두각시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그 나라를 사실상 미국의 식민지로 직접 통치하려 한 시도는 국제 행위의 모든 법적·도덕적 규범을 위반한 믿기 어려운 대담성의 발현이다. 이 사건은 제국주의의 ‘갱스터 단계’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제국주의의 갱스터 단계에서 나타난 가장 최근의 행위에 불과하다. 전적으로 허위 혐의에 근거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을 강제로 축출하고 처형한 일,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를 잔혹하게 살해한 일, 시리아의 점령, 제국주의의 지원을 받는 정착 식민 프로젝트에 의해 집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는 바람 외에는 아무런 “죄”도 없는 팔레스타인 인민을 상대로 자행된 집단학살, 도널드 트럼프가 임명한 “총독”이 통치하는 미국의 식민지로 가자를 접수해 고급 부동산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모두 제국주의의 갱스터 단계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사례들이다.
자유주의적 여론은 다시금 도널드 트럼프를 갱스터처럼 행동하는 일탈자로 규정하며, 최근의 약탈적 행위들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그에게만 돌린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대부분의 사건은 트럼프가 권좌에 오르기 이전에 이미 벌어진 일들이다. 트럼프와 이전 미국 대통령들 사이의 차이는, 전자들은 자신들의 갱스터적 행위를 “문명화된” 언어의 외피로 위장했던 반면, 트럼프는 자신의 행정부의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는 점에 불과하다. 더구나 팔레스타인 인민을 겨냥한 집단학살을 포함해 위에 언급한 모든 사건은 스스로를 “자유주의적”이라고 선전하는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왔다. 니콜라스 마두로의 납치조차도, 트럼프에게 환심을 사려는 일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제외하면 전 세계의 비난을 받았음에도, 독일·프랑스·영국의 적극적이거나 묵시적인 지지를 누렸다.
특히 미국의 유럽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마두로가 권위주의적 통치자였으므로 그의 축출에 대해 눈물을 흘릴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주장의 터무니없음은 명백하다. 국제법은 미국이든 어떤 나라이든 다른 나라에 군사적으로 개입해 민주주의를 수립할 권리를 허용하지 않는다. 누가 통치자가 될지는 해당 국가 인민이 결정해야 한다. 마두로가 권위주의적이었는지 여부는 미국의 개입이라는 문제와는 전혀 무관하다.
게다가 트럼프 자신은 마두로의 주요 정치적 경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마두로가 체포된 이후 행정을 장악할 만큼 충분한 대중적 지지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두 개의 주요 정치 세력이 존재하는 국가에서 한쪽이 충분한 대중적 지지를 갖지 못한다면, 다른 쪽이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와 여러 유럽 지도자들이 마두로에 정치적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적으로 터무니없다. 마차도도, 마두로도 정당성이 없다면, 누가 베네수엘라에서 정당성을 가졌는지 트럼프는 밝혀야 한다.
마두로를 제거한 진짜 이유는 트럼프가 특유의 노골적인 방식으로 토로했다. 그는 1월 3일 토요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땅속에서 엄청난 부를 끄집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에 따라 벌어들인 돈은 베네수엘라 인민뿐 아니라 미국 석유 기업들과, “그 나라가 우리에게 입힌 피해에 대한 보상”의 형태로 “미합중국”에도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가 말한 “피해”란 베네수엘라가 석유 자원을 국유화한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베네수엘라는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약 17%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약탈하겠다는 트럼프의 제안은 그 나라를 장악하고 “운영”하려는 그의 동기를 노골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는 명백한 갱스터 행위다. 너희가 석유를 갖고 있으니, 그것을 빼앗겠다. 대통령이 방해하면 납치해서 제거하고, 직접 식민지로 통치하거나 약탈을 허용하는 꼭두각시 정부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나라의 자원, 토지나 토지 생산물을 약탈하는 것은 제국주의가 항상 해온 일이었고, 제국주의의 핵심이다. 탈식민화 이후에도 제국주의는 이를 방해하는 정부들을 전복시키고 순응적인 정부를 세움으로써 약탈을 지속하려 했다. 과테말라의 아르벤스, 이란의 모사데그, 당시 콩고의 루뭄바, 칠레의 아옌데를 상대로 한 CIA 주도의 쿠데타들이 대표적 사례다. 더 최근에는 동유럽과 옛 소련 공화국들에서의 색깔 혁명들, 서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같은 범주에 속한다. 이전 사례들과 베네수엘라의 차이는, 과거에는 미국이 내부 분쟁의 한쪽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뒤에서 쿠데타를 조종했지만, 베네수엘라에서는 이런 가림막조차 없이 노골적인 군사 개입을 단행했다는 점이다.
물론 트럼프는 광물 자원이 풍부하지 않더라도 반제국주의 정부를 가진 나라들도 표적으로 삼고 있으며, 쿠바·멕시코·콜롬비아를 겨냥한 계획을 이미 발표하며 악명 높은 먼로 독트린의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제국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늘날 미국의 개입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소련은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핵전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의 공격 위협으로부터 쿠바를 방어했고, 앞서 수에즈 운하 국유화 이후 영국·프랑스의 침공받은 이집트도 방어했다. 두 경우 모두 제국주의는 물러섰다. 오늘날 소련의 부재는 미국이 주도하는 제국주의의 위협을 받는 전 세계 국가들에게 뼈아프게 느껴질 것이다.
제국주의의 이 갱스터 단계, 지금까지의 최고 단계에 해당하는 이 국면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특히 제국주의의 희생자였던 제3세계 인민들은 다시금 제국주의적 지배에 예속되기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아랍 세계에서의 과거 제국주의적 갱스터 행위들 역시 의도한 결과와는 전혀 다른 결말을 낳았다.
이런 맥락에서, 마두로가 제거되면 그의 자리를 차지한 부통령 델시 로드리게스가 미국의 명령에 복종할 것이라는 트럼프의 안일한 가정은 이미 허구임이 드러났다. 그는 미국의 행동을 규탄하며 마두로의 석방을 요구했고, 이에 트럼프는 그에게 “마두로보다 더 나쁜 운명”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 전체가 이 미국의 갱스터 행위에 맞서 일어섰다. 소련의 부재는 제국주의의 세계 지배 야망을 대담하게 만들었지만, 그 지배는 끝내 공상에 그칠 것이다.
[출처] The Gangster Phase of Imperialism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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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 몸담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