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중심의 철도?/이정원 기자 |
철도공사에 대한 두 가지 소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하나는 KTX가 오는 4월 1일로 개통 3주년을 맞는다는 것이다. 이에 철도공사는 “KTX 누적 이용객이 1억 명을 돌파할 전망”이라며 “KTX는 최고의 인기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라고 홍보하고 나섰다.
두 번째는 이철 철도공사 사장이 정부공직자 중 재산 총액 순위 2위에 당당히 올랐다는 것이다. 행정자치부가 30일 밝힌 ‘2007년도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 신고사항 공개’에 따르면 이철 철도공사 사장의 재산 총액은 103억8천8백만 원으로 이것도 작년에 비해 약 2억8천만 원 줄어든 금액이다.
▲ 이정원 기자 |
그러나 여전히 거리에선 철도노동자
두 가지 기쁜(?) 소식에도 철도노동자들은 여전히 거리에 섰다. KTX 이용객이 1억 명이 넘어도 KTX 승무원이 없는 KTX는 항시적인 안전사고에 노출되어 있고, 이철 철도공사 사장은 나날이 재산을 늘려가고 있지만 철도노동자들은 구조조정으로 생존권의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1년이 넘게 철도공사와의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KTX 승무원들과 100일 넘게 싸우고 있는 새마을호 승무원, 그리고 철도노동자들은 30일 오후 2시 30분, 서울역에서 집회를 열고 “철도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은 인간답게 일할 권리가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시각, 철도공사는 백범기념관에서 KTX 개통 3주년을 맞이해 특별 세미나를 열고 있었다. 이 자리에 KTX 승무지부 노동자들은 이철 철도공사 사장을 만나러 갔지만 이철 철도공사 사장은 어느새 자리를 뜬 상황이었다.
▲ KTX 개통 3주년 특별세미나가 열린 백범기념관에서 KTX승무지부 조합원들은 선전전을 진행했다./안창영 기자 |
철도노조, “이철 사장은 파국을 원하고 있는가”
엄길용 철도노조 위원장은 “예산을 짤 때 당연히 책정되어야 할 임금이 비정규직·외주위탁 노동자들은 사업비로 책정되어 있다”라며 “철도공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인간으로도 취급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철도공사는 파국을 원하는 것 같다”라며 “우리는 파국을 원하지 않지만 투쟁을 위해 하나하나 준비를 해 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엄길용 위원장은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을 끝장내기 위해 정규직 노동자들이 나설 것이다”라며 “이철 철도공사 사장이 똥고집을 버리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민세원 서울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도 “우리는 안 해본 것 없이 다 해봤다”라며 “끝장 보는 투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정원 기자 |
집회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철도노조는 철도공사의 비인간적 노동자 차별정책을 깨뜨리고 승무원들의 투쟁을 승리로 이끌 분명한 책임이 있음을 통감한다”라며 “철도노동자들은 정권과 자본이 갈라놓은 정규직, 비정규직, 외주위탁직의 별을 뛰어넘어 투쟁하고 있으며 노동조합 깃발아래 하나로 뭉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KTX, 새마을호 승무원 동지들은 철도노조에게 노동운동의 방향에 대해 분명한 나침반이 되었다”라며 “연대와 단결은 우리 노동운동이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되는 평범한 진리며, 철도노조는 행동으로 증명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한편, 철도노조는 지난 28일 노사협의를 진행했으나 서로의 입장만을 확인한 채로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 되어, 일단 서울역 앞에 설치했던 천막을 철수하고 새로운 투쟁을 계획할 예정이다.
▲ 이정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