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청이 5년 동안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정규법 시행 전날 해고한 것에 이어 언제든 일방적으로 해고할 수 있는 근로계약서 체결을 요구해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송파구청에서 5년 동안 전화안내업무를 했던 임정재 공공노조 조합원은 비정규법 시행 전날인 6월 30일 해고된 이후 홀로 힘겨운 출근투쟁을 이어왔었다. 그녀는 “비정규법을 제일 잘 지켜야할 공공기관이 나서서 비정규법을 악용하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 그녀의 투쟁에 송파구청은 지난 8월 9일, 송파구민회관의 청사관리 무기계약직을 제안했다. 공공노조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송파구청은 노사합의서와 근로계약서 작성을 약속했다.
폐기된 표준안도 부활시키고, 노조도 인정하지 않고...
그러나 송파구청이 제시한 근로계약서는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 4월 발표해 논란을 빚은 바 있는 ‘무기계약 및 기간제 근로자 등 인사관리 표준안’(표준안)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이 안은 비판이 이어지자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 임정재 송파구청 비정규직 노동자/참세상 자료사진 |
송파구청이 제시한 근로계약서에는 해고사유에 대해 △업무수행능력 부족, 업무태만, 신체·정신상의 장애로 직무수행 불가, 고의·중과실로 손해초래, 업무량 변화, 예산감축의 경우 △위에 따라 고용조정이 필요할 때 재계약을 하지 않거나 근로계약기간 중에도 갑(송파구청장)의 일방적인 의사결정 등으로 근로계약해지가 가능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런 조항은 사용자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되는 등 노동자에 대한 일방적인 해고로 돌아올 수 있어 표준안에서도 독소조항으로 꼽혔던 것 중 하나이다.
또한 송파구청 측은 공공노조를 교섭에 상대로 인정하지 않기도 했다. 공공노조는 이번 근로계약서 체결과정에서 해고관련 조항 삭제와 무기계약 전환 시의 임금 및 처우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과의 협의, 근속년수 인정, 해고기간의 임금지급 등을 담은 별도의 노사합의서를 요구했으나, 송파구청은 공공노조와는 어떤 합의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노조, “저급한 노동관 송파구청장, 노동자 이름으로 끌어내릴 것”
이에 임정재 조합원은 근로계약서 채결을 거부하고 다시 싸움에 들어갔다.
공공노조는 오늘(23일) 송파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파구청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정적인 고용을 거부하고 일방적인 해고를 자행하더니, 이제는 비정규직이 무슨 노동조합이냐며 노동자라면 당연한 권리인 노동 3권마저 부정하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공공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송파구청은 2007년 7월 1일 시행된 비정규악법을 이유로 그동안 한식구로 묵묵히 일해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 했다”라며 “송파구청의 투쟁은 한 개 사업장, 한 개 구청의 문제가 아닌 서울지역 25개 구청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전선의 투쟁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체의 투쟁으로 발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송파구청이 노동부마저 잘못을 인정한 표준근로계약서를 들이밀며 조합원의 고용불인정을 유발할 해고사유 조항을 마지막까지 우기는 것은 끝까지 노동3권을 부정하며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조합원을 노동조합과 격리시켜 끝내는 해고사유 조항으로 해고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라며 “공공노조는 진정으로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희망했으나, 이제는 송파구청의 해고 만행과 기만적인 태도를 폭로하고 노동자를 무시하는 저급한 노동자관을 소유한 김영순 구청장을 노동자의 이름으로, 시민의 이름으로 구청장의 자리에서 끌어 내리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