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자주] 지난 20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로 총리가 포함된 자민당, 공명당 연립 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참의원 선거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우리 당과 우호 정당인 공명당의 많은 유능한 동지들이 의석을 얻지 못한 것은 통탄할 일이다. 이 결과를 겸허하고 성실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국난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의 엄중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정에 정체를 초래하지 않는 일이다”, “숙의의 국회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더욱 성실하고 정중하게 타 정당과의 논의를 심화시키고, 진심으로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마음으로 국정을 수행하고자 한다”고 말하면서, "제1당으로서 앞으로도 우호 정당인 공명당과 함께 일본의 국정 운영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글은 선거 직전인 19일 작성된 글로 일본 정치, 경제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있다.
출처: 일본 자민당 홈페이지
20일, G7 경제국인 일본에서 중요한 선거가 실시된다. 관심사는 작년 가을 중의원 선거에서 함께 큰 패배를 겪은 자민당과 그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이 참의원에서 과반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있다. 연립 여당은 이번에 선출 대상인 125석(참의원 전체의 절반) 중 50석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러 소수 야당이 잠재적 표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으며, 집권 여당은 32%에 그친다.
자민당을 이끄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보수층, 즉 자민당의 핵심 기반에 호소하는 이슈에 대해 자신의 발언 수위를 높였다. 그는 일본의 평화헌법을 개정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고, 이는 일본의 재군비를 향한 자민당의 오랜 목표이기도 하며, 트럼프가 제안한 일본산 수출품에 대한 25% 관세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마라. 비록 협상 상대가 동맹국일지라도, 해야 할 말은 주저 없이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시바는 ‘주류’ 정치인들이 이제 모두 그러하듯 G7 국가의 ‘포퓰리스트’ 우파에 호소하고 있다. 일본에서 ‘포퓰리스트’ 우파는 “일본인을 우선하자”라는 슬로건 아래 이민과 외국인에 반대하는 산세이토(Sanseito, 정치 참여당)당이 대표하며, 이 당은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실제로 관심을 두는 주요 이슈는 그것들이 아니다. 대신, 유권자들은 물가 상승, 낮은 임금 상승률, 높은 세금에 불만을 품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부 지출 확대와 전 품목 소비세 인하를 약속한 기존의 군소 정당들에 대한 지지 물결이 일고 있다. 자민당은 현금 지급과 에너지 가격 인하를 위한 여러 대책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처럼 약속한 현금 지급은 일본이 안고 있는 막대한 공공 부채와 정부 예산 적자만을 더욱 키울 뿐이다. 그 결과, 금융 투자자들은 국채를 매도하고 있으며,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야당들은 치솟는 물가상승률을 공격하고, 생활비를 낮추기 위해 10%의 소비세와 8%의 식료품 세금을 인하하자고 주장하면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소비세는 정부 재정 수입의 가장 큰 원천이다. 2025회계연도에 소비세는 25조 엔(1,600억 달러), 즉 전체 수입의 21.6%를 차지했다. 세율을 절반으로 줄이면 세수는 10조 엔 이상 줄어든다.
일본은 한때 물가상승률이 거의 0에 가까웠으나, 경기를 부양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정부와 일본은행이 의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높이려 했고, 이는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부채의 실질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일본 가계의 생활 수준을 갉아먹는 일이 되고 말았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48%가 인플레이션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고, 이어서 사회보장 33%, 경제성장 30% 순으로 나타났다. 유권자들은 소비세 인하를 원하지만, 정부가 필요하다고 시사한 것처럼 그에 따른 세수 감소를 사회보장 급여 삭감으로 보전하는 방안은 원하지 않는다.
출처: Katz
다른 G7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수십 년에 걸쳐 일본 정부는 연금과 복지 혜택을 축소하는 것을 목표로 한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채택해 왔다. 리처드 카츠(Richard Katz)는 자민당 연립 정권이 1995년 노인 1인당 사회보장 급여를 290만 엔(오늘날 환율 기준 2만 달러)에서 현재는 210만 엔(1만 4,500달러)으로 낮췄으며, 이는 물가를 고려했을 때 30% 감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65세 이상 고령자 1인당 의료비에 대한 정부 지출도 지난 30년간 거의 5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출처 : Katz
한편, 법인소득세는 50%에서 단지 15%로 대폭 인하되었다. 기업 이익은 국내총생산(GDP)의 8%에서 16%로 두 배가 되었지만, 정부의 법인세 수입은 GDP의 4%에서 2.5%로 급감했다. 이러한 법인세 인하는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대신, 기업들은 현금을 쌓아두거나 국채와 주식시장에 투자했다.
출처: Katz
1990년대 이후 일본 경제의 침체를 끝내고 기업 투자를 촉진하려는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조치들이 실패한 핵심 요인은 자본 투자 수익률의 하락이다. 일본의 자본 수익률은 다른 어떤 G7 국가보다 더 크게 하락했다.
일본 경제는 실질 GDP 기준으로 침체 상태에 머물러 왔으며, 지속적으로 본격적인 경기후퇴 직전까지 흔들려 왔다. 그 결과, 투자와 소비 수요는 모두 부진했다. 특히 임금이 그렇다. 실제로 지난 25년간의 특징은 기업 이익이 증가하는 동안 임금은 정체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일본 자본의 장기적인 수익률 하락을 되돌리려는 역대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낳은 결과이며, 그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다른 주요 경제국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공식 실업률은 사상 최저 수준에 가깝지만, 2.5%의 실업률이 보여주는 것보다 노동시장의 여유분(slack)은 더 크다. 전체 노동시간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2.8% 낮다. 기업들은 낮은 임금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인력 공백을 메우고 있다. 실업률이 낮은 이유는 노동가능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노동가능인구는 매년 약 55만 명씩 감소하고 있다.
노동시장에서의 이러한 충격은 여성 고용 증가로 어느 정도 상쇄되었지만, 여성 노동자들은 임금 수준이 낮은 부문에 종사하며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이는 임금 몫을 낮추고 이윤 몫을 높이는 효과를 낳는다. 실제로 일본의 국민소득 중 노동 몫은 1980년대 호황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으며, 60%에서 현재는 55%로 줄어들었다. 일본의 정규직 노동자 중간 시급은 1993년과 비교해 더 높지 않으며, 모든 일본 노동자(정규직만이 아니라)의 평균 실질 시급은 1997년 정점 대비 10% 감소했다.
출처: Katz
일본의 가장 큰 장기적 문제는 인구다. 인구는 줄어들고 고령화되고 있다. 이는 전체 GDP 증가율보다 1인당 소득 증가율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결과를 낳는다. 일본의 1인당 실질 GDP는 2010년 이후 10.8% 증가했지만, 전체 실질 GDP는 9.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1인당 실질 GDP 증가율도 둔화되고 있다.
출처: IMF
일하는 사람들은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은 50년 전, 일련의 직장인 과로사 사건 이후 '가로시(karoshi)'라는 용어—과로로 인한 사망—를 만들어냈다. 대기업들은 이러한 압박을 완화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자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치나 그 어떤 다른 방안도 생산성을 높이는 데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생산성 증가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기업 투자 증가가 매우 미약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기업들은 임금을 희생시키면서 이윤을 늘렸지만, 그 자본을 신기술과 생산성 향상 장비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 실질 투자는 2007년보다 더 높지 않다. 기업 투자에서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공공 투자는 정체 상태다. 기술 혁신을 주도해 왔던 일본 자본의 이미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혁신’의 주류 지표인 총요소생산성(TFP)은 1990년대 연 1%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지금은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고,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대규모 자본 투자는 자취를 감췄다. 따라서 일본의 ‘잠재’ 실질 GDP 성장률은 제로에 가깝다.
총리들은 아베에서 기시다를 거쳐 이시바까지 바뀌어 왔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일본은 정부 적자를 상시적으로 감수하며 건설 등 여러 프로젝트에 지출을 이어왔지만, 일본 경제는 계속해서 침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막대한 공공부채 비율이 금융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 부채의 대부분은 일본은행과 주요 시중은행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채는 민간 부문이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실패의 표현이기도 하다.
출처: IMF
참의원 선거는 일본의 수출 중심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치러지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가 8월 1일부터 자동차와 철강 같은 핵심 산업에 타격을 주기 시작할 시점에 맞물려 있다. 일본의 통상 특사 아카자와 료세이(Ryosei Akazawa)가 워싱턴을 일곱 차례 방문했음에도 도쿄는 아직 미국과 무역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일본 경제는 1분기에 위축되었고, 최신 무역 지표들은 2분기 연속 위축, 즉 ‘기술적 경기후퇴’의 정의에 부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만약 자민당이 주도하는 연립 여당이 참의원에서 과반을 잃는다면, 일본은 총선을 치러야 할 수도 있으며, 이는 경기 침체와 정부의 혼란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출처] Japan: stagnation and confusion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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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