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노동운동 활동가 3월중 전망 논의 갖자"

[좌담] 진보운동의 전망 모색과 07년 대선(1) - 사회운동


대선과 총선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2007년, 제도 정치권은 물론이거니와 사회 제 세력들이 저마다의 구상을 가지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대선 관련 토론회가 연일 이곳저곳에서 개최되고, 서로 다른 톤으로 ‘대통합’과 ‘대연합’을 부르짖고 있다. 좋든, 싫든 대선과 총선으로 이어지는 2007년은 노동․사회운동 제 세력들에게도 격동의 한 해를 예고하고 있다.

민중언론참세상은 ‘진보운동의 전망 모색과 07년 대선’ 이라는 주제로 두 차례의 연속 좌담을 마련하였다. 그 첫 순서로 지난 15일 민중언론참세상 회의실에서 ‘사회운동의 전망 모색과 07년 대선’ 좌담을 진행했다. 이날 좌담은 87년 민중항쟁 20주년을 경과하는 2007년 현재 사회운동이 처해있는 조건과 상황을 짚어보고, 예고된 정치적 격동기에 사회운동의 전망을 모색해보는 자리로 마련하였다.이날 좌담에는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김완 문화연대 활동가, 이상훈 사회진보연대 활동가, 김태연 전국활동가조직 활동가가 참석했고, 사회는 유영주 민중언론참세상 편집국장이 맡았다.

“노동운동, 패배와 함께 2007년을 맞고 있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우선 이날 좌담 참석자들은 현재의 사회운동이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데 대해 대체로 인식을 같이했다.

김태연 활동가는 “87년 이후 20년의 기간 동안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에 투항한 운동노선이 투쟁을 등치고, 다른 한편으로는 투쟁이 실패함으로써 투항주의가 확대되어 왔다”며 “노동운동은 크게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저항과 투쟁의 상대였는데, 투쟁의 결과로 놓고 보면 패배와 함께 2007년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래군 상임활동가 역시 “87년 이후 시민․정치적 권리에서 양적으로 개선된 부분이 있지만, 삶의 질과 사회경제․문화적 권리는 여전히 지체된 상태거나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양상”이라며 “절차적 민주주의 얘기를 하더라도 국가보안법 앞에서 멈춘 정도이고, 극악무도했던 국가폭력이 사라진 정도의 민주주의”라고 지적했다.

“실력과 각개격파 될 수밖에 없는 조건 확인해”

참석자들은 구체적으로 평택미군기지, 한미FTA, 노사관계로드맵, 비정규직 투쟁 등 치열하게 진행되었던 2006년의 투쟁 과정에서 사회운동진영은 결과적으로 “실패” 내지 “패배”했다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민중총궐기를 정점으로 한 한미FTA 저지 투쟁과 관련해 박래군 활동가는 “FTA에 대한 대중들의 반대여론이 높은데, 운동 주체들이 그것을 투쟁의 장으로 모아놓지 못했다”며 “현재 한국에서의 진보운동의 상황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고 자조했다.

  김완 문화연대 활동가
김완 문화연대 활동가 역시 “작년 한해 전반적으로 다 실패했는데, 중요한 것은 사회운동의 실력을 확인했다는 점”이라며 “‘잘했다, 못 했다’를 떠나 우리 실력과 운동이 각개격파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주도한 비정규법․노사관계로드맵저지 투쟁 등과 관련해 김태연 활동가는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 보면 명백하게 패배”라며 “FTA가 남아있는데, 급격하게 투쟁 동력이 떨어지고 있고, 반전의 분위기는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민주노총 ‘왜 총파업 못 했는가’ 따질 수 있지만, 총파업은 못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못하면 못하는 대로 대응이 있어야 하는데, ‘모 아니면 도’식이었다”며 “총파업이 되면 되는 것이고, 안되면 아무것도 안된 면이 없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투쟁역량이 조직되지 못했기 때문에 패배했다고 결론내리는 것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회운동적 노동자운동 복원하자”

운동진영이 놓인 현 상황에 대한 참석자들의 진단은 비슷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운동방식 변화 등의 해법에 있어서 시각차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상훈 사회진보연대 활동가는 ‘동원위주’, ‘청원식’ 운동 등 기존 운동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거짓말 총파업’ 얘기하지만, 거짓말 안하기 운동해서 문제가 해결될 건 아니다”며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돌아와야 한다”고 실내용을 갖춘 선전, 조직, 학습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전투적 투쟁이냐, 타협적 투쟁이냐를 넘어서 지금의 투쟁구도를 사회운동적 노동자운동으로 복원해 실행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김태연 활동가는 이에 대해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노동운동이 노동자적 의제 말고, 다른 의제들에 대해서 접근하려 했으나 실패했었다”며 “단순히 의제를 확보하고, 대안을 제출하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왜 안 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김태연 활동가는 “투쟁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에서 ‘전투’ 얘기를 해버리면, 문제제기를 협소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고강도 투쟁’ 등 투쟁 방식의 문제가 아니다”며 “참가한 대중의 상황과 조건을 다 고려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의 운동은 이런 것들이 고려되지 않고 있고, 형식화되고 관성화 된 투쟁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운동포럼’, ‘전국네트워크’, ‘사이버대선후보’

사회운동의 향후 중장기적 전망과 관련해 좌담 참석자들은 각기 다른 수준에서의 고민과 구상의 얼개를 풀어놓기도 했다. 좌담 참석자들은 공히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서는 각 부문운동의 개별 대응이 아닌 총체적 차원의 대응과 전망 모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한 운동진영 내의 다양한 논쟁, 그리고 이를 담기 위한 소통과 연대의 통로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크게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그 구체적 상에 대해서는 시각차를 보였다.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이미 민중언론참세상에 게재한 글을 통해 ‘진보100대과제’, ‘전국네트워크’ 등의 구상을 사회운동진영에 화두로 던진 바 있다. 또 문화연대는 대선을 앞두고 최근 ‘사이버대선후보’를 기획하고 있고, 사회진보연대는 사회운동 조직들이 주도하는 ‘한국사회운동포럼’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이날 참석자들은 민주노동당과는 결을 달리하는 좌파진영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으나, 다소간의 견해차를 나타냈다.

“초당/초노조적 사회운동연대연합 필요”

  이상훈 사회진보연대 활동가
이상훈 활동가는 “민주노동당 파, 혹은 또 다른 합법 진보정당 또는 민주노동당 식 당적 실천, 아니면 이와는 또 다른 방식의 당적 실천은 대안이 아니다”며 “당과 노조를 넘어서는 사회운동의 연대연합 틀이 필요하다”고 밝힌 뒤 ‘사회운동연대연합’을 위한 첫 걸음을 포럼의 형식으로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이상훈 활동가는 당과 노조를 넘어서는 대안 모델을 ‘비당/비노조’가 아닌 ‘초당/초노조’로 정의하며 “민주노동당, 사회당, 노동자의힘 등의 차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운동이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품어 안는 식으로 가야만 하고, 현재 민주노동당을 ‘사회운동적으로 개조’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당적 관계‘ 형성 안 되면 무기력과 무능력 반복할 것”

이에 대해 김태연 활동가는 “전망에 대한 논쟁이 활발히 되기 위해서는 ‘조직’에 대한 논의도 함께 되어야 한다”며 “그 전망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어떻게 해낼 것인가와 함께 얘기되지 않으면, 진도가 나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태연 전국활동가조직 활동가
이어 그는 “(조직의) 형식은 열어놓는다고 하더라도 관계에 있어서 일종의 ‘당적인 관계’가 형성이 안 되면 무기력과 무능력을 반복할 것”이라며 “아무런 관계없이 ‘같이 해보자’라는 것은 모아낼 하나의 구조도 없는 것이고, 설사 얘기된 부분을 같이 실천해 볼 그릇도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태연 활동가의 ‘당적 관계’ 주장에 대해 이상훈 활동가는 그 필요성에는 동의했지만, 이를 구현하는 조직 틀은 당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당적 관계라는 게 뭘까’라고 생각을 해보면, 하나는 자본주의가 강제하는 노동자 계급의 파편화를 의식적으로 부정하고, 보편적․정치적 결집을 이뤄내서 체계 비판적이고, 통합적 정세분석력을 갖으면서 하나의 일관된 공동행동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는 단위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그것이 20세기에는 당이었지만, 21세기에는 당이 될 수 없다”고 밝힌 뒤 ‘사회운동포럼’을 대안적 모델로 강조했다.

운동의 위기를 돌파하고, 중장기적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한 기획들이 사회운동 주체들 마다 각기 다른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들의 문제의식의 밑바탕에는 이날 좌담에서 지적된 대로 현 운동의 위기 국면을 총체적 대응으로 돌파하고, 새로운 사회에 대한 상을 공동으로 모색해보자는 데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큰 그릇에 대한 상은 제각기 달랐지만, 이날 참석자들은 현재의 논의를 이어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에 좌담 참석자들은 이르면 3월 중으로 사회운동과 노동운동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토론회 형식의 모임을 갖고 공동의 행보를 모색해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