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연구·개발을 이유로 시민의 얼굴과 행동, 이동경로 등 개인정보 원본을 동의 없이 수집·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면서 개인정보 보호 체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민사회와 노동단체들은 해당 개정안이 개인정보보호법의 핵심 원칙을 사실상 무력화한다며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출처 : Unsplash+, Alex Shuper
문제가 된 법안은 작년 12월 법사위를 통과한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다. 개정안은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를 받은 제작자 등이 연구·개발 단계에서 사람의 얼굴, 행동, 이동경로 등이 포함된 영상정보를 익명처리나 가명처리 없이 수집·이용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기존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의 수집·이용에 대해 최소수집, 목적제한, 비례성 원칙과 정보주체의 동의를 전제로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라는 목적을 이유로 이 원칙들에 예외를 두었다.
법률적으로 가장 큰 쟁점은 ‘연구·개발 단계’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정보보호법상의 기본 원칙을 배제할 수 있는지 여부다. 자율주행차 연구는 실험실이 아니라 실제 도로와 일상 공간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도로를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 시민이 동의 없이 연구 대상이자 데이터 자원으로 편입된다. 그러나 시민에게는 자신의 정보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수집되는지 고지받을 권리나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돼 있지 않다.
정부와 국회는 보호 장치로 목적 외 이용 금지,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최대 5년 보관 후 파기 의무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모두 사후적 통제에 해당한다. 개인정보 수집의 필요성과 범위를 사전에 제한하거나, 정보주체가 접근·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연구·개발 목적이라는 이유로 개인정보 원본을 최대 5년간 보관하도록 한 규정은 정보 최소화와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법 절차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해당 개정안은 국토교통위원회 위원회 대안으로 마련돼 국토교통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단기간에 통과했다. 개인정보와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명백함에도, 산업 진흥과 기술 경쟁력 논리가 입법 과정 전반을 주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로 인해 개인정보 보호를 소관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차원의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민사회는 이번 개정안이 자율주행차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연구·개발을 이유로 개인정보 원본 활용을 허용하는 선례가 만들어질 경우, 향후 인공지능과 데이터 산업 전반에서 유사한 예외 입법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일반법으로 두고, 개별 산업법을 통해 예외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기본권 보호 체계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단체들은 “기술 발전이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며, 연구·개발이라는 명분이 기본권 침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강조하고 국회가 해당 개정안을 재검토하고, 개인정보 원본 활용을 허용한 조항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