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말과 달리, 관세 인상은 곧 물가 상승을 의미한다

도널드 트럼프는 막대한 수입세(관세)를 통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세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해방의 날 III(Liberation Day III, 81)’ 이후가 되어야 트럼프 세금의 전체 규모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며, 그때도 완전히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미 그 규모가 엄청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는 정부가 걷고 있는 관세 수입을 보면 알 수 있다. 6월에 정부는 266억 달러의 관세를 걷었다. 이는 트럼프의 세금 인상 이전인 2024년에는 월 약 60억 달러 수준이었던 것에서 많이 증가한 수치다. 200억 달러의 차이는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2,400억 달러이며, 다른 정책처럼 10년 단위로 계산하면 총 24천억 달러에 달한다.

이 자체만으로도 가구당 약 1,900달러에 해당하는 상당한 세금 인상이다. 하지만, 이 수치는 거의 확실하게 더 높아질 전망이다. 트럼프는 멕시코, 캐나다, 유럽연합, 일본 등 주요 교역국의 수입품에 대해 추가로 10~30%의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금 규모는 현재의 두 배로 커질 수 있으며,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세금 인상으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 소비자들이 결국 이 세금의 대부분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많은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관세가 소비자 물가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첫 번째 명확한 증거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에서 나왔다.

관세가 크게 부과된 일부 품목에서는 가격이 급등했다. 예를 들어, 의류 가격은 0.4% 상승했고, 가전제품 가격은 1.9%, 시청각 기기 가격은 1.1% 상승했다.

전체 물가 지수는 임금 상승률을 웃돌았고, 그 결과 실질 임금은 한 달 동안 0.1% 감소했다. 임금 상승률과 CPI는 모두 불규칙하게 움직이긴 하지만, 최근 몇 달 동안 임금 상승률은 둔화하고 있다. 임금 상승세 둔화와 더불어 빠른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면, 바이든 집권기 전체에 걸쳐 이뤄졌던 실질 임금과 생활 수준의 건강한 성장이 꺾이게 된다.

많은 논평가들(나 자신을 포함해)은 관세로 인해 물가가 더 많이 오르지 않은 점에 놀라고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기업들이 관세 시행 전에 수입품을 대거 사들이며 재고를 대폭 쌓아놨기 때문이다. 2024년에는 연간 약 5천억 달러 규모로 재고를 쌓고 있었는데, 1분기에는 무려 연간 2,070억 달러 수준으로 재고를 늘렸다. 기업들은 지금 이 재고를 팔고 있는데, 이 재고에는 트럼프 관세가 적용되지 않았다.

둘째, 기업들이 관세가 유지될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마치 리얼리티 TV쇼처럼 관세를 다음 광고 시간 이후에나 공개할 태세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기업들은 가격을 크게 올리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이러한 주저하는 태도는 자동차 부문에서 특히 뚜렷하게 나타났다. 6월 자동차 가격은 오히려 0.3% 하락했다. 많은 제조업체들이 관세가 유지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기를 꺼리고 있다. 그들은 단기적으로는 수익 마진을 줄이더라도 시장에서 밀려날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관세가 계속 유지된다면, 이들은 거의 확실히 가격을 인상해 그 비용 대부분, 혹은 전부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다.

트럼프가 반복해서 주장하는 한 가지는 수출업자들이 관세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하지만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이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현재까지 얻은 자료는 제한적이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수출업자들이 트럼프 관세를 떠안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트럼프의 경제자문위원회는 지난주 수입품 가격이 국내 생산품 가격에 비해 하락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수입업자들이 관세 부담을 가격 인하로 상쇄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관세의 영향을 측정하는 진지한 방식이 아니다. 왜냐하면 관세는 국내 생산품의 가격도 함께 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관세의 목적 중 하나는 국내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트럼프도 이를 주장하고 있다.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 국내 업체들도 가격을 올릴 수 있고, 이에 따라 이익률이 높아진다. 이익이 커지면 투자와 생산이 증가하게 된다.

이처럼 국내 생산품의 가격도 관세에 반응해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수입품과 국내 생산품의 가격 간 상대적인 움직임만 보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관세 이후 이들 가격의 추세가 어떻게 변했는지다.

그 추세를 보면, 트럼프 당선 이전 1년 동안은 비연료·비농산물 수입품(핵심 수입품)의 가격이 완만하게 오르고 있었다. 트럼프의 당선이 예상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선거 이후 8개월 동안도 이 가격은 소폭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승 속도가 약간 둔화했더라도 그 폭은 아주 작다.

반면, CPI 기준 핵심 소비재 가격은 뚜렷하게 방향을 틀었다. 20233월부터 20248월까지 이들 품목의 가격은 연간 약 1.5% 하락하고 있었다. 하지만 8월 이후에는 연간 약 1.0% 상승세로 돌아섰다. 만약 지난해 8월부터의 가격 하락 추세가 지속됐다면, 현재 핵심 소비재 가격은 지금보다 약 2.0% 낮았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6조 달러 이상을 소비재에 쓰고 있으므로, 2.0% 차이는 연간 약 1,200억 달러의 절약으로 이어질 수 있었으며, 이는 6월에 걷힌 관세 수입의 절반에 해당한다.

이러한 계산은 대략적인 것이지만, 규모를 가늠하는 데에는 충분하다. 지금까지 나타난 바로는 관세가 소비자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하다. 이미 부과된 관세가 계속 유지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영향이 나타날 것이고, 트럼프가 해방의 날 III’에 예고한 추가 세금까지 실행에 옮긴다면 그 충격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지금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세금 인상을 실제로 겪고 있다.

[출처] Trump’s Tariffs Are the Largest Tax Hike in US History – CEPR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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