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이후, 성평등과 인권이 중심이어야

윤석열은 지난 4일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하여 비상계엄으로 아무 일이 없었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호수 위에 떠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고 이야기했다인권의 가치를 무시한 끝에 민주주의 질서를 붕괴시키는 내란을 일으키고는국회 의결로 종료되었으나 아무 일 없었다는 궤변을 늘어놓는 모습은 윤석열이 더이상 민주공화국의 일원으로 함께 할 수 없는 이임을 보여준다시민들은 반드시 윤석열을 파면시키고 내란 옹호세력을 몰아낼 것이다.

동시에 윤석열 이후의 세상이 어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매주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범시민대행진'을 진행하고 있다행진의 제목에 사회대개혁이 들어가는 것처럼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요구는 단지 윤석열 개인만을 퇴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윤석열을 탄생시킨 사회 구조 전체에 대한 개혁이다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사회대개혁을 이룰 것인가그 전제는 성평등과 인권이어야 한다.

여성가족부 폐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윤석열은 후보 시절부터 공약과 발언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차별과 성폭력을 부정하여 왔다법률 개정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하기 어렵게 되자 예산 감축과 장관 미임명 등으로 여성가족부를 실질적으로 무력화시켰고이러한 기조아래 정책 용어에서 '여성'과 '성평등'이 삭제되는 등 성평등 제도와 정책은 퇴행되었다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 공약에 열광했던 안티페미니즘 세력은 정부의 비호와 묵인 아래 세를 더해갔고 페미니즘 검열 등 여성의 목소리를 지우는 시도들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윤석열이 배제해 온 것은 여성만이 아닌 모든 사회적 소수자이기도 하다윤석열 취임 후 첫 종교다문화비서실로 임명되었던 김성회는 과거 동성애는 정신병의 일종이다는 혐오발언을 하고 위안부 피해자들을 비하했던 인물이다논란이 지속되자 스스로 사퇴했지만 이후로도 반인권적인 인사들은 윤석열 정부에 계속 중용되었다급기야 2024년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대한민국에서 동성애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망언을 공공연하게 내뱉었다그리고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고여성성소수자이주민 등에 대한 혐오선동을 해 온 안창호가 윤석열에 의해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

이렇게 반인권적이고 차별적인 제도와 정책관련 인사들의 임명이 이어지는 것은 결코 윤석열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그 배경에는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온 뿌리깊은 혐오와 차별의 구조가 얽혀 있다윤석열이 체포되면서 언론보다 신뢰한다고 이야기한 극우 유튜버들은 누구인가이들은 여성 특히 페미니스트이주민 특히 중국동포무슬림성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 선동을 반복하며 인지도를 올리고 이를 통해 돈을 벌어온 집단이다탄핵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 중 하나인 전광훈은 보건의료 노동자를 성적 대상화하고 노골적인 성희롱 발언들을 하면서 성평등과 인권의 가치를 짓밟은 이이기도 하다윤석열을 지지하는 극우유튜버와 극우세력은 혐오를 통해 자원과 세력을 키워왔고 부정선거라는 음모론을 지속 퍼뜨리며 정치권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급기야 극우세력에 의한 법원 습격이라는 민주사회에서 있어서는 안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처럼 민주주의의 원칙을 부정하는 윤석열과 그를 지지하는 내란세력의 공통적인 정서는 이주민페미니스트성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이다그리고 이 혐오는 끝내 인권의 토대를 흔드는 비상계엄으로 이어졌다그렇기에 윤석열 퇴진 이후 사회대개혁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혐오와 차별로 권력을 축척해 온 극우세력을 이 사회에서 완전히 퇴진시켜야 한다무엇보다 극우 세력이 성장해 온 배경에는 공공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각자 도생의 사회를 만든 신자유주의 체제가 존재한다또한 경제정치사회 전반에서 가부장적 구조를 바꾸지 않고 사회 구성원을 노동력 자원으로만 수단화해 온 인구 정책과 이주 정책이로 인한 사회적 돌봄과 안전망의 심각한 후퇴가 각종 혐오를 추동해 온 원인이기도 하다따라서 내란세력을 몰아낸 이후 만들어갈 새로운 사회는 경제 성장 중심인구 정책 중심의 프레임이 아닌 성평등과 인권의 가치가 중심이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사회대개혁은 윤석열이 무너뜨린 사회 운영 시스템을 어떻게 다시 세울 것인지에 대한 논의이기도 하다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며 출범하였고모든 이의 인권을 훼손한 윤석열 정권을 퇴진하고 새롭게 만들 사회의 기본 원리는 성평등과 인권이어야 하고이를 기반으로 구체적인 과제들을 제시해야 한다한편으로 구체적인 과제들에서도 평등을 축으로 한 교차적 관점이 반영되어야 한다기후정의노동돌봄복지생명안전문화예술교육 등 사회대개혁을 위해 제시될 수많은 과제에서 역시 젠더 및 사회적 소수자의 관점이 반영되고 필요한 과제들이 제시되어야 한다윤석열 퇴진을 넘어 사회의 구성원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으며 존엄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함께 그리기 위한 논의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말

박한희는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활동가이다. 이 글은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가 발행하는 <평등으로>에 실린 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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