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노위원들은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시행방안 및 대안 등에 대해선 견해차이를 보였으나, 정부의 태도에 대해선 한 목소리로 '무책임'을 성토했다. '노사정 대타협 자체가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거나, '한국노총을 위한 합의였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관련 증인으로는 김태일 민주노총 사무총장, 백헌기 한국노총 사무총장, 김영배 경총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 노사정합의 건과 관련해 출석한 증인들. 김태일 민주노총 사무총장, 백헌기 한국노총 사무총장, 김영배 경총 부회장 |
"'노사정 대타협'은 한국노총에 편향된 합의다"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은 세 증인에게 각각 "만일 정부가 복수노조 시행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3년간 유예하지 않고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나"라고 묻고, 김영배 경총 부회장이 "시행한다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 김태일, 백헌기 총장이 "반대한다"는 답변을 하자 "정부에서 시행의지가 있으면 내년부터 할 수 있는 것을 3년 유예해 오히려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종률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상수 노동부 장관을 향해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을 유예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영세한 노조의 재정자립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거의 3백인 이상 사업장 노조에서만 전임자가 임금을 지급받고 있으므로, 이는 대기업노조의 기득권을 지켜준 것"이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상수 장관은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과 혼란을 감안해 차선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일부에서는 과도한 수의 전임자를 두는 곳도 있고 가능하다면 절반 정도는 금지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김종률 의원은 "노동부의 노사관계선진화방안을 위한 준비가 미흡했다는 것이 이번에 드러났다"며 "소신없이 입장을 여러 번 반복하는 한편, 배제된 민주노총이 반발하는 등 노정갈등을 어떻게 풀어낼지의 과제도 남아있다. 결국 이번 합의는 한국노총에 편향된 합의다"라고 지적했다.
안홍준 한나라당 의원도 '9.11 대타협'에 대해 "노사정위원회 합의도, 노사정대표자회의 합의도 아닌 단지 대표들끼리의 비공식 합의에 불과하다"며, "노동부는 사회적 혼란만 부추기다 무책임하게 공을 국회로 떠넘겼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이번 합의가 '정부의 직무유기',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복수노조사업장에 대한 대책 전무', '절차상 흠결', '선진적 노사관계의 후퇴'등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은 "노사관계 로드맵 대타협은 참여정부 노동정책의 파산선고"라며 "이번 대타협은 당사자간 합의 여부를 떠나 결과적으로 정부가 3년 동안 예산을 낭비하고, 당사자의 논의에 무임승차한 것"이라며 "복수노조를 예정대로 시행하고,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는 근로시간 면제권(TIME-OFF) 제도 등 대안을 마련해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병호 의원, "한국노총이 노동기본권 팔아먹었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도 이번 합의에 대해 "개별단체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단순합의이므로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OECD 사무국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마치 공식기구의 합의인 것처럼 설명했다"고 성토했다.
특히 단병호 의원은 증인으로 참석한 백헌기 한국노총 사무총장에게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유예시키는 것에 한국노총이 동의했는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다수가 기간제 노동자인데 조직 중복의 문제 때문에 노동기본권을 박탈당한 현실을 인정하는지 △정규직 노동자의 기득권을 위한 합의가 아닌지 △직권중재를 폐지했다고 자랑스레 말하면서 필수업무 유지 도입을 통해 공공노동자들의 파업권을 팔아먹은 것을 인정하는지" 등을 질문하며 "이번 과정은 기본적으로 한국노총이 노동자 기본권을 포기하고 단체행동권을 넘겨줬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헌기 사무총장은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유예는 현실적으로 어쩔수 없이 선택한 부분"이라며 "한국노총은 ILO기준에 따라 권고를 다 지키려고 한 것이고 '팔아먹었다'는 표현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