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 기자 설명회의 골자는 "불법파업이 계속될 시 내달 1일부터 외부 신규인력을 채용하겠다"는 것과 "KTX승무원들의 주장과 달리 KTX관광레저는 건실한 기업"이라는 것 등으로 강경 대응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기자 설명회에는 김천환 한국철도공사 여객사업본부장과 김웅 KTX관광레저 대표이사, 철도유통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철도유통 승무사업 5월 15일 종료, KTX관광레저 선별 채용
▲ 김천환 한국철도공사 여객사업본부장 |
일단 기존 KTX승무원들의 소속사인 '한국철도유통'(구 홍익회)의 승무사업은 5월 15일자로 완전히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철도공사는 이의 마무리를 위해 "금주 내 현 KTX승무원들과 이와 관련한 협의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경영상의 해고 협의 통보'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김천환 본부장은 "복귀하지 않고 파업을 계속하고 있는 직원들에 대한 후속 조치는, 일단 철도유통의 사업이 종료되면 해고가 불가피하므로 (70명의 직위해제자에 대한) 당장의 해고 조치는 하지 않고 있다"면서 "KTX관광레저에 응모할 경우 대부분 채용될 것이며, 물론 불법 행위에 적극 가담한 정도를 판단해 채용하겠다"는 '선별 채용'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철도공사, "KTX승무원 근로조건 나쁘지 않다" 주장
김천환 본부장은 "몇몇 언론들에서 여승무원들이 마치 굉장히 어려운 조건에서 근무하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김천환 본부장에 따르면 "KTX여승무원들은 병가나 휴가를 공사 직원들보다 3배나 더 많이 쓰고 있으며, 보건휴가도 대부분 쓰고 있다"는 주장이다. "민세원 지부장의 경우 근 한 달간이나 병가를 내놓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KTX승무원들의 급여 수준에 대해서도 "보수에 대한 차별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KTX승무원들이 일하는 시간에 비해 보수가 적지 않으며, 월 174시간 일하면 실 수령액이 이것저것 제하고도 169만원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는 140만 원 정도를 받기도 하지만 민세원 지부장처럼 한 달에 90시간밖에 일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KTX관광레저 직원도 우리 '철도 그룹'의 식구"
문제가 되고 있는 새 위탁회사인 KTX관광레저에 대한 설명도 계속됐다. 김천환 본부장은 "KTX관광레저는 2004년에 생겨, 첫 해의 성적만으로 2005년에 감사를 받았으므로 당연히 적자가 드러날 수밖에 없었으며 가장 낮은 수준의 지적 사항인 '권고'만을 받았을 뿐"이라며 항간의 '부실기업'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김천환 본부장은 '철도 그룹'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면서 "(KTX관광레저로의 채용은)우리 철도 그룹의 식구로 고용하는 것과 다름이 아니며, 계열사 정규직도 본사 정규직 못지 않은 조건으로 대우해 줄 수 있다. KT의 자회사인 KTF가 임금을 더 많이 받는 것처럼, 관광레저도 그러지 못하리란 법이 없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KTX관광레저로의 위탁 이후 물품 판매서비스까지 승무원들이 맡아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 계약조건에도 판매사업이 있지만 판매를 안 시켜온 이유는, 기존의 철도유통 판매사원들에 대한 인력 재배치 문제 때문이었으며 이 문제가 해결되면 통합 서비스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의사에 반한다면 강제로 시키지는 않겠다고 약속했고 노동 시간은 달라지지 않아 노동 강도가 세지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감사원 '부실기업' 판정은 유전게이트 불똥"
▲ 김웅 KTX관광레저 대표이사 |
김웅 사장은 "우리 회사가 승무사업 경험이 없는 회사라는 것은 오해"라면서 "지난 5월에 우리 회사가 승무와 관광서비스를 잘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철도유통의 승무원 3명과 간부에게 접객과 서비스, 방송 멘트 등을 벤치마킹해준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웅 사장은 '부실기업' 비판에 대해 "작년 4, 5월 유전게이트 때문에 졸지에 휘말려 감사를 받았는데 출발 초기라 적자였으므로 도매금으로 곤혹을 당한 것"이라 주장했다. 김천환 여객사업본부장도 2005년 감사 결과에 대해 "유전의혹과 관련해 자회사들도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되었고, 유독 봐주기 없이 철저한 잣대로 심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웅 사장은 "(KTX관광레저를) 국내 유일의 서비스 전문 직종을 키우는 회사가 되겠다", "승무원 자체 교육장을 건설해 철도 서비스 아카데미로 발전시키겠다", "승무 사업에 경험이 풍부한 여성 임원을 외부에서 도입하겠다"는 등 승무 사업에 대한 포부를 거듭 밝히며, 파업 중인 승무원들에 대해서는 "'카트 판매원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주장은 자기들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무조건 깽판치면 다 되는 세상이 아니"라면서도 "저도 승무원들에게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늘 생각하고 있으며, 파우더룸이나 스프링 좋은 침대 같은 것을 설치하는 게 제 바램이고 그것을 공사 측에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욕심 같아선 승무원들이 나에게 와서 꼬집으면서 공사 측에게 이것도 해달라 저것도 해달라고 요구하라고 했으면 좋겠다"는 아리송한 말도 남겼다.
"빨리 복귀해서 빨리 응시하면 좋은 자리 주겠다"
철도공사는 4월 1일부터 현재 KTX승무원이 아닌 외부 지원자들을 KTX관광레저 신규인력으로 채용한다는 입장이지만, 그 전에 KTX승무원들이 KTX관광레저에 응모한다 하더라도 채용되리란 보장은 없다. 또 KTX관광레저 모집을 4단계 직급으로 분류, 먼저 복귀해 응시하는 사람에게 높은 직급의 기회가 먼저 주어진다고 밝혔다.
김웅 KTX관광레저 대표이사에 따르면, 필요 인원을 ASL(어시스턴트 서비스리더), SL(서비스리더), SM(서비스매니저), TM(팀매니저)의 4단계 직급으로 구별 채용한다는 입장으로, 김천환 여객사업본부장은 "복귀시한에 따라 직급에 차별을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천환 본부장은 "이런 방식이 승무원들이 원래 바라는 것이기도 했으므로 이를 감안해서 관리직까지도 승무원 출신으로 채용해 주려고 하는 것인데 응시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며 "늦게 들어올수록 하위직급이 될 것이다. 늦게 올수록 손해다"라는 말을 남겼다.
모든 철도 관련 사업장에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
철도공사는 또한 내일(15일) KTX지부에 대한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입금지에 해당되는 곳은 '모든 철도 사업장'으로 철도공사 뿐만 아니라 모든 자회사와 역 구내에서도 집단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취지다.
김천환 본부장은 "승무원들이 집단행동을 하면서 불법으로 점거를 하고, KTX관광레저나 철도유통에 무단 침입해서 서류를 파손하고 기물을 부수는 행동을 하고 있어, 우리 직원과 승무원들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역 구내에서 항의 농성을 하는 것도 암묵적으로 방조해 왔지만, 승객의 불편을 생각하면 더 이상 봐주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철도공사는 이밖에도 KTX 정차역 구내 승강장에 48명의 자원봉사자를 동원해 안내 서비스 업무를 대체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래는 기자 설명회에서의 일문일답을 요약한 것이다.
3월 14일 한국철도공사 기자 설명회 질의응답
복귀 시한이 지났는데, 직위해제된 70명에 대해선 어떻게 조치했나?
구체적인 조치는 하지 않았다. 복귀한 이후에 징계 수위를 정할 것이며 현재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된다. 그리고 5월 15일이면 철도유통 승무사업 종료에 따라 당연히 계약해지되므로 미리 조치는 안하고 있다. 다만 새 사업자(KTX관광레저)에 자료를 넘겨서 연속성을 담보하도록 하겠다.
KTX승무원들이 KTX관광레저에 전혀 응시하지 않았는지?
KTX승무원을 우선 채용한다는 공지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고 있다. 외부 지원자가 천여 명 몰렸고 개중에 뛰어난 인재들도 많다. 복귀자들 중 일부는 응시했다.
자원봉사자는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서울역 등에서 신청받고 있다. 이번뿐이 아니라 중요한 시기에 자원봉사자 제도를 활용했었다. 자원봉사자는 안내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열차에 직접 탑승하는 것은 아니며 안전과는 관련이 없다. 한 달 예정으로 한시적 운영이고 48명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안내는 열차팀장이나 공안원들이 시간날 때마다 돌아가면서 하고 있다.
승무업무 위탁을 굳이 철도유통에서 KTX관광레저로 바꾸는 이유는 뭔가? 말썽 없고 말 잘듣는 직원들만 고용하겠다는 의도는 아닌지?
KTX승무원들이 결성한 노조가 민노총에서도 가장 강경파 그룹에 가입돼 있어서 철도유통 경영자들을 힘들게 해왔다. 쉽게 말해 정나미가 떨어진 것이다. 철도공사가 정규직 채용을 권고도 했지만 철도유통에서 정규직화 못한다고 사업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여승무원들도 '왜 우리가 홍익회 소속이어야 하느냐'면서 철도유통을 싫어했다. 철도유통은 진정으로 문제를 풀어보고자 진지하게 협의에 임했는데, 우리 승무원들의 뒤에 아마도 비정규직 투쟁의 꽃으로 이들을 활용하려는 세력들이 있는 듯, 이런저런 대안을 다 거부하고 오직 철도공사 정규직만 원하더라.
여성계에서는 승무원만 여성으로 고용하는 것은 성차별적 고용 관행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여성계의 편향된 시각이 안타깝다. 기장(열차팀장) 중에도 여성이 있다. 여성도 충분한 자격이 되면 가능한 구조로, 남녀를 구별해서 고용하진 않는다. 다만 KTX승무원의 경우 서비스 사업의 특징을 생각해서 스튜어디스처럼 운영하고자 여성을 뽑은 것이 사실이다.
성차별적 고용이라는 지적에 있어서 앞으로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승무원을 뽑겠다. 새마을호에도 남성 승무원 4명이 있다. 참고로 새마을호 승무원들은 KTX보다 10만 원 정도 적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그들도 원하면 KTX관광레저에 채용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새마을호 승무원들도 위탁 자회사의 정규직화를 검토하고 있다.
공사의 요지는 계약직,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인데 자꾸 오해들을 하신다. 마치 계열사의 정규직이 더 손해를 보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어느 민간 기업보다 나은 대우를 해 줄 자신이 있는데 왜 유독 공사만 고집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우리는 철도 그룹 전체로 보고 있으며 본인의 동의 없이 절대 해고되지 않을 것이다. 만일 KTX관광레저가 승무사업을 접으면, 다른 회사로의 고용 승계를 보장해주겠다고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