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지난 26일,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을 내놓으면서 “공공부문의 차별 해소가 기업 등 사회전반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차별 해소는커녕 노동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나섰다.
▲ 참세상 자료사진 |
공공노조에 따르면 서울 노동부 북부지청 고용안정센터 일용직 5명, 구미 고용지원센터 일용직 4명 등이 해고를 당했다. 공공노조 노동부비정규직지부는 “비정규법 시행에 맞춰 계약해지가 예상되는 규모는 고용안정센터와 노동지청 일용직만 133명으로 추정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근무기간이 2년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에서 근속기간 2년 미만인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서 오는 2008년 6월 2차 대책을 시행해 전환을 추진하며, “2차 대책 시행 전까지 법령, 예산 등에 따른 사업의 종료, 폐지 등 합리적 사유 외에 ‘고용계약을 종료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부가 내놓은 대책을 노동부가 먼저 어기고 있는 꼴이다.
이에 대해 공공노조는 “노동부부터 상시, 지속적인 직무를 해왔던 노동부 일용직 해고에 앞장선다면 정부 방침을 어느 공공기관이 따르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송파구청, 11년 일한 비정규직 계약해지 통보
노동계의 지적대로 지자체도 5년에서 11년까지 상시적 업무에서 일하고 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있다. 송파구청은 11년 간 계약서 없이 재무과에서 사무보조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으며, 민원안내도우미 업무와 전화민원 안내 업무에 종사하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서도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 26일, 송파구청 앞에서는 계약해지통보를 받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 나와 기자회견을 가졌다. [출처: 민주노총 서울본부] |
송파구청 재무과에서 11년간 일했던 노계주 씨는 “11년간 근로계약서가 무엇인지 한 번도 써 본적이 없지만 아무 일 없이 일을 잘 해왔다”라며 “정말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는 더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비정규법이 시행된다고 하는 지금 오히려 하루 아침에 해고통보를 받았다”라고 전했다. 송파구청의 해고사유는 ‘업무 종료’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계주 씨는 “행정사무보조로 일했는데 무슨 사업종료라는 것이냐”라고 말했다.
상시냐 일시냐가 무슨 소용? 해고하면 그만인데...
행정업무는 당연히 구청에서 상시적으로 지속되는 업무이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에 따르면 상시 지속 업무에서 2년 이상 근무한 이 비정규직 노동자는 당연히 고용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노동부가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내놓은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이라는 것이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는 예외조항이 가득한 상황에서 2년 미만이냐 2년 이상이냐, 상시 지속적 업무냐 일시 간헐적 업무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외주화와 이에 따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량해고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공노조는 “현재 진행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사태의 본질은 비정규법과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에 따른 정규직화와 무기계약직화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지적했으며, 서울지역 노동사회단체들은 “이번 대책을 요약하면 7만 명을 ‘무늬만 정규직’인 분리직군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며, 무기계약에서 탈락한 노동자들에 대해 대규모 외주용역화, 계약해지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정부 대책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노동부, 모범은커녕 근로기준법 어기는 지침까지
한편, 공공노조는 “그동안 노동부는 비정규직 사용에 있어서도 모범을 보여주지 않았다”라고 지적해기도 했다.
공공노조에 따르면 2005년 6월 노동부가 지방노동사무소에 보낸 ‘사무보조원 배치 계획 공문’에서는 계약기간과 상관없이 사무보조원과 일용직 모두 ‘연차수당 불가’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사무보조원이 아닌 일용직은 반드시 1년 이내에 사용해 퇴직금이 발생되지 않도록 해주길 바란다”라고 명시하고 있어 그동안 노동부 일용직 노동자들은 363일짜리 계약을 맺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공노조는 “사업주들이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지키는지 여부를 감시해야 할 노동부가 근로기준법을 어기는 지침을 내려 보낸 셈”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노동부 내 비정규직은 700여 명에 달하며 이 중 사무보조원이 290여 명, 일용직이 370여 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민주노동당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앙부처 가운데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기관은 노동부로 46.9%를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