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집회할 권리, 오세훈 허가는 필요 없다"

서울시, 시청 광장 집회에 변상금 부과...사회단체, 납부 거부하고 행정소송 제기

시민의 광장이 닫히고 있다.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의 이른바 '광장 조례'가, 공공의 공간인 광장에서 집회하고 시위할 권리를 제한하는 도구로 쓰이는 추세다. 서울시는 지난 8월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대해 "무단 점유"를 사유로 변상금을 부과했다. 시민사회단체는 "광장에서 집회할 자유는 시민의 권리"라면서, 변상금 납부를 거부하고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서울광장 집회, 오세훈 허가는 필요없다". 참세상

23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광장에서 집회할 권리를 위한 소송제기 기자회견'이 열렸다. 

공권력감시대응팀,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집회시위인권침해감시변호단이 주최한 이번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서울광장 집회, 오세훈 허가는 필요 없다"고 분노했다. 

랑희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는 서울시가 부과한 4만 270원의 변상금에 대해 "금액이 많아서 소송을 하는 것이 아니다. 집회를 함께한 사람들은 이 변상금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우리가 집회를 한 곳은 공공 공간인 광장이지, 사인 오세훈 씨의 마당이 아니"라고 짚었다. 

이번 변상금 취소소송의 당사자이기도 한 랑희 활동가는 "지난 토요일 경복궁 앞 집회는 이후 행진을 했지만, 남태령의 농민들의 행진은 차벽에 막혔다. 어떤 집회는 가능하고 어떤 집회는 불가능한가? 그걸 결정할 권한이 경찰이나 오세훈 시장에게 있는가? 누가 그들에게 그런 권한을 주었나?"라고 묻고, "집회의 자유는 시민의 권리이고 집회는 허가의 대상이 아니며, 국가나 경찰은 오직 집회의 권리를 보장할 책무만이 있다는 이 아주 기본적인 원칙을 이 소송을 통해서 확인하고 싶다"고 밝혔다. 

랑희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 발언. 참세상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는 "윤석열이 위헌적인 계엄 당시 포고령을 통해 1호로 금지한 것이 바로 정치적 집회 결사"이고 "오세훈도 대구시장 홍준표도, 수많은 지자체장 권력자도 집회를 끊임없이 간섭하고 없애려고 한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하는 이유는 "광장을 조례로, 사용 신고로 허가로 통제하고 집회를 위한 공간을 닫고 있는 지자체의 위법한 행정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박한희 변호사는 이번 소송의 대리인으로서 "헌법 제21조는 집회 장소를 선택할 자유를 보장하고, 광장 집회는 집시법에 따른 신고만 하면 되지, 지자체의 허가를 받을 필요 없다"면서 "이를 요구하는 것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서울시가 근거로 내세우는 공유재산법 제20조의 사용 허가 규정은 "집회와 같이 일시적 점유가 아니라, 장기간 고정적으로 몇 년에 걸쳐서 시설물을 설치하고 진행하는 고정적인 점유에 적용되는 것으로, 집회에는 사용 허가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이현 문화연대 활동가는 "이제 광화문 광장은 실질적으로 집회를 하기 힘든 반쪽짜리 광장이 되어버렸다. 이미 경찰이 집시법을 사실상 허가제로 만들어 버렸듯이 서울시 역시 조례를 통해 광장을 사실상 허가제로 정지를 시키고 있다"면서, "광장을 여러 가능성을 품을 수 있는 빈터로 남기 위해서 광장을 거미줄 같은 조례로 옭아매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서울 광장 역시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주장욱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경찰은 광장에서 홈리스만을 표적 삼아 불법적인 불심 검문을 행하고, 올해 서울시의회는 일명 서울역 광장의 건전한 이용 환경 조성을 위한 조례를 통해 홈리스는 곧 불건전한 존재라는 낙인을 강화하려고 시도했다"고 전했다. 

주장욱 활동가는 "낡은 옷을 껴입고 생필품으로 가득 차서 자기 몸만해진 배낭을 메고 광장을 가로지르는 것은 실패가 만든 재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정말로 불허당해야 할 대상은 홈리스가 아니라 이 같은 사회적 재난을 지속시키고 방관하는 권력이다. 민중이 함께 모이고 분노를 드러내고 이대로는 더 이상 살 수 없는 세상 당장 바꿔보자고 뭉치는 행위는 바로 우리 모두의 생존 행위이다. 집회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그 자체다. 그 몸부림을 허가하거나 불허할 수 있는 이들은 없다. 오로지 불허당해야 할 권력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소리 높였다. 

'집회를 금지, 제한하는 지자체 조례 목록' 피켓. 참세상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은 정록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자들은 사람들이 모이는 걸 가장 두려워한다. 사람들이 모여서 대안을 이야기하고 이 세상이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가장 두려워한다"면서 "그런 만큼 광장에서 모일 권리, 집회 시위의 권리는 우리의 헌법적 권리이자 가장 기본이 되는 기본권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정록 활동가는 또한 집회와 시위를 통제하는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의 광장 조례들은 "단지 지자체의 작은 조례가 아니라, 굉장히 위헌적이고 문제적인 기본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참여자들은 "투쟁으로, 투쟁으로! 빼앗긴 광장을 회수하자!", "민주주의 유린하는 위헌적 광장 조례, 당장 폐기하라!" 함께 소리 모아 외쳤다. 

지난 8월 26일 '공권력감시대응팀'과 '더 많은 장소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장소는 권리다! 빼앗긴 장소를 되찾기 위한 소란 집회"를 서울광장 서편에서 개최했다. 

당시 집회 주최자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요구하는 집회신고는 하였으나, 집회에 대해 서울시장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의 규정은 부당하다 판단하여 승인 신청을 하지 않았다. 

해당 집회 이후, 서울시는 2시간 동안 80m2의 면적을 무단 점유 및 사용했다는 이유로 집회 주최자에 대하여 4만 270원의 변상금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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