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 단일후보’ 선출과 관련한 민주노총의 행보가 구체화되고 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동당-민주노총 정례협의회에서 민중경선 공약 실현을 강력히 요구하며 △임시당대회 개최 후 민중경선제 전면 재검토 △민주노총 대선후보 독자 선출 등을 당 측에 제시했다. 현재 민주노총은 독자후보 선출 방안을 놓고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대회 부결 핑계로 공약 철회할 수 없다”
10일 민주노동당-민주노총 정례협의회에서 이석행 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의 개방형 경선제 부결에 대해 “80만 조합원을 대선 과정에서 정치적 주체로 세우고 진보정당 발전에 복무할 수 있기 위해 민중참여경선제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며 “내가 약속한 공약을 당대회에서 부결됐다는 핑계로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또 “민주노동당의 대선, 총선 승리는 노동자 계급의 투표 조직이 핵심인데 당원직선으로 대선, 총선 승리를 보장받을 수 있겠냐”며 “당에서 재론해서 (민중경선제를) 반영할 수 없겠냐”고 요구했다.
이석행 위원장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임시당대회 개최 후 개방형경선제 재검토 △민주노총 대선후보 독자 선출 △당원직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를 배타적 지지하는 현재 방침 유지 3가지 안을 당 측에 제안했다. 이 중 민주노총의 대선후보 독자 선출안은 민주노동당 후보와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까지 포함하고 있어 논란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이석행 위원장의 제안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내부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김선동 사무총장은 “민주노총 위원장이 공약으로 내걸고 당대회 때 공식적으로 제기됐던 안건임에도 불구하고 민중경선제 도입에 소홀했던 부분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 최고위원은 “예민한 문제 아니냐. 당대회에서 다수 당원이 지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당헌개정선에는 못 미친 결과가 나왔다. 만만치 않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전했다.
이병렬 민주노동당 노동위원장은 “결정 사항은 없다. 가능성은 세 가지 안 모두 다 열려있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가능한 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열리는 오는 19일까지 입장을 결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날 이석행 위원장의 제안은 5월 초 열리는 당 중앙위원회에서도 다시 한 번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대선후보 선출 5개안 놓고 검토 중
민주노총의 대선후보 선출과 관련해 이영희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현재 단일안이 만들어져 있지 않고 여러 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민주노총이 검토하고 있는 방안은 △민주노총이 후보를 선출해 민주노동당에 추천 △민주노동당에서 대선후보 선출 뒤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찬반투표를 하는 후(後)추인 방식이다. 민주노총이 독자 경선을 진행할 경우,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국빈민연합(전빈련), 한국청년단체협의회(한청) 등 민주노동당을 배타적 지지하는 단체들과 민중경선의 형태로 확장시키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제안은 민주노동당을 개방해 ‘진보진영 단일후보’를 뽑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미래구상, 노동자의힘, 사회당 등이 각자 후보를 내고 단일후보 선출 위해 경선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통합 경선해 진보진영 후보로 추천 △민주노동당-민주노총 간 교차등록을 허용해 경선 병행, 후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임시당대회서 통합 여부를 결정하는 2단계 통합경선 등의 세부안을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희 정치위원장은 “검토되는 안들이 선거법상 제약을 받는 부분이 많다”며 후보선출안 마련에 고충을 겪고 있음을 토로했다. 그러나 법률상 제약 외에도 민주노총 내부에서 배타적 지지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점 등 반발이 많아 단일안 마련에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10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석행 위원장의 구두 발제를 통해 난상 토론을 진행하고, 오는 19일 대의원대회에서 대선방침을 최종 결정한다.