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가 지난 3일 당대회에서 ‘일심회’ 관련자 제명 조치 등 혁신안 통과가 무산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4일 전원 사퇴했다.
심상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정종권 집행위원장, 장혜옥 이명박정부대항서민지킴이운동본부장 등 비대위원 6인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이 보낸 최후통첩을 겸허히 받아안아 민주노동당을 새로 태어나게 하라는 소임을 맡았으나, 기대와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물러나는 데 대해 국민과 당원들께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국보법에 진보운동 상식과 이성 마비” 맹비난
심상정 대표는 “어제 당대회를 통해 당원과 국민들은 민주노동당에 여전히 낡은 질서가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민주노동당은 30년이 넘는 진보운동과 사회운동의 결실로 태어나 많은 분들의 청춘과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민주노동당을 아끼고 사랑하는 국민의 뜻을 이루지 못한 데 대해 가슴 미어지는 고통과 절망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심 대표는 “어제 민주노동당 당대회는 국가보안법이 왜 폐지되어야 하는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 자리였다”면서 “국보법이라면 일탈행위도 용인되고, 당원 신상정보와 내부기밀을 넘기도록 지시받고 활동해도 잘못을 물을 수 없다는 역설을 목도했다. 유독 국보법만큼은 진보운동의 상식과 이성이 마비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혁신안에 반대한 자주파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혁신안은 부결됐지만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국민 생활 속에 큰 진보를 실현하는 진보정치의 새 길을 열어나는 노력은 멈추지 않고 계속할 것”이라며 “이후 진로 문제 대해서는 그동안 당 혁신 주도했던 당원동지 그리고 믿음직 진보정당을 열망 국민들 뜻을 헤아려서 생각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일단 설 연휴 기간 동안에 충분히 고민을 해볼 생각”이라며 “(총선 지역구 불출마 여부까지 포함해) 충분히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당내 신당파 조직인 ‘새로운진보정당운동’ 합류 여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생각을 정리할 것”이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탈당도 염두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국보법 문제로 혁신안이 왜곡됐는데, 과연 북한과 음성적으로 개별적으로 관계하는 것이 이 당에서 계속 용인되어야 한다는 뜻인지에 대해 자주파는 분명한 답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탈당 여부를 고려하기 전에 당내 자주파의 ‘편향적 친북행위’ 문제에 대해 매듭을 짓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노회찬과 앞으로 논의 기회 있을 것”
심 대표는 혁신안이 무산될 경우 탈당 의사를 밝혔던 노회찬 의원에 대해서는 “앞으로 논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대위원들의 진로는 “심상정 대표와 같이 가게 될 것”이라고 정종권 집행위원장이 전했다.
심상정 비대위의 향후 거취 결정은 혁신안 좌절 이후 탈당, 분당 등 진로 문제로 부심하고 있는 당내 평등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심상정 비대위의 총사퇴로 민주노동당은 지난 최고위원회 사퇴 시기 직무대행을 맡았던 천영세 원내대표의 임시 지도부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