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유세 1일차, 각 후보 1호 공약·첫 일정 어떻게 달랐나

권영국, 고공 오른 노동자 곁에서 "불평등 해소"...이재명, 빨간색·파란색 섞인 운동화 신고 "경제 강국"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 운동 첫날인 12일, 후보들마다 10대 공약을 발표하고, 유세에 나섰다. 이재명·김문수·이준석 등 주요 후보들이 "시장"과 "규제 완화"에 밑줄을 긋는 가운데, "유일한 진보 대통령 후보"를 자임하는 권영국 후보는 "불평등 해소"를 1호 공약으로 내걸고, 고공에 오른 노동자들을 만나 첫 일정을 시작했다. 

고공농성 중인 김형수 조선 하청노동자를 만난 권영국 후보. 김형수 페이스북 갈무리
고진수 세종호텔 해고노동자가 오른 철제 구조물을 살펴보는 권영국 후보. 민주노동당 인스타그램 갈무리

권영국, 고공 농성 노동자 곁에서 일정 시작…1호 공약으로 “불평등 해소”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는 이날 오전 0시부터 1시 30분까지 고공 농성 중인 노동자들 곁에서 공식 선거운동 첫날을 시작했다. 권 후보는 리프트 차량을 타고, 고공에 오른 고진수 세종호텔 해고노동자와 김형수 한화오션 조선 하청노동를 차례로 만나 농성장 상황과 농성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민주주의와 진보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1호 공약으로는 “국가가 방치한 불안정·무권리·저임금 노동자 1,500만 명에 대한 권리 보장으로 불평등 해소의 전환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10대 공약으로 △부자감세 원상 복구, 불로소득과세·부자증세를 통한 부의 재분배 △지자체 통합 돌봄 책임제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를 통한 무상돌봄·무상간병, 대학까지 무상교육 시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차별 없는 나라, 여성과 소수자들이 혐오와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사회 △공공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는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 확립, 생태평등사회 △녹색공공임대주택 300만호 확충, 주택 임차인 무제한 갱신권을 인정으로 주거안정 보장 △대기업·플랫폼 기업·금융지주회사에 의한 수탈적 경제구조 개혁, 정의로운 공생경제 △식량주권을 헌법에 담아서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농어민 권리 보장 및 국민 먹거리 기본권을 실현 △남북 간 자유로운 왕래의 길목을 터서 경제 활성화와 한반도 평화시대를 열고, 대외무역통상 다변화 추진 △개헌을 통한 5.18 헌법전문 수록과 시민발안권 도입으로 시민주권 강화, 결선투표제와 완전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진영정치 청산과 정치개혁 실현을 제시했다. 

출근길 노동자·시민들을 만나는 권영국 후보. 민주노동당 제공

오전 7시 30분경에는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에서 첫 유세에 나섰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의 출발점으로 여겨지는 구로동맹파업의 구로공단이 탈바꿈한 장소이고, 현재 민주노동당 당사가 위치한 곳이 구로디지털단지로, 이곳에 출근하는 노동자가 약 15만 명이며 대부분 중소기업 종사자들”이라며 유세 장소의 의미를 밝혔다. 권영국 후보는 이 자리에서 출근길 노동자들에게 "밀려나지 않기 위해 버티는 것만도 너무나 벅찬 이 사회는 정상적이지 않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나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노동자의 삶을 바꾸는 진보 대통령이 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오전 9시 30분에는 민주노총 서울본부를 찾아 노동조합 활동가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권 후보는 "민주노총 서울본부도 이번 대선에 함께 대응하기로 결정해주셨다”면서 “그 뜻에 깊이 감사드리며, 노동자를 위한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오후 2시에는 대선 후보들 중 유일하게 여성신문과 한국YWCA,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이 주최하는 '여성 유권자, 21대 대선을 말하다' 토론회에 참석해 성별임금공시제, 여성가족부의 성평등부 격상, 비동의 강간죄 도입 등을 약속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이날 권영국 후보의 ‘사회대전환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선대위에는 함께 ‘가자! 평등으로, 사회대전환 대선 연대회의’ 경선에 나섰던 한상균 민주노총 전 위원장이 총괄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고, 김종대·강은미·이은주·장혜영·양경규 등 정의당의 전 국회의원들도 모두 참여한다. 심상정·여영국·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과 단병호·현애자 민주노동당 전 국회의원도 선대위 고문으로 합류해 “진보정당의 역사를 잇는다”는 계획이다.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등 산재 사망 노동자 유가족들도 후원회장으로 나섰고, 지난 총선에서 권영국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민주당을 탈당한 바 있는 장하나 전 민주당 국회의원도 공동후원회장을 맡았다.

민주노총의 16개 산별노조 중 8개 노조(공공운수노조,금속노조,보건의료노조,화섬식품노조) 현직 위원장들도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함께한다. 

이 밖에도 비정규교수노조, 대학노조, 전국민주여성노조 현직 위원장들과 사무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 민주노총 서울본부, 경북본부, 대구본부, 세종충남본부 등 현직 본부장들도 참여하여 '노동선대위' 구성하고, 총괄노동선대위원장으로는 김호규 금속노조 전 위원장이 선임되어, 이날 오후 7시에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노동선거운동본부 발대식을 진행한다. 

민주노동당은 노동계 외에도, 농어민, 여성, 청년, 청소년, 성소수자, 중소자영업자, 생태환경, 시민주권개헌, 장애평등, 무권리노동자권리찾기, 법률, 반전평화 등 각 부문별 선대위를 구성하고,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와 녹색당 정책위원장 등이 함께 참여하여 지난 겨울 광장을 밝혔던 “진보3당 신호등 연합”을 이어간다.

이날 권영국 후보는 성명을 발표하여 “광장의 민주주의로 만든 이번 대선, 우클릭 반복하는 중도보수, 계엄령마저 긍정하는 극우보수, 혐오의 언어로 일관하는 가짜개혁 후보들 간 싸움으로 기억되선 안 된다”며 “진보 없는 ‘거대 양당 대결’은 대안의 실종일 뿐”이라고 짚었다. 권 후보는 “이재명의 중도보수 노선과, 권영국의 진보정치 노선이 맞서야 국민의힘 같은 반민주 정치세력을 제대로 제압할 수 있다”면서 “저 권영국이, 광장의 목소리를 되살리고, 진보정치의 불씨를 지피겠다. 우리 함께, 불평등 세상 갈아엎고, 차별없는 나라를 만들자”고 호소했다. 

이재명 “이제 진보·보수의 문제란 없어”…1호 공약은 “경제강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제1공약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강국”을 내걸고, △내란 극복과 케이(K)-민주주의 위상 회복으로 민주주의 강국 △가계·소상공인의 활력 증진 △외교안보 강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나라 △세종 행정수도 추진 △노동 존중 사회 △아동·청년·어르신 등 모두가 잘사는 나라 △저출생·고령화 위기 극복하고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함께 돌보는 국가 △기후위기 적극 대응과 함께 10대 공약을 선정했다. 한편, 기본소득은 10대 공약에 담기지 않았고, 불평등·양극화 의제를 명시한 과제들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중앙선더개책위원회 출정식을 가진 이재명 후보는 "이제부터 진보의 문제·보수의 문제란 없고 오로지 대한민국의 문제, 국민의 문제만이 있을 뿐”이라며 이른바 “통합”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과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이 섞인 운동화를 신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이후에는 판교와 동탄을 차례로 방문, 기업인들을 만나면서 “신산업 육성”을 위한 기업 지원에 밑줄을 그었다. 

김문수 “자유 주도 성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 이준석 “대통령 힘 빼고 일 잘하는 정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새벽 5시 서울 가락시장에서 유세 일정을 시작하며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으나, 10대 공약의 첫 번째로 “자유 주도 성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꼽았다. 이와 함께 △AI·에너지 3대 강국 도약 △청년이 크는 나라, 미래가 열리는 대한민국 △GTX로 연결되는 나라, 함께 크는 대한민국 △중산층 자산증식, 기회의 나라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나라, 안심되는 평생복지 △소상공인, 민생이 살아가는 서민경제 △재난에 강한 나라, 국민을 지키는 대한민국 △ 특권을 끊는 정부, 신뢰를 세우는 나라 △북핵을 이기는 힘, 튼튼한 국가안보를 10대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전남 여수 석유화학단지에서 선거 운동을 시작하며 “여수석유화학단지가 최근에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서 특히 내생적, 외생적 요인을 결합돼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치가 이런 것을 정치의 중심에 놓고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산업현장에서, 노동자분들의 삶에서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24시간 돌아가는 여수 석유화학단지의 공장과 그 안에서 일하시는 노동자 분들처럼 제가 대통령이 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내내 대한민국의 발전을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걱정하는 그런 대통령이 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대통령 힘빼고 일 잘하는 정부 △중국 베트남 공장을 다시 대한민국으로 △지자체, 법인세 자치권 부여로 지방 경쟁력 강화 △최저임금 최종 결정 권한 지자체에 위임 △국민연금, 신-구 연금 분리가 유일한 해결책 △교권 보호를 위한 교사 소송 국가책임제 및 학습지도실 제도 도입 △5천만 원 한도 든든출발자금으로 청년의 도전 응원 △ 현역 대상자 가운데 장교 선발 △ 압도적 규제 혁파 위한 ‘규제기준국가제’ 실시 △ ‘과학기술 성과연금’ 및 ‘과학자 패스트트랙’ 등 「국가과학영웅 우대제도」 도입을 내세운 10대 공약에는 이 후보가 언급한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이 나온다. 

12일 시작된 선거운동은 6월 3일 오전 0시까지 이어진다. 중앙선관위가 주관하는 초청대상 후보자 토론회는 18일 경제 분야, 23일 사회분야, 27일 정치 분야가 계획되어 있다. 

오는 20일부터 25일까지는 재외 투표를 실시하고, 26일에서 29일까지 선상투표, 29일과 30일 이틀간 사전투표가 진행된다. 본투표는 6월 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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