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하트먼의 『미국의 카를 마르크스』는 마르크스주의가 단지 외래 이념이 아니라 미국 보수주의와 좌파 모두에 깊숙이 뿌리내린 전통임을 보여준다. 미국 보수진영은 마르크스를 늘 ‘외부의 위협’으로 상정해왔지만, 마르크스에 대한 집착과 허구적 왜곡은 오히려 그 영향력의 반증이자 일종의 ‘부정적 애정’으로 드러난다. 하트먼은 마르크스의 실제 사상과 그것이 미국 내에서 좌우 양측 모두에게 어떻게 정치적으로 소비되었는지를 면밀히 분석하며, 마르크스주의가 미국 지식 전통의 일부임을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기후변화는 홍수, 사막화, 산불, 빙하 해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 세계 문화유산을 위협하고 있으며, 베네치아의 수위 상승, 말리 팀북투의 사막 확장, 중국 둔황의 벽화 손상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유네스코, ICOMOS, 각국 정부 등은 전통 기술 복원, 위험 지역 모니터링, 에너지 효율 개선 등 세 가지 보호 전략을 중심으로 문화유산의 적응과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문화유산은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순환성, 창작과 교육의 장으로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적극적 수단이며, 이를 위한 통합적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캐나다 예술가 그렉 커노(Greg Curnoe)의 풍자적 작품 「북아메리카 지도」는 미국을 지우고 캐나다와 멕시코만 남긴 지도 형식으로, 반미 정서가 아닌 캐나다 문화 정체성과 자립에 대한 위트 있는 저항을 표현했다. 온타리오 런던의 지역 예술운동은 미국 문화 침투에 맞서 지역성과 정치성을 강조해왔으며, 커노의 허무주의 정당(Nihilist Party of Canada)과 스패즘 밴드(NSB)는 이러한 비판을 유쾌하고 급진적인 방식으로 퍼뜨렸다. 예술계 역시 미국의 관세 위협과 정치적 변화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며, 캐나다는 자국 예술 생태계를 보호하면서도 유럽·멕시코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문화적 독립성을 모색하고 있다.
스튜디오 지브리 40주년 기념으로 『모노노케 히메』가 4K로 복원되어 아이맥스 상영 중인 가운데, OpenAI가 지브리 스타일을 모방하는 AI를 출시해 창작 윤리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하야오 미야자키는 AI를 “생명에 대한 모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으며, 현재 SNS에는 AI가 만든 미숙하고 생명력 없는 지브리풍 이미지들이 범람하고 있다. 지브리 영화의 악당은 변화 가능성과 감정적 동기를 지닌 존재지만, AI를 통한 예술 도용은 상업적 욕심과 무감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브리 세계관의 인간성마저 무시된 행위로 지적된다.
에즈라 클라인의 『Abundance(풍요)』는 관료주의와 규제를 미국의 '희소성' 문제의 주범으로 지목하지만, 실제로는 대기업과 과두세력이 정치적 영향력을 통해 공급 제한과 가격 상승을 유도한 것이 핵심 원인이다. 풍요 담론은 주거, 에너지, 보건, 통신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업 권력과 독점 문제를 회피하며, 보수 세력이 규제 완화를 정당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논리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점점 더 많은 민주당 내 인사들과 유권자들은 ‘과두와 싸우자’는 경제적 포퓰리즘 메시지를 요구하고 있으며, 진정한 개혁은 풍요의 재분배와 기업 권력 견제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 재정렬에서 가능하다.
'서구(The West)'라는 개념이 단순한 지리적 구분이 아니라 사실상 '백인성(white race)'과 결합된 인종적·문화적 우월주의 개념임을 비판한다. 작가는 서구 문명이 잔혹한 제국주의, 노예제, 아편 전쟁 등으로 세워졌음에도 이를 ‘진보의 역사’라는 내러티브로 덮어버린다고 지적한다. 나치의 범죄마저 '야만'으로만 치부하며 근대적 기술과 체계 속에서 가능했던 서구 내부의 폭력을 외면하는 역사 교육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가족사를 통해 아르헨티나 군사독재 시절의 억압과 침묵을 돌아보며, 현재 미국의 파시즘적 흐름(MAGites)에 맞서기 위해 베이비붐 세대가 조직과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4월 5일에는 전국적 행동의 날 ‘Hands Off!’가 예정되어 있으며, 이는 부패 정치인 퇴출, 파괴적 정책 반전,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대중 행동이다. 이 행동은 여성행진, 50501 운동, 인디비저블 등이 주도하고 150여 개 단체가 참여하며, 전국 각지에서 수천 개의 지역 행동이 벌어질 예정이다.
유럽과 미국의 군비 확장은 지정학적 위기보다 부채 위기 대응이라는 자본주의적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재정 지출 확대를 정당화하고자 하는 연출된 비상 상황이다. 독일의 '블랙록 메르츠'와 EU의 Readiness 2030 등은 전통적 복지 지출을 군사비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으로, 이는 금융 거품 유지와 경제 붕괴의 지연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이 모든 흐름은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 파산과 글로벌 영향력 약화의 징후이며, 진정한 대안은 전쟁의 거부와 자본주의 너머의 삶을 상상하는 저항과 전환 운동의 구축에 있다.
던컨 폴리는 마르크스의 가치의 노동이론이 논리적으로 일관되며, 고전경제학 전통 속 장기 균형가격 개념과 연결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본주의 생산 관계의 변화로 인해 '상품교환법칙'에서 '자본주의적 교환법칙'으로 이행하며, 이 과정에서 착취의 체계적 성격이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폴리는 마르크스 이론이 현실 적용에서 겪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체계적 착취의 기원과 자본주의의 본질을 드러내는 강력한 도구라고 강조한다.
우크라이나 마르크스주의자 로만 로스돌스키는 나치 수용소 생존 이후 미국에 정착해, 마르크스 『자본』의 사유 형성과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Grundrisse)』에 대한 해석을 통해 1960년대 이후 마르크스주의 이론 부활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역사와 민족 문제, 특히 비역사적 민족 개념에 대한 비판을 통해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이론 자체를 역사유물론의 관점에서 되묻는 선구적 작업을 수행했다. 생전 학계로부터 소외되었지만, 『자본』의 형성과정에 대한 그의 연구는 사후에 큰 영향을 미쳤고, 오늘날 민족문제와 세계체계 속 주변부 노동자들의 위치를 재조명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