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미만, 고용계약 종료 없다더니...

노동부 앞장서 일용직 해고, 지자체선 11년 일한 비정규직 해고

“노동부부터 상시, 지속업무 일용직 해고”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지난 26일,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을 내놓으면서 “공공부문의 차별 해소가 기업 등 사회전반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차별 해소는커녕 노동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나섰다.

  참세상 자료사진

공공노조에 따르면 서울 노동부 북부지청 고용안정센터 일용직 5명, 구미 고용지원센터 일용직 4명 등이 해고를 당했다. 공공노조 노동부비정규직지부는 “비정규법 시행에 맞춰 계약해지가 예상되는 규모는 고용안정센터와 노동지청 일용직만 133명으로 추정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근무기간이 2년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에서 근속기간 2년 미만인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서 오는 2008년 6월 2차 대책을 시행해 전환을 추진하며, “2차 대책 시행 전까지 법령, 예산 등에 따른 사업의 종료, 폐지 등 합리적 사유 외에 ‘고용계약을 종료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부가 내놓은 대책을 노동부가 먼저 어기고 있는 꼴이다.

이에 대해 공공노조는 “노동부부터 상시, 지속적인 직무를 해왔던 노동부 일용직 해고에 앞장선다면 정부 방침을 어느 공공기관이 따르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송파구청, 11년 일한 비정규직 계약해지 통보

노동계의 지적대로 지자체도 5년에서 11년까지 상시적 업무에서 일하고 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있다. 송파구청은 11년 간 계약서 없이 재무과에서 사무보조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으며, 민원안내도우미 업무와 전화민원 안내 업무에 종사하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서도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26일, 송파구청 앞에서는 계약해지통보를 받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 나와 기자회견을 가졌다. [출처: 민주노총 서울본부]

송파구청 재무과에서 11년간 일했던 노계주 씨는 “11년간 근로계약서가 무엇인지 한 번도 써 본적이 없지만 아무 일 없이 일을 잘 해왔다”라며 “정말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는 더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비정규법이 시행된다고 하는 지금 오히려 하루 아침에 해고통보를 받았다”라고 전했다. 송파구청의 해고사유는 ‘업무 종료’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계주 씨는 “행정사무보조로 일했는데 무슨 사업종료라는 것이냐”라고 말했다.

상시냐 일시냐가 무슨 소용? 해고하면 그만인데...

행정업무는 당연히 구청에서 상시적으로 지속되는 업무이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에 따르면 상시 지속 업무에서 2년 이상 근무한 이 비정규직 노동자는 당연히 고용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노동부가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내놓은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이라는 것이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는 예외조항이 가득한 상황에서 2년 미만이냐 2년 이상이냐, 상시 지속적 업무냐 일시 간헐적 업무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외주화와 이에 따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량해고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공노조는 “현재 진행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사태의 본질은 비정규법과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에 따른 정규직화와 무기계약직화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지적했으며, 서울지역 노동사회단체들은 “이번 대책을 요약하면 7만 명을 ‘무늬만 정규직’인 분리직군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며, 무기계약에서 탈락한 노동자들에 대해 대규모 외주용역화, 계약해지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정부 대책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노동부, 모범은커녕 근로기준법 어기는 지침까지

한편, 공공노조는 “그동안 노동부는 비정규직 사용에 있어서도 모범을 보여주지 않았다”라고 지적해기도 했다.

공공노조에 따르면 2005년 6월 노동부가 지방노동사무소에 보낸 ‘사무보조원 배치 계획 공문’에서는 계약기간과 상관없이 사무보조원과 일용직 모두 ‘연차수당 불가’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사무보조원이 아닌 일용직은 반드시 1년 이내에 사용해 퇴직금이 발생되지 않도록 해주길 바란다”라고 명시하고 있어 그동안 노동부 일용직 노동자들은 363일짜리 계약을 맺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공노조는 “사업주들이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지키는지 여부를 감시해야 할 노동부가 근로기준법을 어기는 지침을 내려 보낸 셈”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노동부 내 비정규직은 700여 명에 달하며 이 중 사무보조원이 290여 명, 일용직이 370여 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민주노동당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앙부처 가운데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기관은 노동부로 46.9%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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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공공노조 , 비정규법 , 계약해지 , 공공부문 비정규직 , 대량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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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철

    노동부비정규직지부장 박재철 입니다.
    지부자체적으로 조사한 사무보조원은 총290명으로 되어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 이꽃맘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영했습니다.

  • 윤경숙

    오늘 들었던 노동뉴스라는게 이 뉴스를 말하는거군요;;
    저도 오늘 해고된 사람중에 한명에 속해요.
    얼마든지 하고싶은 의지는 있었으나, 예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만료 이틀전에 계약만료 해고통지를 받았고. 다시 일을 하고싶으면 공개채용에서 다시 서류를 내고 면접을 봐서 그렇게 들어오라고 그러더군요.
    기존에 있던 일용을 다 잘라내고; 그래놓고 바로 공고 올려버리고.. 기간이 만료되기 직전이었는데도 다른일용을 벌써 채용을 해서 소개를 시키고;; 자기가 관리하던 일용직원만 입사서류를 받아서 바로 결제를 해버리더군요.
    참으로 기가차고 속이 상하고 괴씸하고 그래서 지원을 하지않고 그냥 그만두었습니다. 솔직히 비정규직들은 어디에 말도 못하고; 속만 끓이고 삽니다.
    같이 일하던 사람이 그만두는데도 아무도 인사는 커녕 눈빛하나 주지 않았고 일방적인 계약만료 통보로 그만두게 되고;; 완전 부당해고였습니다..
    그러면서 높으신팀장이란분이 얼마나 위세등등하길래 밑에 있는 직원에게 뭐가 부당해고냐 언성높이고;; 마지막까지 너무 못볼걸 보고 그만두게 되었어요. 노동부 비정규직에 대해서 처음엔 몰랐었지만 이젠 너무나도 잘알게 되었어요. 사실밝힐게 있으면 다 밝히고 그래서 뭔가 조치를 취했으면 너무나도 좋겠어요. 비정규직에 대한 아픔같은기사도 많이 실어주시고. 다같이 이해해주시면 너무나도 좋겠구요.

  • 오윤교

    저는 북부노동청에 징정서를 제출했다 추소하고 다시 진정서를 제출하였다가 운영자의 대리인 지배인의 강압과 공갈에 못이겨 지배인과 함께 가서 또한 진정서를 취소했읍니다 다시또진정서를 제출하였는데
    가능할까요 그러자 지배인이 말하기를 이제는 그만두라고하여 2011년3월 12일 그만고 나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