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토론자로 평등파 내 각 정파를 대표해 김광수 해방연대 기관지위원장, 최병천 자율과연대 회원, 김현우 전진 회원이, 자주파 성향으로는 방석수 기조실장이 참석했다.
“대선 패배는 ‘정파연합당’의 구조적 한계”
김광수 기관지위원장은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범여권 몰락의 빈 공간을 자신들이 채울 것이라는 환상으로 ‘개혁적 대중’을 획득한다는 헛된 목표를 세웠다”며 “실체가 없는 ‘개혁적 대중’을 좇느라 비정규직과 서민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권영길 후보가 “당선되자마자 현충원을 방문하고, 중소기업 단체를 방문해 ‘반기업적 이미지를 탈피하러 왔다’고 말하는 등 급진적인 노동자정치를 강화하기는커녕 진보정당의 정체성마저 흔드는 우향우 행보”로 자충수를 뒀다는 것이다.
대선 시기 제시된 공약도 “자본주의 체제와 운영원리를 벗어나는 급진적 주장을 내세우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서민 소득보전 정책이나 복지확대 정책도 “공장, 병원, 대학교를 사회가 소유해야 한다는 식의 급진적 요구와 결합하지 않는다면 포퓰리즘적 정책의 나열로 끝나기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권 후보가 선거 전략으로 ‘100만 민중대회’를 내세운 것에 대해서는 “대중투쟁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낡고 인위적인 대중 동원 방식으로 선거구도를 바꾸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은 순진한 발상이자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라고 말했다.
김현우 회원은 “우왕좌왕했던 후보와 선거운동은 아무런 비전도 지휘력도 갖지 못하는 당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며 이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대중조직을 끼고 정파 연합으로 만들어진 민주노동당의 구성이 노정하는 한계를 숙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병천 회원도 이같은 발언에 동의하며 “권 후보는 경선 때 자신을 지지했던 자주파를 토사구팽시키고, 정책과 기획에서 우세한 평등파 출신의 심상정-노회찬 선대위원장에 전권을 맡겼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최병천 회원은 “당내 논란이 됐던 코리아연방공화국이 유권자 전체에게 전달되지 않았던 것 자체는 맞지만, 당의 ‘핵심 지지층’에게 반주사파 정서를 확대시켜 이들의 이탈을 불러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신당 창당 방식, 지향 등 고민 남아
김현우 회원은 “현재 민주노동당 구성의 역사적 효력은 다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정파연합당은 진보정당 운동의 원칙이 아니라 취할 수 있는 방식의 한 가지일 뿐이며 현실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면 폐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당내 자주파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김현우 회원은 “신당 창당은 단지 시기와 방식 문제만을 남겨놓고 있으며, 이제는 어떤 신당으로 무슨 과제를 실현할 것인가 하는 논의로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민주노동당 자체의 분화와 재구성, 민주노총의 전망은 각각 매우 중차대하지만 ‘포스트 87년 체제’의 넓은 조망 속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떡고물에서 우리 발을 뺄 거냐 말 거냐 조직을 살릴 거냐 죽일 거냐 논의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최병천 회원은 “NL(자주파)-PD(평등파) 동거 구조로는 대선 패배를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양대 정파는 확연하게 갈라서서 자주는 자주대로, 평등은 평등대로 각자의 진보정당을 실험해보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최병천 회원은 “분당이 아니라면 한쪽 정파에 ‘권력 몰아주기’로 당 체제를 개편하는 실험을 시도해, 실패할 경우 권력에서 깨끗이 물러나고 다른 정파로 물갈이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이같은 제도적 개혁이 없다면 ‘분당 및 진보신당’ 논의는 결국 ‘시기’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광수 위원장은 “노동자계급은 민주노동당의 한계를 직시하고 새로운 대안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하며 “사회주의 정당의 건설만이 도탄에 빠진 노동자 민중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