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는 지난 4일 오후 1시 30분, 파업중인 KTX열차승무지부 조합원들이 KTX관광레저 사무실을 항의방문한 것과 관련해 "120여 명의 승무원들이 승무관리직원 모집에 합격하여 교육을 받던 8명의 동료승무원을 집단 폭행하고 협박과 폭언, 구타, 업무방해, 오물세례 등 무법천지를 방불케 하는 난동을 피웠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주장했다.
철도공사, "파업 승무원들이 동료 폭행했다" 주장
또한 "2시간 여 동안 교육생들을 가둬두고 소란을 피웠으며, KTX관광레저 직원들이 이들을 차량을 통해 이동시키려 하자 차량을 가로막고 욕설과 야유를 퍼부었다"고 주장하면서 "피해자 진술서를 받는 등 모든 증거물을 철저하게 채취하여 이번 사태에 가담한 KTX승무원들에게 고소고발은 물론 모든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엄중 대처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KTX지부가 곧바로 발표한 반박 성명서에 따르면 "철도공사의 주장은 소설에 가까운 일방적 주장"이라는 것. KTX지부는 "철도공사의 보도자료는 행위자, 피해자, 목격자, 증거 등 갖춰야 할 내용은 전혀 없이 익명으로 일관되어 있다"면서 "철도공사는 이런 소설쓰기에 열중하지 말고 3만 명 조직의 홍보실답게 진실을 추구하여 알리도록 노력하라"고 일침을 놓았다.
▲ 지난 3월 23일 KTX승무원들이 KTX관광레저 사무실을 항의방문하는 모습/참세상 자료사진 |
KTX지부가 밝힌 당시 정황에 따르면, 1주일에 한두 차례씩 벌여 온 KTX관광레저 항의방문을 4일 진행하던 도중 파업 복귀자의 대표격인 ㅈ아무개씨를 발견, 대화를 요청했으나 ㅈ씨가 차량을 통해 빠져나갔고 차문을 열어 조합원들에게 욕설을 했다는 것. 이에 격앙된 조합원들이 나팔을 불거나 관광레저 측에 항의를 하게 된 사실이 '집단 폭행'으로 둔갑한 것이다.
철도공사가 이같은 보도자료를 낸 시점이 공사와 KTX승무원들간의 대화가 임박한 시점과 겹쳐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한다. KTX지부는 지난 2일 KTX승무원들이 서울역 선전전을 하던 도중, KTX열차 승강장에서 이철 사장을 우연히 만나 "4월 5일 경영평가시험이 끝난 후 만나겠다"는 약속을 들은 바 있다.
철도공사가 "5일에 공사와 승무원들이 모두 모여 토론하는 자리를 갖자"는 공문을 갑작스럽게 4일 늦게야 보내왔고, 더구나 만남의 장소로 부곡연수원을 제안하기도 해, KTX지부는 날짜와 장소 조정 요청 공문을 촉박하게 준비하고 있던 중이었다.
"대화하지 않으려는 빌미 만든 것 아닌가" 의혹
그러나 철도공사는 4일 일어난 항의방문과 관련, 일방적으로 통보했던 '대화'를 역시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KTX지부는 "항의방문 과정을 남대문 경찰서 소속의 경찰들이 모두 목격했는데도, KTX관광레저는 허위 보고를 하고 철도공사는 허위 보도자료를 내면서 대화를 일방적으로 철회하는 이해 못할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며 "대화 거부를 만드는 방법치고는 너무 치졸하다"고 개탄했다.
손지혜 KTX지부 상황실장은 이와 관련, "당시 경찰이 배석한 자리에서 복귀자 대표와의 만남을 요구했고, KTX관광레저 측에서 이를 허락해 기다리고 있었으나 복귀자 대표가 일방적으로 자리를 뜨는 황당한 상황"이었다며 "아무런 사고 없이 이들을 보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철도공사가 그런 식의 보도자료를 내 '공개 사과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TX지부는 "철도공사는 하루 사이에 두 번이나 입장을 바꾸고, 연이어 언론에 이를 알려 혼란스럽게 하는 조령모개식의 대응으로 KTX승무원들의 정당한 파업을 짓밟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커다란 오산"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